최상단
이 빛을 따라와.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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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Cthulhu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Written by청서
로고
KPC 희란 PC 고원우
Date2025. 03. 20~
최하단
─────── CHAPTER 00 ───────도입
"고마웠어."
"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줘."
어렴풋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꼭 누군가 자장가라도 들려주는 것처럼⋯⋯.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한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니까,
M:고원우, 정신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순간적으로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도 인식 가능합니다.
목소리는, 당신에게⋯ 피하라고 하는군요. 대체 무엇을요?
M:고개를 조금이라도 들면, 위에서부터 추락하는 육중한 크기의 간판이 보입니다. 몇 층 위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면 두 명의 동급생 역시도요.
고원우,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M:쿵! 육중한 소리에 연이어, 무참하게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픔이 따르지 않는 것은 가까스로 발휘한 반사신경 덕분이겠죠.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살긴 살았네요. 그렇죠?
(사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이 당신의 주변을 둘러쌉니다.
학생A: 괜찮아?!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일어설 수는 있고?
고원우:뭐, 안 다쳤으니까⋯? (이런 주목 굉장히 어색하다.)
학생B: 아니, 그걸 어떻게 안 다쳤지? 쩐다⋯.
학생C: 죽을 뻔한 애한테 그게 말이냐?
고원우:괜찮아,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기려나~.
M:그 사이, 당신과 눈이 마주쳤던 위의 학생들도 어느새 내려와 인파 사이에 끼어듭니다.
학생D: 정말 미안해! 아니, 진짜 이럴 줄 몰랐거든.
학생E: 맞, 맞아. 막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은⋯⋯. 미안해!
학생D: 아니, 그런데 분명 꽉 잡고 있었는데⋯.
M:고원우, 관찰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66
판정결과:실패
두 사람이 한참 사과를 할 무렵,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분명 위를 바라봤을 때, 뚜렷하지는 않지만⋯ 있던 존재가 두 사람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그림자만 보였다지만요.
착각일까요? 아니면 내려오지 않은 걸까요?
(한 번⋯ 올라가도 되나?)
모여있는 인파를 뜷고 나올 자신이 있다면요.
(시도는 해본다.)
M:대인관계 기능, 혹은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M:당신은⋯ 주변에게 물을 사회성은 부족해도 인파를 뜷고 나갈 민첩성은 지녔습니다.
자연스럽게 인파를 뜷고 나와 윗층으로 올라가면, 무언가 작고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자취를 감춥니다.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그대로 아예 확인하지도 못했겠죠.
윗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간판이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것이 보입니다.
아까 두 학생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간판을 살피는 모습도 말이죠.
딱 보기에도 잔뜩 울상인 모습입니다. 그것도 그럴 게, 시일제는 당장 내일이니까요.
핸드아웃 :: 시일제와 시일제의 불꽃놀이가 공개됩니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그렇죠. 내일이면 드디어 축제의 시작입니다.
내일부터 지겹게 일하게 될 게 뻔한데, 오늘 이런 일까지 생긴다고요?
(액땜 같은 게 아니라 고생 시작이었군⋯.)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고원우:(또 걱정하는 사람이 왔나⋯ 싶어서 미리 할 말까지 생각해뒀다. '괜찮아, 안 다쳤어. 그러니까 그만 관심 줘도 돼⋯.')
위원회장: 아, 원우야. 간판에 맞을 뻔했다면서. 다치진 않았다고 하던데, 정말 괜찮아?
고원우:좀 놀라긴 했는데⋯, 다친 곳은 없으니 맡은 일 처리하는 건 문제 없어. 다들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위원회장: 혹시라도 맞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는데, 다들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안 다쳤다니 다행이긴 한데⋯ 많이 놀랐을 것 같아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된다고 하려고 했거든.
계속 있으려고?
고원우:⋯⋯. (어깨 으쓱.) 위에서 누굴 본 것 같기도 하고. (중얼중얼⋯.) 아, 돌아가도 돼?
위원회장: 축제가 하루 남았긴 하지만 사고가 날 뻔한 애 붙잡고 있을 정도까진 아니니까⋯. 물론 더 남아있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뻔뻔한 얼굴.)
고원우:지금 당장 돌아갈 테니까 다시 와달라고 연락하면 안 된다, 알지? (손 휘적휘적. 기회를 놓치진 않음⋯.) 내일 봐.
위원회장: 일 덜 할 수 있으면 덜 하겠다는 거냐⋯. 알았어, 연락 안 할게.
 잘 쉬고서 내일은 멀쩡히 나와야 한다?! 내일은 일해야지! (손 흔들어줌.)
고원우:아, 역시 내일도 쉬어야겠다~. (같이 손 흔든다.)
위원회장: 안 나오면 선생님한테 전화해달라고 할 거야~!! (소리 쩌렁쩌렁.)
M:그렇게 뒤로 울려퍼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은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거 맞나요? (캐해.)
(집으로 간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M: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도중⋯ 당신에게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응?)
"야, 그거 봤어?"
"그 간판 말이야, 간판!"
"아~ 떨어진 간판? 그거 누가 힘으로 뜯은 거 같은 자국 있다던데?"
"그런데 누가 그걸 힘으로 뜯어. 잘못 생각한 거 아니야?"
"하긴, 그건 그렇지~."
⋯⋯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들리네요.
고원우:(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신경쓰지 않고 갈길을 간다.)
M:본인 일인데도 신경쓰지 않고 당신은 계속 걸음을 옮깁니다.
걸어가는 길,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를요.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초여름 바람에 나직히 흔들립니다.
<시일제>라는 또렷한 세 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축제가 다가왔음을 주장합니다.
⋯⋯물론, 당신과 아주 큰 상관이 있냐고 하면 모르겠네요.
보통 학생이라면 축제에 들뜨길 마련인데도요.
고원우:(⋯⋯사실 꽝만 뽑지 않았다면 축제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관심이 없기도 하고, 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이는 건 귀찮은 일이고⋯.)
(불꽃놀이 정도는 잠깐 보러갔겠지만서도⋯.)
M:그렇습니다. 축제는 귀찮은 일에 가깝고, 관심도 그다지 없는 사소한 이벤트.
그럼에도 그 축제로 학교에 붙잡혀있던 사람은 사고를 겪고서야 귀가할 수 있네요. 운이 나쁘게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름답게 물들던 하늘도 차츰 색과 빛을 빼앗깁니다.
거리를 둘러싼 주택들의 창문에도 하나둘씩 불이 들어올 무렵.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 너머로 어린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있잖아, 그거 알아?!"
"뭔데?"
"우리 언니가 말해준 건데, 해가 지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제일 길어지잖아. 그때 요괴가 나타나서 그림자를 훔쳐간대!"
"에, 정말?! 그림자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데?"
"그건⋯⋯ 나도 몰라!"
"뭐야, 가장 중요한 걸 모르잖아."
"그래도 뭔가 큰일이 나겠지! 그림자를 뺏어간다잖아!"
"좀 무섭긴 하다⋯. 집 빨리 가자."
하지만 요괴라니,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이들을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부모님들의 책략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것 역시 적어도 당신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죠.
고원우:⋯⋯애들한테 저런 이야기 해줘도 되는 건가? 제대로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딱히 신경쓰는 듯한 태도는 아니다.)
세상이 빛을 전부 빼앗아가기 전에 집으로 향합니다.
고원우:재미는 있네⋯. (터벅터벅.)
오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일도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요.
─────── CHAPTER 01 ───────첫 만남
M: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두침침한 골목을 가로질러야 합니다. 돌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배로 걸리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요. 어떻게 행동하나요?
(빨리 움직이면 괜찮지 않을까?! 뛴다!)
고원우, 관찰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M:어두침침한 골목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도중, 너머로 골목에 있는 유일한 가로등 아래에 무언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원우:(뭔데? 본다.)
M:자칫했다간 뭔지 몰라도 걷어찼겠어요.
다가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종이상자에 무언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미지
⋯⋯고양이? (앞에 쪼그려서 앉는다.)
이건⋯ 그래요. 대충 구겨넣어진 묘한 생김새의 동물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고양이 같기는 한데, 고양이라기엔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원래 고양이는 꼬리가 중간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있진 않지 않나요? 심지어 꼬리에 방울도 달려 있습니다.
그 동물은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잘 보면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 붙어있고요.
간단한 응급처치까지는 된 건가 싶기도 한데, 흔한 이름표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조차 없습니다.
상자의 내부 역시 조촐하게도 먹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바닥에 신문지만이 몇 조각 대충 깔려있네요. 도저히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 좋지 않은 곳을 골라 있구나 싶겠습니다. 이 길은 으슥한데다, 밤이 더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하는 길인데⋯⋯.
고원우:⋯⋯몰래 데려가도⋯ 괜찮으려나⋯. (어쩐지 곤란해졌다.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중.)
(손가락으로 쓰다듬어봄⋯.)
M:털은 일반 동물처럼 보드랍습니다. 분홍빛 털이라니⋯ 이런 고양이는 염색이라도 시킨 걸까요. 고양이는 맞나?
건들면 온기 역시 느껴집니다. 어쩌면 작은 고동 역시도요.
고원우:넌 이름이 뭐야? 왜 여기에 혼자 있어? (턱 긁어준다.)
M:들려오는 답은 마땅치 않습니다. 애초에 동물이기도 하고, 나오는 울음도 앓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내일은 주인을 찾아줄게, 널 아는 사람이 없으면⋯ 그건 그때 생각해보고. (겉옷 벗어서 고양이 동그랗게 말아본다. 그대로 상자 안으로 쏙.)
(상자 번쩍 들고⋯ 가자!)
⋯⋯상자를 들려 하자,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상하게 무겁지 않나요? 마치 동물의 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고원우, 근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고원우:(귀여운 고양이를 책임⋯지자!!)
M:하지만 무게가 무겁든 말든 상관쓰지 않고, 당신은 상자를 들어올립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어머니와 동생 모두 집에 없죠. 어머니는 출장을 나가계시고, 동생은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같이 시월제에 가기로 했댔나⋯.
적어도 하루 정도는 몰래 저 기이한 동물을 수용해도 되겠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이상하게 무거운 동물을 지고, 집까지 향합니다.
───────  ───────
⋯⋯골목을 지나자 머지않아 집에 도착합니다.
M: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나요?
고원우:(⋯일단 상자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몰래 들어간다. 이후 고양이가 다친 곳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핀다.)
M:동물의 몸 곳곳에 피가 말라붙어 있습니다. 심하게 다쳤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곳곳에 상처가 있기는 하네요.
고원우:(구급상자 꺼내서 상처에 연고를 조심스럽게 발라준다. 붕대도 돌돌⋯.)
M:그 사이 완전히 잠들었는지, 작은 반응 외에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치료가 어렵지는 않네요.
고원우:(상처는 치료했으니 급한 건 해결했다! 이제 뻣뻣한 겉옷 대신 담요를 덮어준다. 두 겹 씩이나⋯.)
M:담요까지 덮어주고 나면 일단 당장 할 일은 끝난 것 같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오늘 일단은 일도 있었는데 슬슬 자야 하지 않을까요?
(상자 침대 옆에 올려두고 쿨쿨⋯.)
누워 머리를 베개에 대면, 그대로 잠에 빠지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 익숙한 소리가 울리는 듯 했습니다.
M:고원우, 듣기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딸랑, 딸랑⋯.
낭랑한 울림은 어딘가 그리운 방울 소리.
당신은 이 소리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야 늘 가지고 다니는 방울 목걸이의 소리가 이런 걸요.
방울 소리를 배경으로 당신은 이윽고 완전히 잠에 빠져듭니다.
───────  ───────
그리고 당신은 꿈을 꿉니다.
어딘가 자상하고, 따스하고, 또한 부드러운 꿈입니다.
집에 있다고 해도 느낀 적이 없는 감각인데도, 전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곳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입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당신을 아끼는 것은 분명하다 느껴짐에도 누군지 쉽사리 알 수 없어서⋯⋯.
분명 당신에게는 이상한 꿈일 겁니다.
그 누군가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 한 마디를 건넵니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해, 원우야."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말이야,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는 거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몇 음절이 더 이어지는 것 같은데도 뭉개져 들리지 않습니다.
앞의 맢은 그렇게 잘 들렸는데도 말입니다.
⋯⋯.
───────  ───────
그리고 당신은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딱 보아도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단지 눈동자와 입 뿐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고원우:⋯⋯뭐야? (작은 목소리로⋯.)
M:소리를 내자마자 무언가 짓누르는 것 같은 위압감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주하는, 어쩌면 마주했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
그 거대한 존재감.
겨우 인간 하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거친 괴물의 살아있는 불과 같은 검은 시선⋯⋯.
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0/1)
고원우: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82
판정결과:실패
고원우, SAN 1 차감해주세요.
그 순간,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춰 들어옵니다.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면, 차츰 시야가 밝아옵니다.
당신의 뺨 위로도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의 인영이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퍼져있던 위험한 기세가 사그라지면⋯⋯.
고원우:(눈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려고 노력한다⋯ 뭐지? 도둑? 강도⋯?)
(나 죽는 건가⋯?)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흔들리는 두 갈래의 머리칼, 이전의 기세와 맞춰지지 않는 분홍색의 빛, 머리 위로 솟은 두 개의 고양이 귀,
그리고 흔들리는 두 갈래의 꼬리⋯⋯?
이거 사람 맞는 건가요? 아니, 코스튬인가?
아까 느꼈던 감각은 이 존재에게서 나온 것이겠죠.
그렇다면 기이한 힘을 쓰는 거 아닌가요?
바라보고 있자면, 그 존재가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어라?
고원우:⋯⋯나비야? (이와중에 이름을⋯?)
희란:⋯⋯아, 이름 참 못 짓네. (이와중에 혹평을⋯?)
⋯⋯.
어디 가서 그런 재능으로 이름 짓지 마라. 본인 자식 이름도.
고원우:진짜 나비⋯? (작고 귀엽고 보드라운 고양이었는데?!)
희란:꿋꿋하게 부르네, 그걸 또⋯⋯.
⋯이건 정말,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상한 만남이라 해도 좋겠죠.
이 둘이 어떤 존재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 사이로 창문 가득 달빛은 차오른 채입니다.
───────  ───────
희란:⋯⋯어쨌든, 상황 정리를 해야겠지. (어느 새 맞은편에 앉아서 당연한 소리를⋯.)
고원우:당연한 소리를⋯⋯. (태클.)
희란:문제 있냐? (째릿.)
고원우:(모르는 척 하고 설명 기다림.) 나비⋯.
희란:그 이름 좀 그만 불러⋯! 내 이름은 '희란'이니까.
고원우:나비가 훨씬 더 부르기 쉬운데. (남의 이름 가지고 무례한 태도 보이는 중.)
희란:그럼 나도 까망이라고 불러주랴? (피차 무례해짐.) 아,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는군.
고원우:고원우, 편하게 불러주면 되는데⋯⋯.
⋯⋯.
당신, 사람은 아닌거지? (그렇겠지.)
희란:(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 꼬맹아. 어떤 인간이 형태를 바꿔 오가겠니?
나는⋯ 흠, 인간들의 용어가 여전히 비슷하게 통하련지 모르겠네. 통한다면 요괴정도로 부를 수 있겠지.
고의로 있는 건 아니야. 딱히 뭔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난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오고 싶지도 않던 데에 왔는데 이게 무슨⋯⋯.
고원우:난 가로등 아래에서 귀여운 분홍색 고양이가 떨고 있길래 보살펴 주기 위해서 몰래 데려왔을 뿐이고, 당신을 누가 그곳에 데려다 놨는지는 잘 몰라.
('귀여운 분홍색 고양이'를 강조함.)
돌아가는 방법도 몰라?
희란:(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순간 인상 확 구겨졌다 편다. 마땅치 않다는 기색으로 무언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가는 법이야 알지만 지금은 못 가. 여기로 온 것도 이유란 게 있어서.
그러니까⋯ 아, 인간한테 협조를 구할 게 아닌데 신세가 왜 이렇게 됐지? (중얼중얼⋯.)
그렇지만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겠지⋯⋯. (알아서 자기합리화 끝.)
지금부터는 똑바로 들어⋯.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나는 내가 사는 곳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인계로 오게 된 사자야.
내가 사는 세계는 너희들에게는 '이계'라고 불릴 곳. 우리 세계에 머지않아 이 세계가 멸망을 맞이할 거라는 신탁이 내려왔어. 그리고 그걸 막을 방법을 적어도 우리 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었지.
그렇다 해서 신탁을 온 곳에 알려 혼란을 초래할 수도 없고⋯ 그러니 신목의 문을 열고 이곳, 인계까지 오게 된 거야. 그렇게 결정이 내려졌으니까.
M:고원우, 지능 판정 진행해주세요.
지능
기준치:40/20/8
굴림:50
판정결과:실패
신목. 어디서인가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 말입니다. 어쩐지 무척 익숙한 기시감을 느낄 만큼요.
그런데⋯ 어째서지⋯⋯? 정확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고원우:그런데 이런 낯선 곳에서 방법을 어떻게 찾으려고?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긴 거기보다 차원이 다를걸.
희란:그건 알아서 궁리해야지. 아마 신목이 있는 곳 주변으로 단서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오갔으니 그 주변으로⋯.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아니었는데, 혼자네⋯? (또 한숨.)
고원우:고양이가 더 있어?!
(ㅋㅋ.)
희란:이게 어디서 고양이래?
고원우:그럼 뭔데?
희란:요괴의 외양은 다양하거든, 바보야.
눈이 한 개인 채 인간 형상은 요괴도 있고, 뱀 형상을 한 요괴도 있고, 머리가 두 개인 요괴도 있고⋯⋯. (이후로 몇 개의 예시 더 읊음.)
고원우:(곰곰⋯.) 그럼 눈에 띌 것 같은데, 같이 온 친구들을 찾는 건 얼마 안 걸리겠네.
희란:⋯다들 인계에 맞게 있을 테니 그건 아닐 걸.
아무튼! 불의의 사고가 있었어. '추격자'를 피하다 다들 뿔뿔히 흩어져 버린 거지. 나는 회복을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서 인적이 드문 곳에 박혀 있던 거고. (동물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안 아파? 괜찮은 거야? (빤히 본다.)
뭐, 여전하긴 한데⋯ 처음에 물어 뜯겼을 때보단 회복한 것 같은데. (손끝으로 붕대 툭 두드렸다.) 이건 네가 한 거야?
고원우:응, 나 이런 거 잘하거든. ("응급처치 말이야." 하고 덧붙였다.) 추격자라는 거 많이 사납구나?
희란:왜? 인계도 위험한 일이 잦나? (정보 갱신이 제대로 안 된 상태다.) 추격자는⋯ 두려운 존재지. 뭘 말해줄 수가 없네. 알면 알 수록 네게 민폐일 거라서.
고원우:아니, 그냥 내가 엄청 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어깨 으쓱.) 그정도라면⋯ 당신에게 제일 두려운 존재야?
희란:운이 원래도 나쁘면 더 조심해야 할 걸. 인간이 알아서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존재가 아니니까. (손이나 한 차례 저었다.) 두려운 존재⋯ 그건 모르겠다. 적어도 당장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겠지. 그건 왜?
고원우:⋯⋯. (자신에게 제일 무서운 형체로 상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고민하더라도 뚜렷하게 그려낼 수는 없어서⋯.) 그냥, 궁금해서. 어차피 당분간 축제 준비 때문에 다들 정신 없을 테니까 도와주려고 했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그냥 지나가지 말라고 했거든, 동생이.
희란:꼬맹아, 동생이 하는 말이라고 다 듣는 거 아니다. 무슨 일 나면 어쩌려고 이렇게 수상한 인물을 도와주려고 들어?
고원우:그 '무슨 일'이라는 거, 전~혀 무섭지 않으니까 도와주겠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아까부터 왜 꼬맹이라고 하는 거야?!
희란:아니, 왜 안 무서운데? 나 안 수상해? 아니면 위기감이 없니? 그리고 네가 꼬맹이지 그럼 다 컸냐?
고원우:방금 전까지는 좀 놀라긴 했는데, 오들오들 떨고 있던 모습이 계속 생각나서. (응⋯?) 나랑 동갑처럼 보이는데, 아니야?
희란:내, 내가 언제 오들오들 떨었다고⋯⋯. (환장하겠다.) 내가 네 서른 배는 더 먹었을 거다, 꼬맹아. (끝의 말에 강조.)
고원우:거기 계속 있었음 그 추격자라는 게 당신을 찾아왔을지도 몰라,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할 줄 알았는데. (하.) 인간 나이랑 요괴 나이는 좀 다르지. 난 당신과 내가 '친구'라고 생각해. (뻔뻔.)
⋯⋯. (부정할 수가 없다.)
⋯ ⋯⋯ 일리가 있는 말을 아니라 우길 수는 없지. 고마워. 하지만 적어도 누나라고 불러라. (손으로 원우 가리킨다.) 딱 보아하니 너는 학생이고, (본인 가리킨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인데 학생을 꼬맹이라고 불러? 그곳의 선생님이라는 건 양⋯? 아치 같아도 할 수 있는 건가? (실례임.) 그래, 뭐. 누나라고 부를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희란:그쪽은 내 학생이 아니잖아. 아니면 뭐라고 불러주랴. 이름이 듣고 싶어? 그리고 뭐어, 양아치? (기세 흉흉해짐.) 이게 진짜, 하⋯ 됐다. (받은 도움을 생각하며 애써 성질 눌렀다.)
같이 온 사자들을 찾아봐야지. 해야 할 조사도 하고. 우선 당장은⋯ (잠시 생각.) 곤란하지 않게 길거리로 나가줄까?
고원우:차라리 이름으로 불러, 그리고 아직 나가라고 한 적 없거든⋯⋯. (고민 중.)
다시 고양이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거지? (사전질문.)
희란:그래, 원우야. 애초에 내가 고양이로 왜 돌아가야 하는데. 그리고 나가라 하지 않아도 나이 찬 남자아이 집에 낯선 여성이 있으면 나가줘야 한단다.
고원우:나가라고 안 할 거니까 일단 그건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고. (못 박음.) 그럼 내가 바닥에서 잘게⋯⋯. (쿨하게 침대 넘겨줌.)
아, 그리고 누나는 '낯선 여성'보다는 '낯선 고양이'로 보이니까 안심해.
희란:⋯⋯뭔 소리 해? 나 나갈래. (대충 창문 인간이 나갈 크기인가 재는 중.) 그리고 헛소리 마라.
고원우:지금 그러고 돌아다니겠다고?
희란:'그러고'의 의미가 뭐지?
고원우:누나와 나의 외관을 비교해봐⋯.
희란:(빤히 시선을 둔다.) 아, 귀 이야기인가? (벽에 걸려있을 교복도 본다.) 아니면 복식?
뭐 그거야⋯ (손가락 한 번 튕기더니 귀와 꼬리를 숨기고 겉옷을 제외하고는 여학생 교복으로 복식을 바꾼다.) 자, 됐지? 나 간다. (창문 염.)
고원우:(민첩 판정으로 창문 먼저 잠글 수 있을까요?) (ㅠㅠ)
M: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M:그러니까 저 민첩도로⋯ 창문을 닫았다고요?
고원우:(그래.)
희란:⋯⋯뭐지? (황당한 채로 봄.)
⋯⋯.
혹시 나 더러워?
곁에 있으면 안될 것 같고⋯ 그래?
⋯⋯.
고원우:(킁킁⋯.)
희란:무슨 소리 해⋯⋯?
고원우:자꾸 나가려고 하길래⋯⋯.
희란:아니, 나는 그냥 불청객의 도리를 다 하려고⋯.
너는 무슨 그런 생각을 하니? (빠르게 다가가서 어깨 탁탁 두드려준다.) 자신을 가져, 얘. 너 부스스한 느낌 드는 점 빼고 창창해 보이니까.
그럼 그냥 여기서 쉬어, 당신이 나가려고 하면 할 수록⋯.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냄새라도 나는 건가, 여기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같은 생각만 드니까.
(작전 변경함.)
⋯⋯성격 참 나쁘네⋯. (바닥에 구겨져 앉는다.)
그러면 침대라도 본인이 쓰도록⋯⋯.
고원우:(앞에 쪼그려서 앉는다.) 그래, 그정도는 뭐⋯⋯.
희란:그 소리를 하면서 왜 내 앞에 앉는 거지.
대화 중이잖아. (나름의 예의.)
대화 다 하면 올라갈 거야?
고원우:그렇지? 누구 덕분에 잠이 다 깬 거라⋯.
(이렇게 피곤한데 축제 준비까지 도와야 한다고? 갑자기 천장 보게 됨⋯.)
희란:나도 깨어났는데 웬 남자애가 있어서 놀랐거든⋯. (조금 억울함.)
그럼 다시 자.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고맙단 말과 별개로 도움에 대한 보답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고원우:응, 그런데 난 바라는 게 얼마 없어서⋯⋯. (다시 주섬주섬 잘 준비를 한다.) 아무것도 안 받고 도와주게 될 수도 있겠다. 뭐가 됐든 하겠다고 한 말을 철회하진 않겠지만⋯.
희란:인간과 요괴를 막론하고 살아있는 생명은 바라고 욕망하는 게 있길 마련인데도. 나 꽤 유용해. 인간의 상식을 넘는 거 바라도 웬만하면 해줄 수 있을 걸. 너무 큰 건 규칙에 위배되니 곤란하겠지만⋯. (침대 아래 바닥에 앉아서 말 늘어놓는다. 팔 하나쯤 침대에 걸쳐 기댄 채다.)
고원우:그렇겠지, 요괴니까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분명 이루어 줄 수도 있을 거야. (아래로 이불 휙 던져줌.) 나도 욕망하는 게 있긴 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것을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쉬우니까⋯⋯.
희란:특이하네. 아주 사소한 것도 안 적 없어? (이불 받아 뭉쳐 안는다.)
고원우:응, 애초에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어. (딱히 상처 받았다거나, 슬프다거나⋯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아니다.) 나도 궁금하긴 하네, 진짜 원하는 걸 어른이 되면 알 수 있긴 한지.
희란:있잖아, 원우야. 원하는 건 어른이 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건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거니까. 그리고 너는⋯ (여전히 기댄 채인 팔에 제 머리를 얹는다.) 좀 외로울 것 같네. 느끼지 못한다 해도.
그렇게 콕 짚어줄 필요는 없는데, 기껏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었단 말이야. (천장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빨리 어른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까보다.
성질 나쁜 짓을 했나⋯.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해. 잊으면 언제고 찾지도 않게 되니까. 그건 나 자신을 계속 혼자 남겨두는 일이거든. 그것을 모르든, 알든 말이야.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원을 쓸모없는 곳에 낭비하네. 차라리 찾게 해달라고 비는 게 낫겠어. 아니, 그것도 비슷한가⋯.
고원우:(그렇게 대화를 하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게 있다. 내가 선뜻 눈 앞의 요괴를 돕겠다 한 것은⋯ 그의 소망이 내가 곧 바라는 것이라 착각해도 상관 없다 여겼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일방적으로 돕는 건 전혀 아니라고.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하는 건 내가 됐으니까⋯⋯.)
몰라, 그런 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생각해보자. (영 누나가 입에 붙지 않는 모양⋯.)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가족도 거기 있을테고.
희란:⋯그런 건 없어. 돌아가야는 하지만. (다를 것 없이 어떤 상처도 슬픔도 얹어져 있지 않은 목소리였다.) 사실 돌아가야 하는 것보단 여기 있고 싶지 않은 쪽에 가까우려나⋯⋯.
고원우:이해해, 솔직히 여기 엄청 좋은 곳은 아니니까. (이후에는 나도 졸업 후에 여길 뜰 것 같아, 그런 소리나 한다.) 무사히 여길 떠날 수 있기를 빌어야겠네.
희란:아하하, 아니야. 여기는 나쁘지 않아. 오래 본 건 아니지만. (잠시의 정적이 인다.) 그냥 여기 오고 싶지 않았어. 온 이상 다 소용없는 소리지만. 그러니 사실 어떤 것도 크게 상관은 없을 텐데⋯⋯.
적어도 해야 할 일은 있는 곳이 있으니까 돌아가야 하는 거고, 조금이라도 덜 알기 위해 있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로 들리네. (하품 길게 하다가⋯.) 졸리다. 자기 전까지 당신이 살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면 안 돼? 궁금해, 꿈에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마치 '옛날 이야기 해줘!' 와 같은⋯.)
생각보다 예리한 면이 있단 말이야. (뒤에 덧붙이는 말은 없다.) 내가 사는 세계는 하늘엔 아무것도 없지만 날이 밝고 어두워지는 곳이야. (나직하게 읊는 말.) 그러니 실체 있는 빛은 등불이고, 살아있는 빛은 반딧불이지.
이 세계에도 반딧불이가 있나 모르겠네⋯. 아무튼, 그래서인지 우리 요괴들 사이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있어.
좀 우스운 이야기인데, 반딧불이는 언제나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 함께한다고 해.
여러 속설이 있기는 한데, 번거로우니 넘기고⋯ 나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했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게 반딧불이라면, 어쩌면 인연에도 길이 있는 게 아닐까. 길을 찾을 때는 누구나 빛을 쫓길 마련이니⋯⋯.
그러니까, 어쩌면⋯ 이 전설은 그런 이야기일 거야.
언제가 된다 해도, 길을 잃더라도 찾아갈 테니 잊지 말아줘⋯⋯.
나를 기다려줘. 같은 마음 말이지.
고개 들어 쫓을 빛이 없는 세계의 존재들이라도 걸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 아닐까 하고⋯ 물론 단지 내 생각이지만.
고원우:('그래서, 정말 다시 만난 사람들이 있어?' 그런 말을 하려다 잠들었던 것 같다. 그곳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잠이 드는 너머로 흐릿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니 네가 바라고야 말 것에도 안내하는 것 하나는 있으면 좋겠어."
"빛을 쫓을 수 없는 곳에서도 무엇 하나는 찾아내길 마련이니까⋯⋯."
"잘 자."
그렇게 새벽이 지납니다.
───────  ───────
"야, 슬슬 일어나."
눈을 떠보면 어느새 날이 밝았습니다.
고원우:⋯⋯. (피곤⋯ 인상 쓰면서 일어남.)
M:요괴는 이미 문가에 기대 서 있습니다. 이미 딱 보면 같은 학교 학생인 것 같은 복장이네요.
희란:뭐⋯ 준비하려면 나가주랴? 학교 가야지. (당연한 소리를⋯.)
고원우:⋯⋯되~게 자연스럽게 서 있네. (다시 베개에 얼굴 푹 박고 밍기적.)
희란:그럼 뭐, 자연스럽게 네 침대에라도 앉아줘? (보다가 성큼 걸어와서 시트 두드린다.) 일어나라고.
⋯⋯아, 혹시 내 생각보다도 어린 편? 어린 아이면 좀 더 봐줄 수 있지.
고원우:말을 꼭 그렇게⋯⋯. (그렇게 20분을 더 보내다 일어나서 준비한다.)
(생각보다 시간 많이 죽였는데?)
희란:(그 사이 집 앞의 현관까지 나가서 다시 기대 있는다.) 느리기도 해라. 이제 학교 가니, 애기야? (결론 다 났음.)
(호칭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올라와서 표정 썩음.)
불만 있어?
고원우:많이.
희란:왜.
고원우:차라리 이름을 불러.
희란:이름 뭐였나 몰라. (외면.)
고원우:고원우, 그렇게 부르면 되잖아? 어려운 것도 아니고.
희란:왜 그럴까, 영 안 익숙해진단 말이지⋯. (좀 빤히 쳐다본다.)
고원우:계속 부르면 나중에는 익숙해지겠지, 아무튼 난 아까 '그 호칭'은 영. (정직하게 시선 마주한다.) 이런 건 일찍 합의를 보는 게 서로 좋지?
희란:참나, 그러면 넌 누나 꼬박꼬박 붙여 불러. 그러면 합의해줄 수도 있고.
고원우:('까다롭네⋯⋯.' 라고 생각하는 얼굴로 보고 있음.)
희란:불만 있냐? 계속 들을래?
아니, 그럼 누나라고 할게. (순순히⋯.)
(만족한 낯.) 그래, 원우야. 이제 학교 가니? 따라갈까, 아니면 남인 것처럼 거리 좀 두고 가줄까?
고원우:왜? 그냥 나란히 가, 전학생이라는 컨셉으로 갈 거 아니었어? 그럼 아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든든하지. 이렇게 보여도 나 친구 (얼굴도 알고 인사'만'하는) 많으니까~.
희란:별 생각 없었는데⋯. (미심쩍다는 눈길로 흝어봤다.) 여기는 이런 애들이 친구가 많나? 우리 쪽은 조금 더 밝고 웃는 상이 친구가 몰리던데.
고원우:나를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소릴 꾸준히 들으니 상처를 받아야 할지, 그럼에도 같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네. (터벅터벅.) 나 나름 웃는 상 아닌가? 딱히 화 안 내는데.
희란:좋게 보고 있지 않다니⋯ 딱 객관적인 평가 한 거다? 정말 좋게 안 봤으면 실제로 같이 안 있었어. 나도 취향이란 게 있다고. (속도 맞춰서 걷는다.) 화를 안 낸다고 다 웃는 상은 아니지, 원우야.
고원우:그럼 내가 취향이야? (지금까지 제대로 듣긴 한 걸까?)
희란:⋯⋯ (진짜 별 생각 없었는데 진실과 애 마음 사이에서 잠깐 갈등함.) 그런 셈 칠까?
고원우:그냥 아니라고 해. (걷는 속도 빨라짐.)
희란:야아⋯ 취향이야, 취향! 뭐 이런 거로 삐지고 그래. (살짝 뛰듯 속도 맞췄다.)
고원우:삐진 건 아닌데 대답이 영~.
(까다롭네 참⋯.) 그러면 취향인 점이라도 읊어주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 다시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아, 진짜 하라고?
(한 번 봐준다1 끝까지 가보자2 2)
할 수 있어서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다고? 날 가지고 노네, 허.
누나가 되어서 말이지⋯⋯. (중얼거리더니 거의 뛰듯이 가는 중임.)
희란:(황당하다는 듯 뒤에서 멈춰서더니 3초쯤 아무 말 없다가⋯.) 그래, 어디 해보자 이거지⋯⋯.
원우 말이야, 좀 귀찮게 구는 거 나름 귀엽지 않아?!!
어디가 취향인지 그렇게 궁금해하는 것도 그렇고!!!
자고로 얼굴이나 성격 뜯어먹어야 몇 년이나 가겠어 귀여우면 됐지!!!
(뭔 술법이라도 썼는지 쩌렁쩌렁 남들 다 들리게 소리치고는 본인만 쌩하니 자리에서 사라짐.)
고원우:반드시 나중에 복수한다⋯⋯.
(사람들의 시?선 받으며 뒤따라감.)
M: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어린 애들이 귀엽네~" 같은 내용이 다수입니다.
"어릴 때나 저럴 수 있지. 청춘이다, 청춘~"
고집으로 그런 훈훈한 시선의 독박을 쓴 채 요괴를 뒤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학교 정문이 너머로 보이는 곳입니다.
───────  ───────
학교 정문은 이미 몰려든 인파로 가득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몰려든 것을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시일제,
흔들리는 깃발 위의 또렷한 세 글자가 당신을 반기고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요괴는 또 대체 어디 가 있죠?
M:당신 옆에 자전거를 끌고 걷는 동급생이 멈춰섭니다.
동급생A: 야, 축제 인파 대박이지 않냐?
고원우:그러게⋯.
아, 혹시 분홍색 머리카락 학생⋯ 못 봤나?
삐죽빼죽하게 생겼어. (응?)
동급생A: 아, 아까 너랑 청춘 영화 찍던 애?
고원우:죽을래?
동급생A: 아 왜. 자전거 타고 저 멀리서 봤는데 좋아보이더라? 이야, 고원우가 언제 다 커서. (ㅋㅋ)
고원우:네 스타일이면 소개라도 시켜줄게. (ㅋㅋ)
동급생A: 친구의 기회를 뺏긴 좀. (ㅋㅋ)
아무튼, 못 보던 애였는데, 누구야?
고원우:(고민⋯.)
먼 사촌, 그래서 소개 시켜준다고 한 거야.
동급생A: 교복도 입었던데? 여기 전학 올 예정인가.
걘 아까 정문 안쪽으로 들어가던데, 잘 챙겨.
고원우: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길 잃은 것 같아서 걱정이네~.
동급생A: 학교에서 걱정은 무슨. 정 뭐하면 미아 방송이라도 해 달라 하던지. 아무튼 난 자전거 두러 간다! 위원회 잘 하고. (자전거 끌고 퇴장.)
고원우:(다시 찾으러 나서본다. 못 찾으면 방송이라도 해야겠지⋯.)
M:정문을 지나 요괴를 찾아 나서보면⋯ 그러고보니 가장 먼저 들려야 할 장소, '관리 부스'가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위원회 일도 있었잖아요.
방송을 부탁하려고 해도 가긴 해야 할 테니, 우선 들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고원우:처음 본 애라고 데려왔을 수도 있고, 일단은⋯⋯. (관리부스 쪽으로 가본다.)
M:관리부스 쪽으로 향하면, 익숙한 인물이 보입니다. 당연하게 부스 탁자에 앉아있는 축제 위원회장, 그리고⋯⋯ 요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보기엔 화기애애해 보입니다.
(뭔데?)
가까이 다가가나요?
고원우:(당연하지.)
M:가까이 다가가면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위원회장: 그러면 여기 전학 올 예정인 거야?
희란:응, 맞아. 교복만 미리 맞췄고⋯ 맞춘 김에 입고 왔는데, 안 어울리나? (교복 팔랑여 본다.)
위원회장: 에이, 안 어울리고 할 게 어디있어. 어울려, 어울려~.
희란:그러면 다행이다. 한서는 오늘 여기 계속 있는 거야? (어느새 통설명 다 한 모양.)
위원회장: 뭐~ 그건 그렇지. 아마 오후엔 잠깐 점검 겸 돌긴 할 것도 같아. 열심히 준비했으니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
고원우:분위기 좋은데 미안하네. (인기척을 내며⋯.)
희란:열심히 준비했다니 분명 즐거울 거야. 와보니 사람도 정말 많던데~. (아무튼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고원우:(슬쩍 귓속말로 "먼 사촌이라고 해놨어." 라고 소곤소곤.)
위원회장: 앗, 고원우! 이제 왔구나?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면 네가 나한테 말 걸길 기다리고 있던 건가?
고원우:어, 오다가 누구랑 좀 마주쳐서 늦었네.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이쪽은 내 사촌이야. 인사는 이미 한 것 같으니까 다른 소개는 안 해도 되겠지? 헤매고 있을까봐 한참 찾았더니 여기 있었네.
희란:이런 곳 한 번쯤 누구나 들릴 것 같아서 와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뭐래.
위원회장: 그건 그렇지. 그리고 쟨 준비 위원회기도 하고. 같이 왔다면서 미리 안 말해줬어?
고원우:⋯⋯잘 기다리고 있었다니 다행이네~. (참자⋯ 상대는 외국인이야⋯.)
날 두고 가서 이야기 할 틈이 없었어.
희란:황당하네, 그럼 어디가 취향인지 이야기 해 달라고 그러지나 말던가⋯⋯.
위원회장: 헐, 그거 무슨 소리? (흥미 찾아다니는 10대.)
고원우:별 거 아니야. 그래서 할 일은? (차단.)
희란: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위원회장: 딱 보니 재밌는 이야기 같은데. 뭐⋯ 어쨌든, 어제 일도 있었고 하니 과도한 걸 맡기진 않을 거고. (위원회 목걸이와 담당 부스 차트 쥐여준다.)
 부스 돌면서 이상 있나 확인하고, 일손 부족한 거 있으면 조금 보태줘. 쉽지?
놀면서 할 수 있는 거라 다들 탐내는 건데 좋은 기억 가지고 가라고 내가 너한테 맡긴 거라고. 어제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
희란:흠⋯ 어제? 뭔 일 있었어?
위원회장: 이것도 못 들은 거야? (힐난의 눈초리.)
쟤 어제 죽을 뻔 했잖아. 그것도 축제 간판에 맞아서!
고원우:아니, 별 일 없었어. (이것 또한 딱 잘라 말한 후 고개를 끄덕인다.) 안 그래도 학교 안내도 해주고 싶었는데 잘됐네, 고맙다. (목걸이 걸고 차트는 가볍게 훑어본다.)
⋯⋯.
입⋯⋯.
희란:⋯⋯아아, 별 일 없었다고? (흘깃 봄.)
요새는 그런 것도 별 일이 없었다 하는구나⋯. 아주 잘 알았어.
위원회장: 설마. 그건 별 일이지.
고원우:⋯⋯.
나 간다. (회피 시도.)
희란:야, 너 혼자 어디 가?! 이게 빠져가지고. (추격.)
위원회장: 웃기게들 논다, 참.
고원우!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까 준비에 차질 없도록 맞춰 끝내고 돌아와!
고원우:⋯⋯말할 타이밍이 없었다는 건 당신, 아니 누나도 이해하지? 영 정신이 없었잖아. 그런 사소한 일을 신경쓰는 타입인 줄도 몰랐고. (나와서 뒤늦게 변명을 시도한다.) 함께 등교라도 했으면 모를까, 누가 먼저 도망치듯 가는 바람에⋯⋯.
희란:⋯⋯아, 그러니까 이게 사소한 일이라고? (말꼬리 잡는다. 보는 눈초리가 스산한 게 느껴지는 듯.)
너 목숨이 쉽니?
고원우:결과가 중요한 거잖아, 다친 곳도 없으니까 된 거 아니야? (8시 전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바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고로, 정말 '지난 일' 따위는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목숨이 걸려 있다는 말에 부정은 하지 않았으나⋯.) 뭐, 됐어. 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누나는 이제부터 찾아야 할 것에 집중하자고. 부스는 대충대충 넘기고. 응?
희란:나는, 허⋯. (생각을 고른다. 어떤 세계에서는 그 과정까지 읽혔을 지도 모를 일이나 적어도 이 앞에서만은 홀로 사유하는 영역이었다. 이게 무슨 기분이지. 다 짐작하지는 못하나 적어도⋯.) 생각이 바뀌었어. 나 혼자 찾아도 될 것 같네. 위원회라 하던데 부스 점검하러 가.
⋯⋯.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다.) 갑자기 왜 그래?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마음에 걸리는 거라니, 지금 내가 하나를 꼽을 수 있나? (이미 걸음 하나 내딛지 않는 채다.)
나는 여기, 목숨을 걸고 왔어. 네가 이전 말했던 것처럼 자칫하면 이미 숨통이 끊어졌겠지. 아마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해. 나는 이미 쫓기는 채니까. 내가 너한테 '도와달라'고 말하길 망설인 이유의 전부야. 온전히 확실하지도 못한 것에 너무 많은 것을 걸어야 하잖아.
어떤 가능성을 바라보고, 만나본 것보다 만나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무수한 타인에게 자신을 거는 일이지, 이건. 당신은 그걸 너무 가볍게 걸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난 그렇게 가볍게 거는 생이라고 가볍게 보낼 줄 아는 위인은 아니라서. 그러니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 싶네. 지금까지 고마웠어. 당초 약조했던 건 꼭 지킬 테니까⋯.
고원우:방금 좀 상처 받은 거 알아?
설마 내가 대신 죽겠다고 덤빌까 봐 걱정한 거야? 막 다루는 것치곤 의외로 세심하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만 고려하면 돼,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누나가 하려는 일은 결국 살고 있던 세계를 구하는 거야,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의 목숨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던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리는 사명을 타고난 거지. 무언가를 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때로는 내가 가진 것을 내걸어야 할 때도 있고.
그 무거운 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니까~ 그래서 내가 돕겠다고 한 거야,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한 건 아니고. 날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이제 상처 받은 이유를 알겠어?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너는 안 돼. 필요하지 않아.' 라고 하다니.
좀 섭섭하네~, 하지만 못 들은 걸로 해줄게. 어느 쪽으로 갈 거야?
희란:지금 내가 한 말을 굳이 따진다면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가 아니라 '당신이 필요해선 안 돼.'겠지⋯⋯.
참 이상하네. 분명 이 세계의 어느 방면이든 당신은 필요로 여겨질 존재여야 할 텐데, 굳이 단 하루 봤나 싶은 요괴에게 상처 받았다 말하는 게 말이야. 꼭 필요로 여겨지는 감각을 처음 느껴보는 사람처럼 굴어⋯.
당신은 정말 이상한 인간이야. 못 들은 거로 할 필요 없어. 이건 변할 게 없는 명제니까.
그런데도 못 들은 거로 하고 태세를 유지하고 싶다면⋯ 위험한 순간에는 그냥 날 버리고 도망치겠다고 말해. 당신 말처럼 나는 몰라도 당신은 그 쉽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걸 걸 필요 없고, 난 생으로 버려지는 것보다 의지로 버려지는 게 나으니까. 그러면 그 억지에 잠시는 어울려줄게.
당신, 이건 모르지? 지금 상처를 받은 건 당신 혼자가 아니야⋯⋯.
고원우:존재하는 것 만이 필요로 여겨지는 세계는 아니거든, 여긴. 누군가에게 제대로 필요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인정 받아야 해, 그게 설령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아무튼, 당신이 말한 감상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난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당신과 함께 갈 거야, 나 혼자 살아남는 건 좀 싫은 것 같고⋯ 좀 볼품없게 굴어서 도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버리지 않을 거라고.
과정이라는 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떻게 버려지든 버려지는 건 결론적으로 혼자 남는 거잖아? 그런 건 질색이야.
뭐⋯. (잠시 웃었다.) 상처를 공유한다는 거, 아주 조금은 이해 받을 수 있다는 것 같아서 나쁘진 않네. 커다란 선행을 베풀기 전에 딱 한 번의 악행을 한 거니까 봐줘.
───────  ───────
M:지금부터 고원우가 축제 도우미로 맡은 부스 구역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부스를 배정받았습니다. 부스를 들르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선택 가능합니다.
고원우:(마술 연구부 쪽으로 가본다.)
M: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부스의 내부는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며져,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실의 좌측에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진행중입니다.
고원우:(풍선 아트 빤히⋯.)
이런 거 처음 보지?
⋯⋯날 뭘로 보고. (신기한 듯 보는 걸 보아하니 처음 맞다.)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할까? (좀⋯ 싸가지 없이 우쭐거리는 듯한 얼굴.)
M:부스의 좌측은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풍선을 만들 일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학생도 하나 있는데⋯ 당신을 보고 반갑다는 기색이 보입니다.
마술부 부장: 축제 도우미 맞지? 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고원우:응, 맞아. 그리고 전학생~ 도 같이 왔는데 괜찮지? (응?)
뭐든 같이 할게. (ㅋㅋ)
희란:이 말은 뭐지? (빤히⋯.)
고원우: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수상하게 보이잖아, 의심 받아서 학교에서 쫓겨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니야? (목소리는 낮춘 채 소곤소곤.)
마술부 부장: 아 뭐, 전학생이 대수겠어? 그러면 우리 좀 도와줘. 일손이 부족하단 말이야. 손님이 이렇게까지 많을 줄 알긴 했어도 너무 많아! (대답도 안 듣고 풍선 기구 쥐여줌.)
희란:(양측 말 전부 다 듣고는 있다가 다시 흘깃 넘겨본다.) 어디 해보던지⋯. 시범 좀 보여줘.
M:그 사이 새 노동력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자리가 마련되자마자 손님들이 새롭게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당신에게 차례로 주어진 것은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 예쁜 풍선을 만들 수 있나요? (본래 가능함 수치 묻는 것.)
고원우:(멀쩡한 모양이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행운 판정 진행합니다. 행운 판정은 총 10번으로, '그럭저럭 잘 해냈다'의 기준은 5번입니다.
(꼼지락⋯ 꼼지락⋯.)
(꽃 만들어봄.)
기준치:60/30/12
굴림:67
판정결과:실패
기준치:60/30/12
굴림:98
판정결과:실패
기준치:60/30/12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기준치:60/30/12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기준치:60/30/12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기준치:60/30/12
굴림:66
판정결과:실패
기준치:60/30/12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기준치:60/30/12
굴림:97
판정결과:실패
기준치:60/30/12
굴림:79
판정결과:실패
기준치:60/30/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M:고원우는 풍선을 불어 모양을 만듭니다. 그런데⋯⋯
성공하는 풍선보다 실패하는 풍선이 더 많지 않아요?
실패하는 풍선의 이유도 기가 막힙니다. 풍선이⋯ 터지는데요?
마술 연구부라고는 하지만 풍선 터지는 소리가 몇 번씩 나니 시선이 모여듭니다.
희란:이게 시범이냐?
고원우:이게 마술이야.
풍선이 사라지는 마술.
희란:아까 부탁받은 건 마술이 아니라 제작일 텐데⋯⋯. (기다리는 손님들과 시선 신경쓰다가 기구 뺏어든다.)
고원우:기대할게.
희란:대체 뭘, 이 바보가⋯⋯.
(그 사이 눈대중으로 주변이 하는 방식을 봤는지 슥슥 터트린 만큼의 풍선 불어서 모양 잡는다⋯.)
고원우:그러니까~, 얘가 내 사촌인데⋯ 원래 이런 일에 재주가 많았어. 지금 받아가지 않으면 큰 후회할 테니까 와볼래? (호객 행위 중이다.)
희란:이게 사람까지 더 모은다고? (눈 가늘어져서 쳐다본다.)
M:호객행위 성공 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면 행운, 혹은 대인관계 기능 으로 판정해주세요.
고원우:
말재주
기준치:45/22/9
굴림:85
판정결과:실패
호객행위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본데요? 사람이 영 모이지 않습니다.
희란:(그 사이 기계적으로 풍선으로 여러가지 모양 잡아서 있는 줄 해치우고 있다.)
(저게 된다고?)
(그래.)
고원우:(옆에서 청소나 함.)
희란:내 팔자야⋯. 어떻게든 같이 가려고 한 거 혹시 이래서 아니야?! (이제 이런 거 의심 중.)
고원우: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어깨 안마를 해준다.)
희란:(어깨 안마는 잘 하나?)
고원우:(나도 손이 두 개 있다.)
희란:(풍선은 터트리는 손.)
고원우:(아 왜.)
희란:(고개 휙 돌리고 풍선이나 마저 만든다.)
마술부 부장: 어이쿠, 한 사람은 놀고 있잖아?
고원우:안 놀았어.
마술부 부장: 아니지, 아니지. 여유로워 보이는데? 마침 일손이 또 부족한 곳이 생겼는데!
M:마술부 부장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마술 공연 부스입니다.
마술 공연은 왜 그런 건지 잠시 멈춘 상태로 보입니다.
마술부 부장: 곧 신체 절단 마술을 할 건데~ 조수가 배탈이 나서 보건실에 갔지 뭐야. (원우를 빤히 쳐다본다. 이건 아마도⋯⋯.)
고원우:⋯⋯나 사실 손으로 하는 건 영 별로라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밑장빼기, 이런 거 못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뭐?)
내가 들어가라고?
마술부 부장: 그래!
고원우:아무것도 모르는데?
마술부 부장: 에이, 실험체는 누구나 몸만 있으면 되는 법. (토끼귀 머리띠 씌워 준다. 마침 검은 색.)
고원우:(고개 홱.)
마술부 부장: 풍선 쪽에는 재능이 영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거라도 도와줘야지! (꿋꿋하게 잡아서 씌움.)
고원우:⋯⋯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 맞지? (포기하고 운명에 순응함.)
마술부 부장: 그래, 그래. 상자에만 들어가 있어도 돼.
희란:(몸으로는 풍선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얘네 뭐 하냐는 듯 구경 중이다. 풍선 만드는 기교는 점점 느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지금 쟤가 뭐에 쓰이는 거야? (공예같은 화관 풍선 만들며 질문.)
고원우:응, 그리고⋯ 내 사촌한테 간식이나 물 좀 주지 않을래? (돌아가지 않으면 일이나 추천해줘야겠다~ 는 생각 중.)
실험체.
마술부 부장: 아이 참, 신체 절단 마술의 조수가 된다는 거지. (과자류와 물병 탁자 위에 올려둔다.)
인간들은 마술로 신체 절단도 하냐?
고원우:인간들은 안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일에 능숙해.
희란:왜 선배 같은 작자가 생겼는지 알 만도 하고⋯⋯.
선배?
어, 선배. (상대가 모른다는 자각이 없는 듯 싶다.)
고원우:그게 누군데?
희란:그러니까, 그게⋯⋯. (그제서야 설명을 고민하는 듯.) 우리 세계에 있던 유일한 인간 이야기인데. 나랑 같은 선생이었어. 정확히는 내 선생이기도 했었고.
고원우:제법 친했나보네, 이렇게 이야기 할 정도라면. (공연 준비 완료.)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미 죽었겠지? 옛날 사람일테니까.
아쉽게 됐네~, 그림 남겨 놓은 것도 없어? 초상화 말이야. 여기까지 올 때 안 챙겼으려나⋯⋯.
희란:⋯⋯. (공연이 이루어질 공연 부스로 시선을 잠시 옮겼다. 정확히는 시선을 피했다는 것에 가깝다.) 죽었으려나. 그렇겠지.
그 사람은 어느 날 우리 세계에서 사라졌어. 그러니 남아있는 건⋯⋯. (제 겉옷 붙잡는다.) 하나밖에 없네.
(친했었냐에 대한 언급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마술부 부장: 자, 자. 그럼 이제 조수도 구했으니⋯. (확성기 들어 소리친다. 곧 마술의 클라이맥스 공연이 시작됩니다!!!)
 (원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스 쪽으로 끌고 감.)
(질질⋯.)
M:고원우는 무대 위에 섭니다. 그리고 머리만 내놓은 채로 상자 안에 갇힙니다.
마술부 부장: 자, 기대해주세요! 마술의 클라이맥스⋯ 신체 절단 마술입니다!
M:부장은 다섯 개의 칼을 무대 위의 탁자에서 듭니다. 그리고 상자 안의 조수를 보는데⋯⋯.
뭐죠, 좀 불안한 표정이지 않나요?
아, 이런 건 처음이라~. (^ ^)
보통 이런 건 누구나 처음이니 어쩔 수 없죠. 불안한 표정인 건⋯ 조수 뿐만이 아니지만요.
부장은 그럼에도 의지를 잃지 않고 칼을 든 팔에 힘을 줍니다.
고원우,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기준치:60/30/12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첫 번째 칼이 상자에 박힙니다. 상자는 어떤 기구인 건지, 칼이 박힌 것 치고는 안에 든 사람이 무사하네요. 환호성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원우, 이어서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기준치:60/30/12
굴림:68
판정결과:실패
M:두 번쨰 칼이 박힙니다.
⋯⋯.
어라, 교복이 좀 베인 것 같지 않나요?
고원우:(어라?)
M:이 기구 괜찮은 건가?
마술부 부장: 있잖아⋯. 사실 최신 기구가 배송이 아직 안 돼서, 좀 기구가 구식이거든? (소곤소곤.)
고원우:⋯⋯.
마술부 부장: 그래도 기구는 기구니까 안 죽어, 걱정 마!
M:마지막으로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기준치:60/30/12
굴림:85
판정결과:실패
나머지 칼도 하나씩 상자에 박힙니다.
상자에 칼이 박혀들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집니다.
칼 세 개, 네 개, 다섯 개⋯⋯.
M:칼날이 박힐 때마다 이상할 만큼 위협적인 감각이 들어옵니다. 물론 괜찮아요. 안 죽었잖아요!
(그래, 아직 여유롭다.)
별개로 사색이 되는 인간 하나가 저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이것도 인간이 아니라 요괴죠.
고원우:(왜 자기가 쫄고 그래?!)
M:뭔가 생각하는지, 주먹을 꾹 쥐는데⋯⋯. 저건 저것 나름대로 불길하지 않아요?
고원우:(뭔데?)
M:예를 들어 공연을 엎는다던가.
고원우:(최대한 즐거운 티를 내본다.)
고원우, 원하는 기능을 판정하여 최대한 의사를 전해봅시다!
(박스에 딱 주먹 들어갈 정도로 구멍 뚫어본다.)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80
판정결과:실패
M:당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알아챈 듯, 요괴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네요⋯⋯.
무언가 결심한 듯, 요괴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시선이 닿는 자리에서 요괴가 사라집니다.
부스 안에 바람이 휘몰아치고, 관객들의 당황한 듯한 아우성이 들립니다.
⋯⋯.
상자는 어디 간 거죠? 이제 갇힌 감각이 안 드는데요?
정신을 차려 보니, 당신은 상자 위에서 관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서 있냐 하면 그건 아니고, 공주님처럼 누군가에게 안겨서요.
분홍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고원우:⋯⋯.
M:⋯⋯이제 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죠?
마술부 부장: 어라⋯⋯. (상황 파악 중.)
희란:아, 정도를 좀 지켜야지. 애 가둬놓고 뭐 하는 거니?
⋯⋯.
M:상자 위에 서 있는 것은 당신을 든 요괴입니다.
고원우:⋯⋯.
있잖아.
희란:어, 왜.
고원우:진심이야?
희란:그럼 농담이겠어?
고원우:소원 하나 지금 빌어도 돼?
나 여기서 사라지게 해줘⋯⋯.
마술부 부장: (상황 파악 끝남.)
자, 지금까지~~ 구출 마술이었습니다~~!!
(뭐가?!)
(뭐가?!)
 놀라울 정도의 서사, 상자 안에 갇힌 소년을 구출해내는 소녀!
고원우:차라리 아까 찔리는 게 좋았을지도⋯⋯.
M:그러자 환호성이 함께 울려퍼집니다.
관객A: 와, 대박인데?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
고원우:나도 몰라⋯ 모른다고⋯.
관객B: 와 그러게, 대박이다. 아까 그건 어떻게 연출한 거지. 기구 있나?
고원우:몰라⋯.
관객C: 남자애도 큰 맘 먹었네. 저렇게 안겨서 있을 마음 먹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고원우:마음 먹은 적 없다⋯.
마술부 부장: 자, 지금까지 저희 마술부의 특별 공연이었습니다~!
고원우:(사라지고 싶어⋯.)
마술부 부장: 두 사람은 이제 내려와 관객 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희란:(상황 파악은 못 했는데 아무튼 알아서 사뿐히 무대로 착지한다. 물론 원우 들고.)
야아, 걱정 마. 너 안 무거워. (ㅋㅋ)
고원우: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희란:그러면 뭐가 중요한데?
고원우:이게 꿈이면 좋겠어⋯.
희란:안타깝게도 현실이긴 해. 아니, 왜 그래?
뭐 문제 있어?
고원우:지나치게 큰 관심을 받은 게 문제라면 문제지.
희란:아까도 관심은 다 받았잖아.
그리고 위험해 보였어. 인간들은 어쩌다 이런 걸 즐기니? 뭔 능력도 없으면서. (여전히 안은 채로 하는 말은 뻔뻔하마.)
고원우:⋯⋯.
전혀 위험하지 않았어⋯.
않았다고⋯⋯. (힘 빠져서 기대고 있음.)
희란:대체 뭘 봐서?! (여전히 이해 못 하는 중.)
고원우:⋯⋯다 짜고 치는 놀이, 같은 거라고!
M:그 사이 관객들은 자리에서 점점 사라집니다.
고원우:진짜 다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마술부 부장: (박수 몇 번 치면서 다가온다.) 와, 대박인데?
완전 멋졌어. 지금 다신 못 연출할 공연을 만들어냈다고!
고원우:나도 다시는 겪지 못할 경험을 했어.
마술부 부장: 그나저나⋯ 청춘이다? (안 내려놓나? 정도로 보는 듯 싶다.)
고원우:나 저기 눕혀줘.
희란:저기 어디.
고원우:⋯⋯.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을 가리켰다.) 얼굴 안 보이게 신문도 덮어주면 참 좋을 것 같네.
희란: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니? 잘리느라 관심 받는 건 괜찮고 안기는 건 안 괜찮다니 이게 뭐 하는 애지.
(바닥에 눕히진 않고 앉혀준다. 신문은 안 덮어줬다.)
마술부 부장: 오늘 무대로도 도와줄 거 다 도와준 것 같으니 이만 보내줄게! (실제로 다 도와준 게 맞다.) 도장 받아가야 하지?
고원우:됐어, 그냥 잊어버리는 게 낫겠다⋯⋯. (한숨 한 번 쉰다.) 우리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뭐라도 더 안 줘? 도장 말고 다른 것도.
마술부 부장: 뭐 받아가고 싶은 거라도 있어? (차트에 비둘기 모양 도장 찍어줌.)
고원우:먹을 거⋯.
마술부 부장: 아까 사둔 쿠키 있는데! 그거라도 좀 줄게. 수고했다! (쿠키 안겨주고 보냄.)
───────  ───────
희란:야, 슬슬 정신 차렸으면 다음으로 어디 가야 하는지 좀 말해.
고원우:요리부로 가자. (물병 하나 싹 비우고 일어난다.)
M:요리부의 부스는 일일 카페로 보입니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은 다 여기로 모이는 것 같네요.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당신 목에 걸린 것을 보고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이거⋯ 딱 봐도 '살았다' 싶은 표정인데요?
고원우:잠깐, 난 못 먹으면 일 못 해.
M:멈춘 사람들 중 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사람이 헐레벌떡 빵을 들고 나옵니다.
요리부 부장: 자, 빵부터 드세요. 그리고 인력이 부족한데 서빙 좀 잠시만 도와주세요!
고원우:응, 일단 이거 다 먹고! (냅다 우걱우걱.)
(마히다. 근데 먹다가 희란한테 권하는 거 잊어버림⋯.)
희란:(그 옆에서 잘 먹네⋯ 라는 생각 정도 하는 듯 서 있다.)
고원우:(아까 가져온 쿠키 입에 넣어준다.)
희란:(뭐지? 입에 쿠키 하나 넣어져서 우물거림.)
고원우:맛있다, 그치.
희란:아까 그냥 먹을 거나 물려줄 걸 그랬네. (공략 방법 찾았다는 생각 함.)
고원우: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 (정색.)
희란:아, 내가 주는 먹을 거는 장난이다?
고원우:그런 걸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라는 거지.
쿠키나 마저 먹어, 서빙 도와줘야해.
희란:아까 그게 대체 왜 중요한 문제인데. 어이없어. 억울해.
(쿠키나 우물거리다 삼킨다.)
M:그 사이 요리부 부장이 앞치마를 찾아와 내밉니다.
요리부 부장: 자, 이거 입고 서빙해주시면 돼요.
M:서빙해야 할 배정 테이블은 테이블 1, 테이블 2, 테이블 3.
어느 곳부터 서빙할까요?
고원우:(테이블1부터 서빙한다.)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주문은 커피였네요.
당신이 테이블 위에 주문품을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들이킵니다.
(반응은?)
쓸쓸한 사람: 커피가 찰흙처럼 써요. 맛있어져라 주문 누가 안 외워주나⋯⋯.
M:어떻게 할까요?
고원우:되겠냐? (위협 시도함.)
위협
기준치:15/7/3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쓸쓸한 사람: 그렇지만 쓰다고요. 여기는 서비스 정신도 없나~ 안 외워주나~.
(희란 봄.)
희란:(보는 시선 느낌.) 뭔데?
고원우:음식이 맛있어지게 만드는 능력은 없어?
희란:그런 게 있겠냐? 읊어나 주고 보내. (매정.)
죽을 정도로 맛있어져라⋯⋯.
M:앞치마를 입고 맛있어져라라고 말해주는 소년이 하나 있다니⋯⋯.
아무튼, 손님은 그제서야 좀 만족한 표정을 짓습니다.
다음 테이블로 갈까요?
고원우:(2번 테이블로 가자⋯.)
M:두 번째 테이블의 주문은 케이크입니다. 주문한 사람은 받자마자 한 접시를 비우더니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춥니다.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될까요?"
고원우:되겠냐? (위협할까?)
하실 거라면 위협 판정 진행하시면 됩니다.
위협
기준치:15/7/3
굴림:13
판정결과:보통 성공
"내, 내면 되잖아요!"
그 사람은 돈을 내고 도망칩니다. 아니, 돈이 있었잖아요?!
해냈다.
희란:아주 좋으시겠어⋯⋯,
M:다음 테이블로 갈까요?
고원우:(가자! 다음 테이블로.)
M:세 번쨰 테이블에는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며 앉아 있습니다.
고원우:(주문을 들어본다.)
초등학생A: 여기에 집사 오빠나 메이드 언니 없어요? 그런 카페라고 해서 온 건데에⋯⋯.
초등학생B: 집사 오빠가 있어야 공주님이 될 수 있다고요. 있다고 했다고요!
고원우:공주님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은 없어? (소곤소곤.)
희란:널 집사로 입혀줄 수 있는 능력은 있어. (소곤소곤.)
고원우:그럼 공주님도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좀 해봐. (소곤소곤.)
희란:공주님은 무리라고. 그냥 네가 입으라니까? (소곤소곤.)
고원우:⋯⋯아니, 메이드 언니도 없냐고 물어보잖아. 그럼 누나가 입어도 되는 거 아닌가? 난 아까 고생 꽤나 했다고. (그만큼 먹기도 했다는 사실은 벌써 소화되고 잊어버린 듯⋯.)
희란:도와달란 소리 들은 건 내 앞의 인간인데 어째서 내가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지?
⋯⋯안 돼?
⋯⋯.
고원우:
말재주
기준치:45/22/9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희란:고원우 정말 짜증나⋯⋯
(손가락 튕기더니 광고지에서 본 복장으로 변환한다⋯.) 그래서 뭐 하면 되는데? 메이드가 뭐고.
고원우:자, 여기 메이드 언니 있네~.
원하는 게 있으면 메이드 언니가 다 들어주실 거야.
초등학생A: 정말 메이드 언니예요?!
초등학생B: 메이드 언니잖아! 입은 것 보면 딱 안 보여?
초등학생A: 메이드 언니! 우리 공주님이죠?
희란:⋯⋯? (그래서 메이드가 뭔데? 상태다.)
고원우:그, 있잖아. 공주님을 모시는 사람⋯⋯. (소곤소곤.)
희란:그래서 공주님들⋯. (몸 높이 낮춰서 시선 높이 맞춘다.) 여기에서 하고 싶은 게 있으셨나요? (고원우 두고 보자.)
초등학생A: 메이드 언니가 케이크 주면 좋겠어요!
초등학생B: 나는 우유도!
초등학생A: 앗, 그러면 난 코코아!
희란:(치마자락 적당히 펄럭이면서 한 손에 주문받은 메뉴 들고 와 세팅한다.)
네, 공주님 두 분을 위한 주문 여기 있어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고원우:꼭 진짜 메이드 같았어. (칭?찬.)
희란:그거 칭찬 맞냐.
고원우:잘한다는 거였어.
희란:두고 보자, 정말⋯⋯.
요리부 부장: 서빙 다 끝난 것 같은데 맞아?
고원우:응, 보다시피 완벽하게.
희란:(그 사이 복장 원래 교복대로 되돌렸다.) 누구 하나를 희생해서 말이지⋯.
요리부 부장: 뭘 한 거지⋯⋯?
고원우:네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요리부 부장: 어쩄든, 수고했어! 도장 받아가야 하지? 차트 주면 찍어줄게.
고원우:진상 많더라. (차트 내민다.)
요리부 부장: 그게 이 부스의 최대 단점이지. (케이크 모양 도장 찍어준다.) 수고했으니 쉐이크 하나씩 포장해서 들고 가. 그냥 줄게!
고원우:거절 안 할게. (냉큼 큰 사이즈로 두 개 주문함.)
많이 먹어도 괜찮지? (이미 주문 끝내고 말함.)
희란:주문 다 끝내고 뻔뻔하기도 하지.
다 못 먹으면 네가 넘겨받아서 먹어.
고원우:(남기는 걸 기대하게 되다니⋯ 고개 끄덕인다.)
희란:(그리고 실제로 빨대 꽂아서 쉐이크 3분의 1쯤 먹고 내밀었다고 한다⋯.)
(전부 다 해치웠다.)
(아마 원우가 다 먹고도 좀 지났을 때 줬겠지 싶다.) 넌 무슨 애가 그렇게 빨리 먹니.
고원우:허기져서⋯⋯.
희란:아까 빵도 먹었으면서⋯⋯.
고원우:간식이잖아.
희란:너 먹여 살리려면 고생이겠다.
어떡해⋯⋯. (누구든 걱정 중.)
어차피 누나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내 일 아니니까 걱정하는 거 아니야?
내 일이면 어쩌지⋯. 이랬을 걸.
고원우:본인 일로 만들어 주고 싶네⋯⋯. (중얼중얼.) 다음 부스로 가볼까, 이제.
희란:황당한 소리 하네⋯. (가볍게 툭 침.) 오냐.
───────  ───────
M:다음 부스는 미술부로 가나요?
고원우:(나란히 미술부로 가자.)
M:미술부는 문화제의 꽃이나 다름없는 부스를 운영한다고 소문이 났던 기억이 고원우에게도 있을 겁니다.
그래요. 미술부가 하는 부스는⋯⋯ 귀신의 집입니다!
특히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 받던 부스입니다.
다만 아직 개장하지 않아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이 열리고 붕대를 둘둘 만 사람이 나옵니다.
미술부 부장: 아, 위원회 맞으시죠?
고원우:⋯⋯.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준비성이⋯.
미술부 부장: 에이, 가장 인기 많은 부스를 맡았는데 제대로 해야죠. 정식 개장은 해가 지면 하기로 했어요. 밝을 때 시작하면 덜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준비는 다 끝났긴 한데⋯⋯ 점검하실 겸 테스트 팀이 되어주시겠어요?
고원우:(옆에 있는 사람 힐끔.) 혹시 겁 많은 편?
희란:그건 어린 아이에게 물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꼬맹이 취급.)
고원우:(하?)
누가 봐도 겁 없어 보이지 않나?
희란:완전 많아 보이는데?
고원우:내기할까?
희란:무슨 내기?
고원우:먼저 겁 먹은 티 내는 사람이 지는 거지.
희란:오냐, 어디 두고 보자. (그런데 얜 내가 요괴인데 귀신을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미술부 부장: 하하, 사이가 좋네요~. 그럼⋯ (끈을 가져와서 두 사람의 손목과 손목을 이어 묶어준다.) 우선 이렇게 하시고요.
고원우:(엇?)
미술부 부장: 누가 무섭다고 다른 한 쪽을 버리고 가면 곤란하잖아요?
고원우:무섭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버릴 것 같은데⋯⋯. (중얼중얼.)
희란:날 뭐로 보는 거람. 내가 널 왜 버려? (억울해 보인다.)
고원우:혹시 모르잖아, 이제 가볼까. (모르는 척.)
미술부 부장: 앗,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 든다.) 들어가기 전에 촬영 하나 하죠.
이왕이면 잘 보이게 부스 앞에 서 주세요. (안 찍어줄 거란 생각도 안 함.)
고원우:(왜 안 찍어줄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거지?)
(그래도 상대가 머쓱하지 않게 부스 앞에 선다.)
미술부 부장: (그야 위원회고 여자애랑 같이 온 이상 사진은 찍어줄 거라는 고교생의 믿음 같은 거.)
희란:(옆에 서긴 함.) 그런데 이게 뭔데?
고원우:거긴 사진 같은 거 있어?
희란:사진⋯? 초상화 같은 거 말하는 건가.
고원우:초상화이긴 한데, 번지지도 않고⋯ 보관하기 편해. (이후 종이가 질기다⋯ 이런저런 설명까지 해준다.)
미술부 부장: (이런 것까지 설명해?) 음, 찍어주실 거 맞는 거죠?
 맞으면 포즈도 취합시다! 5초 뒤에 찍어요~. (카운트다운 시작.)
고원우:(둘 다 그럴듯한 포즈를 취했다1 아니다 그냥 찍혔다2 2)
(그렇게 됐다.)
미술부 부장: (그냥 찍혔다. 카메라가 사진을 뱉으면 몇 번 팔랑거리다 건넨다.) 자, 여기 있어요~.
희란:(건넨 거 잡아챔.) 와, 되게 바보 같아.
고원우:자기 소개야? (같이 봄.)
희란:옆에 있는 인간 소개. (엉성하고 얼결에 찍힌 것 같은 사진임.)
고원우:자고 일어난 것 같은 사진이네. (농담⋯.) 이제 들어갈까? 사진은 누나가 챙길거야?
희란:난 실제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둬라. (진담임⋯.) 뭐어, 내가 챙길래. 기념이라는 거지 이거? (대답은 안 하고 먼저 들어감.)
고원우:(뭐야? 같이 들어감.)
M:발을 들이자마자 싸한 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옵니다.
따르는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 이거,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이하로는 시스템 안내입니다. 체험자는 총 5번의 1D12를 굴립니다. 굴리는 다이스 값에 따라 확률적으로 체험 내용이 선정되니 참고 바랍니다.
고원우:35
귀신의 집에 들어오기도 3분 즈음 지났을까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설마⋯ 이 작은 귀신의 집 안에서 길을 잃은 건가요?
⋯⋯.
M:길을 찾으려면 항법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항법
기준치:10/5/2
굴림:6
판정결과:보통 성공
부스 안에서 길을 잃었다고 할 순 없겠죠. 심지어 바로 옆에 손목을 묶고 같이 있는 요괴가 있다고 생각하면요.
내내 놀림받을 겁니다, 이거?
M:그런 마음가짐으로 당신은 길을 찾아냅니다. 애초에 왜 길을 잃은 거냐고요. 옆에는 요괴가 미심쩍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옷자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처음엔 약하게,
그리고 다음으로 거세게⋯⋯?
고원우:⋯⋯?
(3초 생각.)
어디 아파?
희란:뭐가? (영문을 모르는 상태다. 그것도 그럴 게⋯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으니까?)
고원우:⋯⋯.
(근력 판정 가능?)
M:원한다면 가능합니다. 뒤는 안 돌아보나요?
고원우:(힘으로 상대할건데 눈 마주치면 미안해질듯⋯)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71
판정결과:실패
잡아당기는 힘은 노크라도 하듯이 끊어지듯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힘을 풀었다를 반복합니다.
힘을 줘봐도 떨쳐지지가 않습니다.
돌아봐 줘. 돌아봐 달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게 말입니다.
⋯⋯그래.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지.
(돌아봄.)
M:뒤를 돌아보면⋯⋯.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옷자락을 잡은 힘은 어느새 사라졌네요.
그리고 그 순간,
쿵.
잘린 인체 모형의 조각이 눈앞에 떨어집니다.
부위는 머리네요.
고원우:(옆 사람 반응 슬쩍 들여다본다.)
희란:(감탄 좀 내면서 쭈그려 앉았다. 손으로 쿡 인체 모형 찔러봄. 안 움직이나?)
야, 야아. 얘는 안 움직이니? 내 학생 중에 이렇게 생긴 애가 있는데.
고원우:움직이진 않지, 그러면 돈이 많이 드니까.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라고 해.
희란:걔는 여기 와도 먹고 살 취업지가 생기겠네. 좋은 팁이었어.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려다 한 걸음 딛고 돌아봄.)
손 잡고 갈래? 뭔진 몰라도 너 지금 영 이상하게 구는데.
고원우:(역시 길 잃어버린 건 절대 이야기 하면 안되겠다, 그리 다짐한 후 고개 끄덕인다.)
아까 누가 날 잡았는데⋯, 그게 학생이 아니었나봐.
뭐였을까?
희란:헤엥. (가소롭다는 웃음 섞인 표정⋯.) 무서웠어?
그래, 그래. 손 잡고 가자. (손 잡았다.) 나도 선생이라 소풍에 어린 애들 손 잡고 갈 줄 알거든.
고원우:정말 무서웠다면 이런 반응이 아니었겠지. (어이없음.)
진짜 귀신인가.
희란:신경은 쓰인다는 거잖아? 진짜 요괴가 네 손 잡고 있는 마당에 말이지.
신경이 쓰이면 나한테나 집중해라, 꼬맹아. (손 잡은 채로 이끌고 걸어감.)
고원우:보통 이런 말 들으면 설레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희란:아 왜, 안 설레? 그러라 한 소리는 아니긴 하지만.
내가 이러면 설렘을 느낄 것 같아?
그러면 뭐 어째야 느끼는데. (할 것도 아니면서 왜 묻는 건지⋯⋯.)
고원우:이런 행동에 절대 설렘을 느끼지 않는다면, 반대라면 느끼겠지 뭐.
희란:원우는 겁 많은 사람 좋아하는구나~. (성의도 별로 없는 감탄 하나 하고 마저 감.)
M:걸음을 옮기다 보면, 통로 가득히 으스스한 웃음소리가 울립니다.
통로에 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까이, 또 더 가까이 소리가 울리더니⋯⋯
이제는 귓가에까지 메아리치는 것 같습니다.
이거, 녹음되었다기엔 너무 현실감이 넘치는데요?
고원우:현실감 넘친다. (이런 건 깊게 생각하지 않음.)
M:그리고⋯⋯
잡은 손이 갑자기 끌어집니다. 아니, 정확히는⋯
옆의 요괴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잡힌 손, 그게 아니더라도 묶인 손목 때문에 보폭을 맞추거나 끌려가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죠.
고원우:(일단 달린다. 그런데 왜?!)
(무서운 건가⋯?)
M:요괴를 살펴보면 무서워한다기 보다는, 어디인가 얼이 빠진 낯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감⋯.)
동시에 뒤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와 엇박자로 교차하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느린 엇박자가 점점 빨라집니다. 느리게 걷던 것이 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본다. 이 사람이 무서워 하는 거라면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 (혹시⋯.)
⋯⋯. (개가 쫓아오나?)
...
⋯⋯
그러던 끝에 출구가 보입니다.
정확히는 빛이 저 앞에서 보였습니다.
그리고 돌아본 곳에는 이상하리만큼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서 빛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걸까요⋯⋯.
고원우:오늘 이상한 일이 많네⋯⋯.
M: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상할 만큼의 어둠* 뿐이었습니다.
자, 이제 출구로 나갑시다.
고원우:혼자 있을 때는 이런 일 없었는데, 혹시⋯⋯. (봄.)
이런 걸 끌어들이는 걸까⋯.
희란:⋯⋯나 지금이라도 혼자 갈 수 있다니까. (안 쳐다본다.)
고원우:무섭다곤 말 안 했어, 특별한 경험 같아서 좀 재미있었을 지도.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에 정말 강아지라도 쫓아온 거야?
('이 사람은 고양이⋯ 그렇다면 천적은?' 에서 비롯된 의문.)
희란:⋯⋯그건 아닌데,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들릴 리가 없는 게 들리면 피하는 게 좋으니까⋯.
놀랐겠네, 이거 어서 풀어 달라고 하고 앉아서 좀 쉴까?
지금 꼭 누구 달래듯 말한다, 너⋯.
고원우:달래는 거 맞아.
희란:무서웠던 거 아니라니까.
고원우: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희란:그러면 왜 달래는데⋯⋯.
고원우:놀랐다며, 그러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하는 거지. (놀리고 싶지만 잘 참음.)
희란:⋯⋯바보 아니야? (먼저 출구로 걸어나가 버린다.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간 채로.)
고원우:같이 가! (졸졸.)
M:출구로 나가면, 미술부의 부장이 노트와 펜을 든 채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미술부 부장: 귀신의 집, 어떠셨나요?! 후기를 듣고 싶은데요.
개선할 점도 말씀해주시면 개장 전에 참고할게요!
고원우:진짜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대.
미술부 부장: 후후, 그런 소리는 저희에겐 포상이죠.
고원우:(⋯)
희란:⋯⋯저기, 있잖아.
소리는 무슨 소리들로 틀어둔 거야?
혹시, 그러니까⋯ 말을 거는 소리 같은 건, 누가 녹음했나 하고.
미술부 부장: 어, 말을 거는 소리요⋯⋯?
그런 건 틀어둔 적 없는데요.
희란:⋯⋯아, 그래? 그렇구나.
잘못 들었던 모양이네. 당연하긴 하지. 고마워.
고원우:뭘 들었길래 그래.
미술부 부장: 아니, 뭐⋯ 별 말씀을요! 도장도 찍어드릴게요. (유령 모양의 도장 차트에 찍어준다.)
희란:⋯⋯아는 인간 목소리.
인간?
그래. 환청이었나 보네.
나도 참⋯⋯. (작게 숨 내쉰다.) 다음 부스 갈까?
고원우: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니까⋯. (고개 끄덕.)
가자.
희란:그러면 뭐 어떡해. 죽었을 인간 목소리를 들었을 리가 없지⋯⋯ 라고 말할 순 없잖아?
고원우:무거운 사연이긴 하네, 처음 만난 인간한테 털어 놓기는 좀 그렇긴 하겠어. (빠른 수긍.)
희란:무거운 사연도 아니야. 그냥, 단지⋯⋯ (손목의 끈을 그 사이 풀고 앞서 걷는다.)
천 년을 사는 인간은 없으니까.
고원우:인간은 그렇게 오래 살면 금방 미쳤을걸.
희란:요괴는 그렇게 살아도 안 미치는데.
고원우:요괴는 늙지 않잖아, 건강하고. 아니야?
희란:대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면 인간도 늙지 않고 건강하다면 안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백 년을 살고⋯ 어쩌면 천 년까지 살더라도.
고원우:적어도 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고, 목표가 확실하다면 오히려 남아도는 시간에 감사하겠지.
사는 게 즐거우면 죽고 싶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잖아? 비슷한 거야.
희란:아하하, 그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돌아본다.) 그러면, 그럴 수 있다면 천 년을 살고 싶어?
고원우:당장 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는 않네. 지루할 것 같아.
희란:봐, 그렇지? 네가 아니라도 대답은 비슷할 걸. 그러니 인간이 천 년을 살 리는 없어. 수명과 상관없이 말이야.
요괴는 말이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존재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살아가기 보다는, 주어졌으니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 그러니 어떤 요괴는 천 년까지도 사는 거란다. 인간과 다르게.
아무튼, 시간 늦겠다. 다음은 연극부였지? (차트 그 사이에 봤었음.)
고원우:⋯⋯. (당신이 정의하고 있는 요괴는 일종의 자연이나 환경이지 결코 살아있는 것을 칭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견디기만 삶은 괴롭지 않나⋯.)
(하지만 당신의 입장에서 나는 천 년도 살지 못한 미물에 불과하다. 말을 얹는 건 일종의 실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연극부로 나아가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M:연극부의 부스는 소강당에서 진행됩니다.
소강당으로 향하면 실제로 연극 준비가 한창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을 보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
연극부 부장: 마침 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들이 깜빡했거든. 온 김에 좀 도와줘.
고원우: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제일 쉬운 것 같네, 여기서 좀 쉬고 있어. (말하고 힘 쓰러 감.)
M:부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옮겨지다 만 무대 세트가 보입니다. 이걸 옮기면 되는 것 같네요.
고원우, 근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M:누구 도움 하나 받지 않고도 혼자서 거뜬하게 세트를 실어 나릅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힘을 기른 거죠? 주변에서 감탄하는 걸 볼 수 있네요.
세트를 옮기는 도중,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리나를 확인하면, 몇몇 학생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내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추락합니다.
이건 분명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고원우, 만일 피한다면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피할 수 있을까⋯.)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M:당신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져 장치를 피합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 납니다. 만일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고원우, 정신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M:주변의 시선이 단번에 사고 현장에 쏠립니다. 어느새 요괴가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희란:⋯⋯너, 다친 곳 없어? (물을 필요도 없이 이미 살피고는 있다.)
고원우:(조금 놀라긴 했지만 감상 자체는 단순하다. 아, 이런 일이 생겼구나 정도.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는 언행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괜찮아, 다들 많이 놀랐겠네.
희란:큰일이 날 뻔한 건 넌데, 네가 대체 누굴 걱정하고 있어. (이를 악물었다 팔 잡는다.) 지금 저 무대장치 박살난 거 안 보여?
⋯⋯안 보이면, 내가 지금 무슨 낯인지는? (적어도 제 앞의 인간보단 나빠 보일 것이다.)
고원우:그래도 안 다쳤으니 다행이네⋯⋯. ('저거 얼마나 할까.' 장치를 쳐다보며 짧은 고민 후 얼굴을 쳐다본다. 당신⋯.)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화났어? 이번에는 내가 사고친 것도 아니잖아.
희란:(들리는 질문에 질렸다는 듯, 무언가 말을 골랐다. 정확히는 감정을 골라 여과한 것에 가깝다. 시선을 바로 둔다.) 걱정하는 거잖아. 그리고 널 제대로 걱정하지 않는 너한테 화를 내는 거고⋯⋯.
혹시 진짜 바보 아니야? 열 살 짜리 학생들도 이건 알아! 차라리 사고를 치면 화를 낼 리가 없다는 거. 사고를 치면 보통 걱정을 해. 그게 당연한 거라고.
고원우:⋯⋯알았어, 화내지 마. 걱정도 그만 두고⋯ 정말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니까. (무어라고 말을 붙여야 할 지 영 감을 잡지 못하는 듯,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일단 안심 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 이해를 해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변명.
희란:다친 곳이 없다고 어떻게 걱정을 안 하니? (무언가 더 말을 하려는 듯 하다가도 꾹 누른다. 떠도는 말들에서 골라야 한다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정도다.) 걱정을 적당히 받는 법을 배워야 해. 걱정은 당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니까.
연극부 부장: 보건실 안 가도 되겠어? 아니, 미안해! 도와주러 왔는데 큰일을 만들 뻔했네.
조금 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이건 내 실책이야.
그런데 정말 이상하네⋯⋯. 분명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점검했거든. 그때는 정말 이상 없이 튼튼했는데. 아, 변명하려는 건 아니야! 정말 미안해.
고원우:⋯⋯어차피 떠날 건데, 걱정 받는 법을 배워서 뭐해? (살면서 그정도로 자신을 귀하게 여길 사람은 몇 없다, 대충 먼지를 털어낸 후 부장을 향해 말한다.) 괜찮아, 다친 곳도 없는데 신경 쓸 필요 없어. 굳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면 일 시키지 않는 것으로 대신할까?
너는 꼭 내가 떠나면 그럴 사람 하나 없다는 것처럼 말하더라⋯⋯. (옆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당장 뭔가 말하지는 않는다.)
(대답 없이 어깨 으쓱이기만⋯.)
연극부 부장: 아, 당연하지! 그러면 리허설만 보고 갈래? 지금 저거 치우고 바로 리허설 들어갈 예정이거든. 저기 강당 내려가서 감상하고 가면 돼. 아니면 도장 찍어줄게.
고원우:보고 가자, 응?
희란:⋯⋯그래, 보고 가. (이젠 물어보지도 않고 손 잡고서 적당한 자리로 끌고 간다.)
M:자리에 앉아 몇 분인가 기다리고 있으면, 이내 연극의 리허설이 시작됩니다.
핸드아웃 :: 연극 : 신목의 시가 공개됩니다.
⋯⋯.
연극이 끝나면, 조명이 다시 켜집니다.
조명이 켜지고 주변이 다시 소란스러워진 것에 반해 관객석, 당신의 옆자리는 유독 조용합니다.
고원우:잘 만들었네.
희란:⋯⋯여기에도 이런 전설이 있나?
고원우:비슷한 전설을 알아?
희란:그래, 내 세계에도 이런 전설이 있어.
물론, 보통은 두 그루의 신목으로 알고 있지만⋯⋯.
원전은 네 그루가 맞겠지.
고원우:비슷한 전설을 공유하는 건가? 신기하네. 난 이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희란:뭐, 내 세계에서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진 않아. 나는 모를 수가 없던 것에 가깝고⋯⋯.
연극부 부장: 어땠어? 괜찮았나?! 앗, 이런 것도 일 시키는 건가?
고원우:자세히 알고 싶으면 저쪽한테 물어보는 것도. (부장 힐끔.)
아냐, 좋았어. 재미있던데?
희란:잘 만들었더라. 연극의 극본은 어디에서 참조한 건지 궁금하던데⋯⋯.
연극부 부장: 아, 그건 말이지~. 다들 잘 모르긴 하던 것 같은데, 만든 건 아니야.
 실제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라 하더라고. 이 지역의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 같은 거지. 오래도록 내려오는 연정은 연극으로 구성하기에 걸맞을 것 같아서 열심히 밀어본 거고.
실제로 우리 학교 뒷산에는 영험하다 하는 나무가 있잖아.
 그러니까~ 혹시 우리한테는 더 실감나는 기분이 들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한 거라고. 어때, 내 판단.
고원우: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니까, 백 점~. (가볍게 박수.) 나라면 이런 거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희란:하긴⋯ 나도 굳이 이런 걸 구성할 생각은 안 했었네. 연극 잘 봤어. 본 공연도 잘 됐으면 좋겠다.
연극부 부장: 고마워~! 아깐 미안했고, 잘 봐줘서 기쁘네. 도장 찍어줄게! (차트에 나무 모양의 도장을 찍어준다.)
둘 다 수고했어. 축제 즐겁게 보내!
고원우:신경쓰지 말라니까. (손 흔들어줌.)
M:차트에는 도장이 전부 찍혔습니다.
어느덧 하늘도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네요.
이대로 일은 다 끝난 걸까⋯⋯. 차트 내러 갈까요?
고원우:(내러가자!)
하루 종일 애써 일만 한 인간과 한 요괴는 차트를 내러 갑니다⋯⋯.
───────  ───────
차트를 내고, 이제 일은 다 끝났겠다 했겠죠.
그런데 이게 무슨 팔자인지⋯⋯.
"앗, 어쩌지. 마지막으로 해줘야 할 일이 생겼어."
같은 말이 들려옵니다.
위원회장: 힘들 텐데 미안해!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들려와서 말이야.
 아,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나 모르겠네. 난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서⋯ 대신 확인해줬으면 해.
M:⋯⋯아무래도, 오늘 하루를 마치려면 멀었나 봅니다.
이런 소리를 들은 이상 뒷산으로 가야겠죠.
정작 학교의 학생들도 잘 들어가지 않는 곳에 말이에요.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어두워지는 하늘과 함께 달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손애는 열쇠가 주어집니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신목이 있는 산으로 가는 열쇠가요.
───────  ───────
M:학교의 뒷산으로 통하는 문을 열쇠로 열고 나가면, 산은 생각보다 높아 보입니다.
산은 자주 오르는 편인가요?
고원우:(제법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M:사실 고원우가 산을 얼마나 잘 오르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앞장서서 걸어가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어디로 향하는 건지는 아는 걸까요?
희란:외부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것 같네.
따라와라, 꼬맹이. (평지를 걷듯 위로 향한다.)
고원우:(꼬맹이?)
뭐 문제 있어? (올라가다 뒤돌아서 봄.)
날 왜 그렇게 불러?
희란:그야 어리니까⋯ 아, 이건 별로라 했었나. 거참, 어린 걸 어리다고 하지⋯⋯. (꿍얼꿍얼.)
원우야, 따라와. 손도 잡아주랴?
고원우:손 같은 거 잡을 필요 없거든? 그러다 한 사람 넘어지면 어쩌려고. (새침하게 거절.)
얼른 가기나 해. (그놈의 어리다는 말⋯ 지긋지긋⋯.)
희란:넘어지지 않게 해줄 자신이 있으니 물은 거지. 뭐 싫으면 됐어! (그러고는 어디론가 방향을 잡아 나아간다.)
M:요괴를 뒤따라 걷다 보면,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는 하늘로 높이 뻗어 있습니다.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종종 소문으로나 듣던, 연극에서도 들리던 신목이 꼭 이렇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나무의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고원우:⋯⋯이런 곳에 있다는 거야?
희란:⋯⋯.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새끼줄을 걷어 신목 앞으로 가다다서는, 손바닥을 펼처 나무의 표면에 가져다 댄다.)
M:요괴는 그런 채로, 한참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분명 이상한 광경임에도 그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강제력이 작용합니다.
몇 분이 지납니다.
⋯⋯.
그제서야 요괴의 움직임이 다시 찾아듭니다.
희란:아까 뭐라고 했었지. 다시 좀 말해줄래? (가볍게 다시 원우의 옆까지 뛰어온다.)
고원우:외부인이 여기 있다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방금 뭐 한 거야?
희란:아, 외부인은 두 번째 신목 밑에 있대.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던데. (흐르는 시선이 향하는 곳이 방향인 듯 싶다.) 지금 내가 뭘 한 것 같아?
고원우:음⋯⋯. (곰곰.) 나무랑 대화라도 했어?
희란:정확하게 맞췄네.
고원우:⋯⋯진짜야?
희란:그럼 내가 저런 걸 어떻게 알아냈겠니?
고원우:저거랑도 대화할 수 있어? (굴러다니는 돌 봄.)
희란:요괴를 뭐로 보는 거람. 당연히 무리지!
고원우:그럼 이 나무랑 어떻게 대화한 건데?
희란:나라고 모든 나무랑 대화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물론 보통 요괴는 이런 것도 못 하고. (손으로 새끼줄로 둘러싸인 나무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이건 신목이라서.
신목은 이계와 인계를 잇는 문이라⋯ 요괴들 중에서도 극소수는 신목을 다룰 수 있어. 이번 세대에는 나밖에 안 남았으니 내가 유일하려나.
신목의 문이 열리려면 본래는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잖아. 나는 그럴 때를 대비한 살아있는 열쇠인 셈이야. 강제로 신목의 문을 개방할 수 있는 요괴라는 거지⋯⋯.
고원우:이런 게 문이구나⋯⋯. (나무를 올려다본다.) 좀 멋있네, 갑자기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겠어⋯. (그렇지만 그런 역할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짧게 생각하다가 고개 돌린다.) 두 번째 신목 밑에 계속 있어야 할 텐데, 더 움직이기 전에 찾으러 가자.
희란:뭐, 평생을 당연하게 여겨온 거니 그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후임이 하나쯤 생기면 좋을 텐데. (반면 나무를 바라볼 생각도 않은 채 앞선다. 가벼운 어조로 뭘 생각하는 것인지⋯⋯.)
하긴⋯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면 그것도 소용이 없으려나. 없는 이유를 알 것도 같고. (작게 웃는다.) 다른 특이사항도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고원우:⋯⋯. (돌아갈 곳이 사라진다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말을 아낀 채 고개만 두어 번 끄덕인다.)
희란:강제로 뭔가 여는 거엔 큰 힘이 필요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생긴 능력이 하나 있어. (품속에서 방울 꾸러미를 꺼내 들어보인다. 어두운 곳에서도 이상할 만큼 빛나는 물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만도 한 것.)
힘을 방울로 압축해서 여분을 담아두는 거야. 문을 여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지.
고원우:⋯⋯그런데, 그렇게 하면 현재의 당신은 조금 더 약해지는 거 아니야? 방울을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 누군가에게 줄 수도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위험하잖아.
악용하기 너무 쉬워.
희란:나눠둬도 당분간 내 보신은 할 수 있을 때 그러니까 그런 걱정까진 안 해도 괜찮을 걸. 쉽게 주지도 않을 정도의 자각도 있어. 물론, 실제로 누군가에게 한 번 준 적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보통은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니까. 누가 가지고 있어봐야 단순히 액운을 줄이는 부적 정도로나 쓰일지도.
고원우:우연으로 사용하게 된다거나, 그런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나보네⋯⋯. (그나마 안심했다.) 당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받은 사람은 본인이 뭘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
희란:그러면 그건 그럴 운명인 거지. 애초에 나라고 꼭 악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으쓱여 보인다.) 아마 몰랐을 거야. 말 안 해줬거든. 알면 써먹을 생각이나 할까 싶어서. 그 방울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네⋯⋯.
지금껏 내가 본 당신이라는 사람은 너무 착해서 악용할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거든? (곰곰.) 그 사람이 당신을 친구로 생각했다면 어디에든 보관해두지 않았을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도 선물 받은 거니까.
⋯⋯지금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 맞지? (확연히 당황했다.) 뭐⋯ 그랬었다면 좋겠네. 지금은 당연히 죽었을 테니까, 어딘가 창고에나 처박혀 있을지도 모르고. 나름 귀한 방울인데 말이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 방울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볼 수 없어? 먼 나라에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야.
내 자신감이 문제가 아니라, 네 인식을 좀 개선하도록 해 문제 아닌가? 너 내가 성격 나쁜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내가 누군가한테 주는 방울에 그런 기능을 달아두면 그건 범죄야. 보면 알아볼 수 있긴 하지만.
고원우:남한테 해를 끼칠 정도로 나쁜 건 아니잖아. (흥.)
희란:해를 끼칠 수도 있지. 좀 긴장이라도 해둬라. 날 얼마나 봤다고. (흥.)
(이상한 사람⋯ 이라고 생각함.)
(일단 따라가긴 하지만⋯.)
너 무슨 생각 했냐. (흘긋⋯.)
고원우:아무 생각 안했는데?
희란:아, 진짜 수상한데.
고원우:(흥얼흥얼⋯.)
희란:(좀 째려보다 성큼 앞서감.)
(졸졸.)
하늘이 한참 어두워집니다.
M:십 분 정도를 재던 게 거짓은 아니었는지 저 너머로 크게 드리워진 나무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고원우:어, 찾았다.
희란:찾았다는 뭔 찾았다야. 애들 데리러 안 가?! (등 밀어버림.)
고원우:어어. (밀림.) 얘들아~, 너희 거기서 뭐해?
M:소리가 들리자 아이들 중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립니다.
(왜?!)
초등학생 A: 개, 개구멍이 있길래애애⋯⋯. 넘어왔더니 여기에서, 길을 잃어서어어어엉⋯⋯.
초등학생 B: 야, 야아. 울지 마. 울었다고 우리 버리고 가면 어떡해⋯⋯!
고원우:운이 나빴네, 그렇지만 여기 길 잘 아는 누나도 있으니까 안심해. 돌아가자.
(손 내밈.)
희란:너 스스로 안심을 시키라고.
고원우:(못해.)
희란:(왜.)
고원우:(내 얼굴 보고서 안심이 되면 그건 수상한 거 아닌가?)
초등학생 A: (훌쩍이며 원우를 지나쳐 옆의 누나 손 잡는다.)
초등학생 B: (눈치 좀 봄.) 저라도 형 손 잡아드릴까요⋯⋯.
아냐⋯.
가도 돼⋯⋯.
 (눈치 좀 더 보다 친구 손 잡으러 감.)
희란:잘 하는 짓이다⋯⋯. (졸지에 애 하나 손에 들림.)
고원우:난 최선을 다했어.
이게 최선을 다한 결과? (애들이랑 원우 번갈아 봄.)
누나가 좋대.
좋은 걸 어쩌겠어?
희란:과연 내가 좋은 걸까 이거.
고원우:안 좋아하는 사람 옆에 가겠어?
좋은 게 좋은거지.
희란:그래, 자기 합리화 잘 해라⋯⋯.
시간 늦었다, 가자.
M:실제로 하늘이 어둡습니다.
이만 갈까요?
고원우:(함께 돌아간다.)
M:우는 것도 서서히 그친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갑시다.
고원우, 관찰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M:순간 무언가 불길한 감각이 들어옵니다.
감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무 위를 바라보니⋯⋯.
나무 위에, 검게 일렁이는 작은 그림자가 비춰져 있습니다.
그림자인데도, 어떤 두 눈이 밝게 빛나서⋯⋯.
푹.
갑작스레 발밑이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저항할 수 없는 압력에 의해 고원우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어재의 일부터 오늘 있었던 사건까지. 어째서 이런 불운이 자꾸 닥치는 거죠?
무릎은 쓸리고 발목은 시큰거립니다. 쉽사리 걷고자 시도할 수 없는 통증입니다.
희란:(어느새 애들 손을 잠시 놓고 다가와 살핀다.) 걸을 수 있겠어? 인간은 못 걷겠는데, 이거.
고원우:(분명 뭔가 봤다고 하면 불안해 하겠지⋯.)
조금 어려울 것 같긴 하네, 딴 생각을 했더니.
희란:넌 무슨 조금 눈을 떼기만 하면 다치니? 보는 요괴 불안하게.
이러니까 내가 널 함부로 못 놔두겠는 거 아니야!
고원우:애들 듣겠다, 좀 작게 말해!
희란:너도 애거든, 애!
(불만 가득하게 보다 딱히 의사 안 묻고 안아들었다.) 자, 애들아. 데려다줄 테니까 가자.
고원우:(어이 없는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눈 감음⋯.)
희란:(흥.)
(업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길래 일부러 선택했다.)
M:그 뒤 혼자 검은 그림자를 다시 찾아봐도 어떤 형태도 보이지 않습니다.
산에서 내려간 뒤로는 아이들을 돌려보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위원회장에게 보고를 마치면 정말 오늘의 업무는 끝.
보고 자체도 금방 마칠 수 있습니다.
(이대로 보고하는 건 조금 머쓱하니까 내려 달라고 한 후 보고를 하러 간다.)
(인간은 근성⋯)
M:혼자 걷겠다고요?
고원우:(안될까?)
M:건강 판정 해봅시다.
고원우:
건강
기준치:70/35/14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M:인간은 근성. 좀 지나고 보니 스스로 걷는 것까진 가능하네요.
hp 2 차감해주세요.
고원우:(후.)
운동 열심히 하길 잘했다.
희란:얌전히 나한테 안기면 되는 문재 아닌가.
고원우:좀 그래.
희란:왜?
고원우:그런 게 있어.
희란:뭔데?!
고원우:('약해 보이는 건 별로잖아⋯.' 생각하며 뚜벅뚜벅.)
(약해 보이는 거랑 만만한 건 별개라고!)
M:원우의 상태가 어떻든, 학교 전체에는 어느 새 노래가 흐릅니다.
운동장을 보면 캠프 파이어가 진작 시작한 것이 보이네요.
부스도 오늘은 거의 정리됐는지, 위원회장 역시 부스의 옆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직 참가하지 않은 건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처로 슬쩍.)
위원회장: 아, 드디어 왔어? (반색했다.)
고원우:(꼬질꼬질.)
위원회장: 어, 그런데 상태가 그게 뭐야?!
고원우:넘어졌어, 괜찮아~.
위원회장: 누가 봐도 안 괜찮잖아.
(도장판 내민다.)
괜찮다니까?!
 (도장판 받아들었다.) 아까 캠프파이어 시작했는데, 포크 댄스는 참여할 수 있겠어?
고원우:근처에서 박수는 칠게.
위원회장: 봐라, 안 괜찮잖아.
고원우:(하⋯.)
알면서 왜 물어봐?
위원회장: 네 옆에서 흉흉한 기색으로 있는 여자아이 눈치가 보여서.
희란이 많이 화난 것 같은데, 눈치 좀 봐라.
고원우:원래 누나는 24시간 화가 나있어, 이유는 모르겠네.
희란:(옆에서 듣고 있다 참지 못함.) 뭐라고?
고원우:아니야.
희란:뭐가 아니야.
고원우:아무튼, 포크 댄스는 참여 안 해도 되는 거지?
위원회장: 뭐, 그렇지. 이만 갈래? 구경은 해도 좋고.
오늘 너무 고생한 것 같이 보여서 마음이 안 좋다.
고원우:응, 그러자. 고생은 좀 하긴 했는데⋯ 재미는 있었어.
위원회장: 재미는 있었다니 다행이지만⋯⋯.
 그러면 뭐가 됐든 편하게 해. 내일 좀 더 나은 상태로 보자⋯.
 희란이는⋯ 그래도 쟤 불쌍한데 조금 봐주고.
고원우:다들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희란:이러는데 봐주라고⋯⋯?
위원회장: 음⋯⋯.
아냐, 때리는 것만 나중에 해라. (태세 전환.)
고원우:(나참.)
희란:나도 지금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애를 지금 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아.
위원회장: 그렇다면 더 다행이네. 원우 잘 돌봐주고, 또 보자. (손 흔들어줌.)
고원우:(나 빼고 호흡 맞추지 마.)
(하⋯.)
(그래도 손은 흔들어줌.)
M:그러면 이제 집으로 가나요?
고원우:(터덜터덜.)
(잔소리 무시하고 가자.)
두 사람은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원우가 잔소리라고 하는 걱정을 한참 늘어두다, 요괴는 문득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말의 소리가 멎습니다.
희란:⋯⋯있잖아,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고원우:뭔데?
희란:하늘에 있는 저건 뭐야? 왜 어두울 때 빛이 나는 거지⋯⋯. (달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고원우:원래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는 거야. 너무 당연한 거라서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네.
희란:너희 세계에는 그런 게 뜨니? 신기하네.
우리는, 그러니까⋯ 어두워진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거든. 그러니 어두울 때는 알아서 앞을 밝혀야 해. 혹은 내가 반딧불이라도 있는 곳에 있길 바라거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등불을 잊지 않는 거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고개는 저물지 않는다.) 하늘에 저렇게 많은 게 있는 건 처음 봐.
고원우:⋯⋯. (물론, 과학적 이유도 있겠으나 그것을 설명할 만큼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은 없다. 입 다물고 얌전히 듣기만 하다가⋯.) 방금 당신이 가리킨 건 달, 옆에 흩뿌리듯 있는 작은 건 별이라고 해. 우리 옆에 서 있는 건 가로등이고. 빛은 언제나 당연하게 옆에 존재하고 있어, 그건 편하고 좋아. 달이 없는 세계라니⋯, 신기하네. 생각해 본 적도 없어.
희란:⋯⋯. (설명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한다. 정확히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그동안 알아왔던 것을, 어릴 적부터 당연히 알아온 전설의 말을, 그리고⋯⋯.)
혹시 너희 세계는 평평하지 않아? (때에 걸맞지 않는 물음을 던졌다.)
고원우:예전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듣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구는 둥글어. 행성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촬영해 오기도 했고.
잘은 모르겠지만⋯⋯.
희란:⋯행성 바깥? 이 세계의 바깥이 따로 있어?
고원우:응, 집에 가서 검색해서 보여줄까? 동생 방에 책도 있을 텐데⋯⋯.
희란:⋯⋯그래. 집에 우선 가고서. (사이에 침묵이 지나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이전보다 무던한 조였다.)
고원우:⋯⋯. (어쩐지 조용하게 돌아가게 됐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요.
한 사람과 또 한 요괴는 원우의 집에 도착합니다.
───────  ───────
도착한 집은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어머니는 집에 있는 날이 더 적고, 여동생은 오늘까지 친구 집에 있는다 했었죠.
옆의 요괴가 좀 의심스럽게 보는 것도 같지만⋯ 상관은 없잖아요? 아마도.
고원우:(왜 저렇게 보는 거야? 고개 돌림.)
희란:(고개 돌릴수록 눈 가늘어진다⋯. 혹시? 설마?)
(그래⋯⋯ 쟤도 자존심이 있겠지. 넘어가주자.) 대강이라도 치료는 해야 하지 않겠어? 도구 있으면 줘.
고원우:뭐 이런 걸 남의 도움까지 받아야 한다고. (혼자서도 잘해요.)
응급처치
기준치:30/15/6
굴림:45
판정결과:실패
(응⋯?)
희란:받아야 하겠는데?
남의 도움이 정말로 필요할 것 같이 보이는 건 내 착각인지.
고원우:착각일걸⋯⋯. (집안 뒤적거리며 소독약과 연고, 밴드 찾아온다.)
희란:웃기지 마라. (찾아온 곳까지 따라가서 간이 붕대까지 가지고 온다.) 얌전히 앉아!
고원우:난 어려서 소독만 잘해도 금방 다 낫거든? (소파에 앉음.)
희란:어려서 자랑이다, 자랑이야. 꼬맹이 소리는 싫어하면서. (그러면서도 자재들을 사용해 다친 곳을 어느 정도 수습해준다.)
고원우:이상한 힘도 쓸 줄 알면서 이런 건 어디서 배웠대.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래도 그런 말을 하니까 당신 걱정도 반이나 줄었지. 안 그래?
희란:나도 힘을 조절 못하던 어린 시절은 있으니까. 물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고개를 까딱인다.)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바보 꼬맹아.
고원우:어떻게 해야 신경을 안 쓰게 만들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내 어깨 으쓱.) 됐어, 알아도 전혀 실천하지 못할 것 투성이겠지.
오늘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희란:왜 그렇게 고집을 부릴까. 신경을 안 쓰는 게 좋니?
뭐어, 온종일 다치고 고생해서 그렇겠지. 너희 집 뭐 없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이 요괴⋯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집안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M:내부가 크게 넓지는 않아도 방 몇 개 정도는 있습니다. 가족 각자의 방, 그리고 창고 겸으로 쓰이는 서재가 있는 정도로는요.
고원우:(졸졸 따라감. 어느 쪽으로 가는데?!)
희란:(서재 보고 안쪽으로 이미 들어갔다.)
고원우:(같이 들어간다!)
M:서재에는 주로 오래된 서적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래서 창고를 겸했던 거였죠. 학구열이 있는 학생이라면 꽤 흥미로울 법도 합니다만⋯ 고원우에게 크게 해당되는 지점은 아닙니다.
서재 한켠에 데스크탑이 있어 어느정도 드나들기는 합니다.
고원우: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가도 돼,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텐데. (무책임.)
희란:고서는 소중하게 여겨야지. 들어는 두겠어. (고서 쪽으로 가서 서적들 들춰보기 시작했다.)
M:컴퓨터로 하교길 말했던 걸 보여줄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그 이전에⋯⋯
고원우, 지능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지능
기준치:40/20/8
굴림:91
판정결과:실패
(멍.)
글자네.
M:그곳에 쌓인 낡은 문헌들은 거의 읽지 않았지만⋯⋯ 분명 전해 내려오는 옛 고서들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괴라 이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요?
혹은 고원우 본인이 그른 쪽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괴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서적을 쌓아둔 채 문헌을 읽고 있습니다.
고원우:(글자는 관심 없어서 책 세워놓고 도미노함;)
도미노는 잘 하는 편인가요?
(당연하지!)
M:책으로도?
고원우:(솔직히 머리 쓰는 거 아님 평타 이상이다.)
M:그럼 한참 도미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요괴가 일어나서는⋯⋯
희란:(책으로 한 대 때렸다.) 이놈, 책이 장난감이냐?
너는 책 볼 자격이 없다, 없어! 나가서 잠이나 자!
고원우:아니, 왜?!
M:⋯⋯하긴, 슬슬 잘 시간이긴 하네요.
희란:난 오늘 여기서 잘 거니까, 혼자 알아서 자.
고원우:그냥 당신도 책 읽지 말고 자러가자⋯. (징징.)
희란:너 지금 꼭⋯ 책이 나보다 먼저냐고 칭얼거리는 것 같다⋯⋯.
고원우:맞는데?
신경은 쓰지 말라고 하면서 이런 건 또 맞다 하고, 요새 애들 마음 참 어렵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정말 여기서 자려고? 그렇게 재미있어?
희란:뭐가 다른데.
책 읽다 자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서? 재미 쪽은 아니고⋯⋯ 자료 탐색 같은 쪽.
고원우:⋯⋯. (하는 일을 방해하는 건 좀 그렇지 역시⋯. 고개 끄덕임.)
알았어. 갈게.
희란:(흘깃 봄.) 혼자 자는 거 무서우면 지금 말해라.
고원우:무섭겠냐고.
말없이 어디 가지 말고, 누구 따라가면 안 돼. 알았지?
희란:이건 또 뭐지⋯⋯. 집에 있는데 불안하니? 내가 꼭 길에 내어둔 미아 같고.
고원우:물가에 내놓은 고양이 같긴 해.
아니, 도로라고 해야 하나.
희란:너 내가 눈 뜨면 사라져 있어도 네 망언 때문이겠구나 해라⋯⋯.
난 진심이었는데.
고원우:(덮을 거라도 주섬주섬 갖다줌⋯.)
희란:진심의 망언이라니 가산세 붙었어. (덮을 거 받아든다.)
고원우:처참하네. ('나 진짜 간다? 간다?' 하는 얼굴로 봄.)
희란:알면 됐어. (혹시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하란 건가? 하는 생각 중.)
⋯⋯음, 흐음, 흐으으음.
(완전 고민⋯.) 아 정말, 이런 거 언제 했나 기억도 안 나는데. 잠깐 이리 와.
⋯⋯왜?
고원우:(뭐지? 가까이 가지만 의심 가득한 얼굴.)
희란:아 참, 오라면 올 것이지. 꼭 오면서 묻고 있어.
(가까이 다가오면 끌어당겨 한 번 안았다 놓아준다.) 잘 자. 좋은 꿈 꾸고.
고원우:⋯⋯.
(이거 뭐야?!)
희란:인사 받고 싶은 거 아니었어? (멀뚱⋯.)
고원우:(싫은 건 아니야, 싫은 건 아닌데 떨어지니까 괜히 허전하고⋯ 그런데 이 사람이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나 싶고⋯ 원래 이렇게 거리감 없나⋯.)
(생각 많아짐.)
맞긴 한데.
⋯⋯.
⋯⋯.
잘 자⋯⋯. (도망침.)
도망친 원우는 그대로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눕습니다.
피곤했으니 잠은 잘 올 것 같아요.
실제로 베개에 머리를 두자마자 곧 잠에 빠져듭니다.
오늘만큼은 꿈도 꾸지 않고요.
혹은, 어떤 꿈이든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
아침은 밝아옵니다.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  ───────
당신은 개운하게 기상합니다.
어제 다쳤던 다리의 통증마저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튼튼한 편이기는 해도 하루만에 나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도요.
바닥에 걸음을 내딛어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네요.
이상한 조화입니다.
고원우:(흠.)
아침이라 그런지, 집안은 고요합니다.
고원우:(건강 관리를 내가 심각하게 잘했나보군.)
조용하네~.
가족들이 집에 없으니 당연하겠죠.
사람이라고는 당신 하나밖에 없다는 듯⋯⋯
누군가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고원우:(서재로 가본다.)
M:서재는 단정하게 정돈이 되어 있습니다. 어제 처음 들어갔을 때보다도 깔끔한 광경입니다.
서재의 탁자에는 책 학 권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 외로는 서술할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말의 뜻은⋯⋯.
요괴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원우:(책 근처에 쪽지라도 남긴 거 없나? 뭐야?)
M:책 부근을 살펴보면 책의 제목이 보입니다.
제목은 '이계탐험록'이네요.
이상한 것은⋯⋯ 펼쳐도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종이의 결, 누르스름한 오래된 종이 특유의 색, 곰팡이 향은 여전하지만 적힌 글자만큼은 마치 누군가 가져간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한가요?
문득, 당신에겐 익숙한 감각이 들어옵니다.
이상하게도 오래 전, 이 책을 꼭 읽었던 것만 같습니다.
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0/1)
고원우: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71
판정결과:실패
M:⋯⋯그렇지만 내용 한 글자마저 기억나지 않습니다.
쪽지는 없네요.
그러고 보면, 어제 인사를 하면서도 '내일 보자'와 같은 미사여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떠난 걸까요?
의문은 당연하지만, 지금 당신에게는 학생의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전히 축제고, 오늘도 축제를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잖아요?
요괴는 사실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였을 뿐, 생각해보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죠.
지금 가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서두르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학교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서둘러 준비는 한다, 하는데⋯.)
준비를 마치면, 이제 학교에 가면 됩니다.
(학교에 가자⋯.)
등교길은 제법 한산합니다.
등교할 사람은 이미 다 했다 이거겠죠.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는 것도 머지 않아서입니다.
축제로 소란스러운 분위기, 즐거운 웃음소리, 들떠있는 모두들.
학교의 광경도 어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따지자면 어제도 학교는 혼자 들어갔으니, 정말 어제 그대로겠네요.
도착하면 가야 할 곳도 어제와 다를 것 없을 겁니다.
위원장에게 해야 할 일을 받아서, 어제 한 것처럼 해내면 되겠죠.
고원우:(뭔가 허전⋯.)
M:관리 부스로 갈까요?
고원우:(터벅터벅.)
위원회장: 아, 왔구나? 튀어서 안 오나 했네!
M:위원회장은 부스에 앉아 당신을 여전히 반기고 있습니다. 어딘가 한 구석 곤란한 낯이지만 말입니다.
고원우:무슨 일 있어?
(나도 무슨 일 있으니 적당한 일이 있다고만 해라.)
위원회장: 아니, 그게 말이지. (부스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어.
M:구석을 보면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고원우:저게 왜?
위원회장: 누구 소행인지 밤새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됐다고. 대체 이게 뭔 일이지 싶고.
 아무튼,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긴 한데⋯⋯.
M:고원우, 관찰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저런 걸 학생이 했을 리는 없지 않나?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위원회장: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M:기기는 정말 심하게 망가져 있습니다. 심지어 뒤틀린 모양새는 기이합니다. 사람의 완력으로 저게 가능한 걸까요?
고원우:(그러니까!)
무슨 일이래, 이게.
위원회장: 그러게. 우선 문제는 해결했으니까⋯⋯ 원우 넌 다른 애들이랑 저 망가진 거 바깥에 내다 놔주면 될 것 같아.
M:부스 안쪽으로 위원회 측 사람 몇이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같이 옮기면 될 것 같네요.
고원우:그래. (본인에게도 일이 있지만⋯ 남의 일에 훨씬 더 놀랐다. 짐 옮기자⋯.)
위원회장: 고마워, 수고해줘!
⋯아, 그러고보니.
원우 너, 오늘은 희란이랑 따로 왔어? 구경 시켜준다는 건 어제로 끝?
고원우:아니, 원래 계획은 쭉 같이 다니는 건데⋯⋯.
싸우고 나서 없어져버렸어~. 본 적 있어, 오늘?
위원회장: 나 아까 마주쳤는데. 제대로 싸웠나 보네?
고원우:어디서?
위원회장: 어, 아까 정문 부근에서. 교복도 다 입고 학교 안쪽으로 들어가던데.
고원우:그럼 여기 있다는 거네, 고마워.
위원회장: 어어, 그래. 화해 잘 하고.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더라.
고원우:⋯⋯.
어디 아픈가? (중얼중얼.)
(부스 나가서 주위 휙 둘러봄.)
주위는 여전히 즐겁게 소란스럽습니다.
그 인파 사이에 요괴도 있을 거라고, 이제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축제에서 계속 생기고 있는 기이한 일이 떠오릅니다.
대체 학교로 갈 거면 왜 혼자 간 걸까요?
내내 보여주던 그 기이한 힘이면, 그동안 있던 이상한 일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요?
당신이 그 지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르겠으나⋯⋯
불길한 예감만은 들어옵니다.
그 순간,
비명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었죠. 불이 난 걸까요?
누군가는 대처해야 할 텐데요. 소화기가 어디 있었던가요?
(내가 위치를 알고 있던가?)
축제 위원이 됐을 때 강제로 달달 외워지긴 했을지도? 아직 기억한다면 알고 있을 겁니다.
고원우:(소화기 있는 곳으로 가자!)
당신은 소화기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온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벌어집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립니다.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집니다.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져 내립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외침도 들려옵니다.
혼란한 가운데 고원우는 똑똑히 목격합니다.
아수라장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요괴를요.
M:요괴는 언뜻 보아도 처참한 낯입니다. 정처 하나 없이 사방을 살피며 뛰어갑니다.
(쫓아가자.)
본 시나리오 전용의 약식 추격 룰을 사용합니다.
총 세 번의 민첩 판정*을 거쳐 두 번 이상 성공 시, 요괴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실패 이후의 추가 판정도 가능하나 한 번의 판정마다 축제 내부의 혼란이 발생합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92
판정결과:실패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94
판정결과:실패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74
판정결과:실패
M:13
인파를 가로질러 쫓아가는 도중, 깨진 유리 조각이 당신의 위로 쏟어집니다. 서둘러 머리를 감싸도 날카로운 파편은 살결을 긋고 흩어집니다.
한 번, 두 번을 유리조각 사이로 지나가 불길이 진압되는 곳을 향합니다. 사람들은 점차 구해지지만 혼란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사이를 지나 요괴를 쫓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원래 속해 있던 곳의 혼란을 뒤로 하고, 실질적인 위협 사이로.
요괴를 계속 쫓는다면 다시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혼란과 위협 사이에서 정말 내가 이 곳에 있다는 확신을 얻는 건 왜 그런 걸까?)
(쫓아간다.)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65
판정결과:실패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31
판정결과: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4
4
1
여전히 당신은 요괴를 쫓습니다. 뒤로 다시 연기가 치솟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불이 난 걸까요?
M:이건 분명 이상한 일입니다. 상식적이지 않고, 비이상적이죠.
감각에는 경보가 울립니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의도한 재난이라고.
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런 소란을 일으키는 걸까요?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 하고, 당신은 요괴의 뒤를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소란을 넘어, 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
⋯⋯
도착한 곳은 학교 뒤편의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요괴는 당신을 등지고 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요괴에게 무엇의 행동을 하기도 전에, 요괴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역시, 네 짓이냐? 그만두지 못하겠어?"
당신에게 하는 말은 아닐 텐데요.
그렇다면⋯⋯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요괴의 말에 응하듯 들리는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고원우:(시선이 향하는 곳 자기도 슬쩍 봄.)
목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요괴가 바라보는 방향의 끝에 검은 인영이 일렁입니다.
흐물거리던 인영은 점점 형태를 이룹니다.
형태는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은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당신이 익히 아는 요괴는 확연히 표정을 굳힙니다.
고원우:(조용히 쳐다본다⋯.)
내내 숨기고 있던 귀와 꼬리가 돋아나고, 눈에는 무언가의 기운이 서린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두 요괴가 제대로 마주서자, 형형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꼭 같은 목적을 위해 이 곳에 선 것이 아니라는 것 마냥⋯⋯.
두 요괴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장벽 너머로는 목소리만이 들립니다.
희란:이곳에 혼란을 일으킨 게 네 짓이지.
내가 네 기운을 못 느낄 리가 없잖아. 이채, 흩어진 사자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채:후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변명할 수도 없겠네.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야.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희란:넌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냐?
이채:⋯⋯들어봐, 희란아. 난 전부 우리의 세계를 위해서 한 일이야.
희란:하, 그게⋯ 무슨 소리니?
이채:너나 다른 사자들같이 인간에게 무른 자들이 방해해서, 우리의 이계는 멸망을 맞이할 테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다들도 그렇고, 너마저도 전부 우릴 배신한 거야. 네 그 선배가 그렇게 인상이 깊었어?
희란:원론적으로 인간도 요괴도 결국 한 세계의 주민인데 척을 질 필요 없잖아.
이채:웃기지 마. 넌 이제 진실을 알고 있잖아. 이계는 틀려먹었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외엔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희란:⋯⋯그럴 수는 없어.
이채:봐, 넌 우리보다 인간이 소중한 거야.
그딴 나무에 계속 처박혀 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지.
희란:⋯⋯아니야, 단지 그 방법은 정당한 해결책이 아니니까!
이채:아아, 말은 그렇게 해도 넌 역시 날 방해할 생각이겠지.
나도 알아.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거든.
너는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기는 커녕, 인간이랑 붙어서 즐거워 보이더라. 선생님의 연을 이은 인간이 그렇게 귀중하니?
아, 역시 그 애도 눈치를 챘을 때 단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어쩌면 너도 단번에 죽여버려야 했었는데, 그게 고향의 내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었는데⋯⋯.
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가 없어서 여태 살려둔 내 선택이 틀렸어. 아아, 이건 전부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돌이킬 수도 없게.
희란:⋯⋯이계로 그냥, 돌아가자. 너, 난영이가 얼마나 선배를 좋아했는지 알잖아.
네 아이들 이야기를 뱉을 자격은 너만 있는 건 아니지⋯⋯. 난영이가 이걸 들으면 뭐라고 할까, 나도 정말 궁금한데.
본인이 선택한 요괴가, 본인이 정말 좋아하던 선생의 세계를, 자신과의 아이들을 내세우며 전부 망치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
하, 그거 좀⋯⋯ 치졸하지 않냐?
남의 탓도 적당히 해야 내가 힘들구나 하고 넘겨주지, 뭔 다른 사자들까지 전부 해쳐놓고 내 면전에서 지X이야⋯⋯.
안 그래도 이상했어, 인간한테 너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계속 네 힘이 느껴지더라고.
몇백 년 동안 얼굴을 안 봤더니 그 사이에 노망만 들어서는⋯⋯.
야, 실제로 내가 귀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으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 대화 언제까지 해야 하냐?
혹시 내가 널 죽이든 끌고 돌아가서 처벌을 요청하든, 그래야 끝나는 거면 빨리 말 좀 할래? 시간 낭비 그만하고 싶어서.
이채:⋯⋯끝까지 인정도, 마음을 돌리는 것도 안 하는구나.
이제 상관 없어, 나는 내 중요한 존재들을 위해 모든 걸 할 거야.
그러니 너 같은 건⋯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두 요괴를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라갑니다.
당신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 합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열려서는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소리가.
"⋯⋯그만 둬!"
라는, 요괴의 소리가 무색하도록.
회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이건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부를 존재라는 것을, 당신은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M: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1/1d3)
고원우:
SAN Roll
기준치:48/24/9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상한 감각이 들어옵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이나, 당신은 이 순간에도⋯⋯
존재의 실감이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이 비이성인 광경에서 말입니다.
고원우, SAN 1 차감해주세요.
'이채'라고 불렸던 요괴가 소리 높여 웃으며 삿대질합니다.
고원우:(⋯⋯도망쳐야 하나? 그럴 수는 있나?)
(같이 갈 수 있을까⋯.)
"넌 이제 이대로 이곳에서 죽는 거야. 네가 그토록 애착을 가지던 인간들이랑 같이!"
그러나⋯⋯
그 기세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요괴를 등지고 선 괴물이 그대로 아가리를 벌리고,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아작, 아작, 아드득.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찰나의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이건 인간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M: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1/1d3)
고원우: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얕은 동요가 이는 걸까요.
M:올라오는 소름과 공포는 분명하나, 당신은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당신이 우선으로 여기는 것을요.
SAN 1 차감 해주세요.
뒤틀린 팔과 다리까지도 완전히 삼켜졌을 때,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요괴와 당신은 마주칩니다.
두 눈과 눈이, 시선이.
요괴의 두 눈이 크게 뜨입니다.
무언가,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도 같으나⋯⋯
이 세계의 당신은 무엇도 읽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요괴는 당신의 손을 잡아채고, 한 곳으로 뛰어갑니다.
희란:너, 너어⋯⋯ 왜 여기 있는 거야?!
고원우:그야 따라왔으니까?! (=훔쳐봤어, 문제가 될까?)
희란:아니, 못 따라오게 오밤중에 나갔는데 어떻게 따라온 거냐고!
고원우:그럼 제대로 숨지 그랬어?!
희란:안 숨었거든?
고원우:'못 따라오게' 오밤중에 나갔다는 건 뭐야, 또?
희란:죄다 본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넘기고, '위험하니까'!
고원우:말없이 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건 그새 까먹었어?
희란:혼자 간다고 했으면 넌 어떻게든 따라올 거 아니야.
나도 걱정이라는 걸 할 줄 알아. 지금 봐! 아, 진짜 다 망했잖아!
M:뒤에는 굉장한 속도로 괴물이 쫓아옵니다.
요괴는 품에서 방울 묶음을 꺼냅니다.
딸랑,
낭랑한 소리가 울리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립니다.
잠시라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이 말입니다.
희란:안 따라왔으면 너라도 안 위험했을 텐데 진짜 완전히 다 망했어. 글러먹었다고.
고원우:한 마디만 해도 돼?
희란:해보던지.
고원우:내가 아니어도 어차피 망했을 것 같은데?
희란:이씨, 어차피 망했는데 너까지 같이 망했단 소리잖아.
고원우:그렇지.
책임지라는 소리는 안할게~.
희란:어떻게 책임을 안 져, 이 바보야!!! (쩌렁쩌렁 소리치고는 끌듯 붙잡고 한 방향으로 마저 달린다. 방향은 산으로, 신목이 있는⋯⋯.)
고원우:그 말, 엄청 로맨틱하다. (놀리는 거임. 졸졸 따라간다!)
희란:혹시 목숨이 위험할 때 끌림을 느끼는 타입? (산 중턱에 이르고서야 멈춰섰다. 숨을 고른다.)
고원우:목숨이 위험할 때 구해준 사람을 좋아하는 건 전형적인 클리셰잖아.
그런데 왜 여기로 달려?
희란:아, 진짜 이상해. (손도 일단 놓아줌.)
자, 잘 들어. 지금 우린 사냥개에게 '인식'당했어.
사냥개는 집요하고 맹목적이기 때문에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야. 그게 비록 다른 세계라도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도망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 미친놈이 먹히는 사이에 사냥개의 감각에 주문을 걸긴 했거든. 근처에 있던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만 완벽하게 인식한 건 아니라는 뜻이지.
고원우:⋯⋯.
(솔직히⋯ 어려워서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희란:너 지금 하나도 이해 못 했지⋯⋯.
고원우:⋯⋯.
그래서 뭘 해야 해? (맞아.)
희란:바보, 멍청이. 미련한 인간⋯⋯.
고원우:잠깐, 저건 맞지만 미련하다는 건 틀렸어.
희란:뭐가 틀렸어! 지금 보니 딱 맞는데.
고원우:⋯⋯아무튼!
위험하다는 거지?
해결책이 있다는 거고?
희란:그래, 너한테, ⋯당신한테는 절대 맡기고 싶지 않았던 해결책인데, 지금 나한텐 이것밖에 없어.
인계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사냥개를 멀리 떠나보낼 방법은 없으니 신목을 이용하려고 해.
내가 신목의 문을 열 테니 사냥개를⋯ 신목 쪽으로 유인해줘.
사냥개를 쫓아내는 거야. 우선, 당장 닿을 수는 없는 다른 차원으로.
하라면 해야지, 좋아.
달리는 건 자신있어서 다행이네.
⋯⋯.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고원우:강조할 필요는 없어.
희란:왜 없냐고. 정말 이건 싫었다니까.
고원우:싫어도 어쩌겠어. (신발끈 다시 묶는다.)
희란:또 반복이야⋯⋯. 그 미친 것, 한번 이 세계를 엎었던 존재를 끄집어낼 생각을 다 하고... (중얼중얼.)
고원우:oO(사이 좋아보이네.)
희란:무슨 생각 하는 거지?
고원우:그 개, 확실히 날 따라오는 건 맞는거지? (대충 둘러댐.)
희란:⋯⋯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때도 그랬으니까.
다를 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숨을 멈춘다. 망설임이 따른다.)
죽지 마. 제발, 부탁이야.
고원우:죽을 생각은 없어, 내가 무사히 돌아왔을 때 당신이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거든. 처음 제대로 맡겨준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걱정 그만해. 잘되겠지.
희란:항상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하지만 싫어.
걱정은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니까.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놓았던 손을 다시 내밀었다.)
고원우:그렇게 내 생각 하다가 정말 이 세계를 영영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난스레 말하곤 손을 가볍게 잡는다.)
희란:꼭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말하네. (잡은 손은 차갑다. 이전보다도 더욱, 긴장으로 식은 온도의 너비를 알려주듯이.)
───────  ───────
이후로 요괴의 기본적인 설명이 더 이어집니다.
당신이 얼마나 이해했는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고원우:(멍청.)
(하지만 큰 개 놀아주는 아르바이트는 해봤지⋯.)
(자신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있었죠.
몇 분 후면 주문도 풀린다는 것.
실제로 몇 분이 지나자, 속박이 풀어졌는지 진동음이 울립니다.
진동음이 울리자, 요괴는 당신의 손을 놓습니다.
⋯⋯.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 다하기. (이럴 때 하는 말 맞겠지?)
희란:왜 멀쩡한 소리를 하면서도 확신이 없는 거지?
고원우:혼자 긴장하고 걱정하는데 잘못 말할까봐⋯.
희란:⋯⋯나 먼저 간다!
그 말을 끝으로, 요괴는 동물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러고는 나무를 타고, 가지와 가지 사이를 뛰어넘어 너머로 사라집니다.
고원우:갔다.
향하는 것은 신목이 있는 방향.
기다리고 있을 장소 역시 같을 겁니다.
M:이제 당신만이 남았습니다.
사냥개는 요괴의 예상대로 당신을 쫓습니다. 길은 험하고, 체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맡은 것은 미끼입니다.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고원우,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72
판정결과:실패
M:익숙하지는 못한 산길이라 몇 번인가 발을 헛디디며 당신도 요괴가 먼저 향한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거대한 아가리가 뒤에서부터 쫓아옵니다.
한 번 크게 딱! 소리를 내며 이를 부딪칩니다. 아슬아슬하게, 교복과 함께 살갗이 조금 찢어집니다.
이러다 정말 괴물에게 잡아먹히겠어요!
고원우, HP 1 차감 해주세요.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당신과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당신의 본능적인 감각이 경보를 울립니다. 이대로는⋯⋯.
코스를 바꿔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세 갈래로 나뉜 길이 당신을 반깁니다.
고원우,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기준치:60/30/12
굴림:94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방향을 전환해 왼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러나 사냥개는 생각이라도 읽었다는 듯 왼쪽으로 몸을 틀어 당신을 쫓습니다.
M:간격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당신은 넘어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채로 계속해서 달립니다.
평소 몸을 쓰는 게 익숙하더라도, 이정도까지 달려본 건 드문 일입니다. 지금도 멈추지 못하고 있죠.
당신은 무엇으로 달리고 있나요? 무엇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요?
고작 며칠 본 게 다인 요괴의 말 하나만을 믿고서, 이 모든 과정을 행할 수 있는 건가요?
고원우:(⋯어쨌든, 실망 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M:그렇다면⋯⋯ 고원우, 당신이 지금 상황에서 내세울 수 있는 판정 진행해주세요.
(운에 맡겨보자. 그러니까⋯ 지금껏 마음대로 안되는 일들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잘 넘겨왔잖아.)
고원우:(이번에는 같이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잘 될거야.)
기준치:60/30/12
굴림:85
판정결과:실패
M:나뭇가지가 팔을 긁고, 신발은 너덜거립니다.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듯,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옵니다.
그야 당신은 인간이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아닌 것을 상대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사냥개와의 간격은 지척입니다. 본능으로 한 걸음씩 벗어나 달려도 운이 나쁠 때는 낚아채려 하는 발톱에 긁힙니다.
고원우, HP 3 차감 해주세요.
그 걸음의 끝에서⋯⋯
흐린 시야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이제 신목까지 코앞입니다. 정말 가까스로지만요.
순간의 안도감이 들어옵니다. 다리가 풀립니다.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고원우, 민첩 판정 다시 진행해주세요.
고원우:
민첩
기준치:60/30/12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입안이 바짝바짝 탑니다. 숨은 턱까지 차올라 흐릿한 시야가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더라도⋯⋯.
그 끝에서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달리고 달려서,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 당신은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충돌을 피합니다.
그런 당신을 받아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습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누군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여 어떤 문에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공간을 울립니다.
바란,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전부를 '어떤 문'은 삼킵니다.
당신이 빨려가지 않은 건 전적으로 누군가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건이 끝났다는 것.
이걸로 끝이 났습니다.
희란:⋯⋯괜찮아? 꼴이 말이 아니네.
고원우:개는 무서운 거구나⋯⋯. (헛소리.)
그래도 잘했지, 응?
(=빨리 칭찬해.)
(=믿고 있었다고 해!)
희란:이럴 때도 칭찬이 듣고 싶어? (=순순하지 못함.)
고원우:그럼 안해주려고 했어?
희란:⋯⋯다행이라고 먼저 말할 거였는데.
그 이후론 아직 생각 안 해봤어.
고원우:그럼 해줘. 그러고 나서⋯ 앞으로의 계획도 말해주면 좋겠네.
희란:정말 다행이야⋯⋯. 돌아오는 건 처음이거든.
누가 돌아오는 건 정말로 처음이라⋯ 기쁜 것 같네.
고마워. 어쩌면 어릴 적의 내가 가장 바라던 걸 당신이 보여줬어.
고원우:('⋯⋯성공한 건 맞지만,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물론 생각한 그대로 입에 담지 않았으나⋯.)
그거면 됐어. (그대로 자리에서 뻗음.)
정말 한동안 못 쫓아오는 거 맞지?
희란:음⋯ 일단은. 물론 영원히 못 쫓아오게 할 계획도 있지. (자리에 주저앉고 뻗은 거 무릎에 일단 눕혀준다.)
고원우:뭔데? (얌전.)
희란:그건⋯⋯. (무릎 위로 눕힌 낯을 고개 숙여 내려본다. 얕게 웃는 낯이 있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요괴는 무언가를 읽었다.)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
(마지막⋯?)
있잖아, 사냥개가 어떻게 존재를 쫓는 건지 알고 있어? 뭐, 모르겠지만.
사냥개는 '자신을 인식한 존재'를 쫓아오는 거야. 그 인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가까운 날이면 가까울수록, 기억의 형상을 안은 존재를 쫓는 거지.
그러니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기억이야. 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을 당했다는 기억.
이걸 상쇄하는 건 단 하나, 그 부근의 비정형적인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
⋯⋯허락해줄래?
고원우:⋯⋯.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희란:그러게, 어쩌지⋯⋯.
내 기억을 지우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 생각 안해뒀어?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낯으로⋯.)
나도 신적인 존재에 대한 대책을 더 세울 수는 없어서. 이것도 편법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지?
원우야, 나는 이계로 돌아갈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그 미친 놈이 이것만큼은 옳아. 나는 그 세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고, 찾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모두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하고서 지켜야 할 곳으로 돌아가겠지.
아마 이 세계에 도달했다는 것까지도 나 스스로 지워낼 거고.
⋯⋯이게 내 앞으로의 계획이야.
고원우:그렇게 돌아가는 건 책임감 때문이야, 그게 아니라면 마지막은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야? (질문이 괜히 늘어난다.)
희란:글쎄. 둘 다 아닐 걸. 나한테 가족 같은 게 어디 있어. 그런 건 오래 전부터 없었어. 책임감은⋯ 존재할 뿐 결정의 이유가 되어주진 못하지.
단지 그것밖에 없어서였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나쯤 더 있을지도 모르겠고.
솔직하게 말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보내줄까?
난 머리가 나쁘니까 당신 말을 따를게.
어느 쪽이 우리에게 괜찮을지 모르겠거든.
솔직하게 우선 말해. 물론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거라면. 나도 할 말 일단 반 정도 했으니 당신도 하고 싶은 건 해야지.
고원우:내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
나라면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 그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 정도는 할 것 같거든. 그렇지만 당신은 안 그랬잖아?
그래서 나만⋯⋯. (잠시 뜸 들인다.) ⋯허전함을 느끼는 것 같아서 썩 좋진 않네. 물론 당신이 기억을 지운다면 이것도 말끔하게 지워지겠지만.
난 어차피 당신 제안에 따르게 될 거야, 나도 다른 방법은 모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골랐던 건 늘 틀린 방향이니까 당신의 선택이 최선이야.
⋯⋯. (쏟아내듯 말을 마치곤 천천히 일어나서 나무에 기대어 앉는다. 솔직해진 것 치고는 여전히 표정은 평온하다.) 뭐, 됐어.
눈 감으면 돼?
희란:⋯⋯.
있잖아, 나 오래 기다리던 게 있었어.
아니지⋯ 항상 기다렸어. 오래라고 할 것도 없이 그건 인생의 관성이겠지. 이런 걸 말한 적 없는 만큼, 이유도 안다고 말한 적 없지만⋯ 알고 있어.
그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야⋯.
그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구석엔 기대를 하게 되잖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또 다시. 무언가를 기다리게 된다는 건 그런 거야. 잊더라도 잊지 못하고, 어느 한 구석을 항상 비워두게 된다는 거.
그런데도 항상 이해할 수 없던 거지. 그건 너무 외로운 일이잖아. 그래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기로 했어. 단어로 내지 않으면 그건 없는 일이니까. 말하지 않으면 어떤 짐작도 가능성일 뿐이야. 실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어.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내가 보낸 평생을 나도 안기게 된다는 거잖아.
⋯⋯아직도 기분 나빠?
고원우:기분이 나쁘다고 안 했어. 그리고⋯ 그냥 외로운 것도 싫고, 외롭게 만드는 것도 싫어서 말 아꼈다고 하면 되는 거지. 돌려 말하면 원래 나는 잘 못 알아들어, 알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희란:그래, 바보야. 그렇게 말해도 알아듣긴 했으면서.
고원우:우리가 만난 걸 후회한 적 있어?
희란:⋯⋯아니. 단 한 순간도.
뭐 하나라도 후회했으면 좋겠는 거면, 지금부터 후회할 말 할게.
고원우:나도 후회한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당신도 나와 같았으면 좋겠어.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야? 아무튼⋯.
당신 결정에 따를게.
확인하고 싶었던 건 확인했으니까!
희란:⋯변명거리 하나 만들 구실을 안 주네.
그러면 후회하지 않고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나도 다시 만났다는 걸 알 수 없어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몸을 돌린다. 손 한 쪽을 너머의 손에 얹는다.)
나는 당신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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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가벼운 힘이 가해집니다.
딸랑, 명쾌한 방울 소리가 울립니다.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말이 스쳐 지나갑니다.
못할 말을 했으니까, 뭐 하나 알려줄게.
내 힘의 원천은 그리움이야.
그러니까, 네가 무언가 간절히 그리워하게 되면⋯⋯
⋯⋯.
───────  ───────
당신은 벤치 위에 앉아있습니다.
깜빡 졸았네요.
밤하늘은 새까맣습니다.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었고,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죠, 시일제의 끝이라면 역시.
"지금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된대."
옆에 앉아있던,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당신은 그동안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혹시 상대는 당신을 알고 있던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로 가득 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금 더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 만큼⋯⋯.
"누군가의 소란으로 불꽃이 전부 망가져서 이번 시일제의 불꽃놀이는 없을 뻔했다지 뭐야."
그때,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듭니다.
검은 하늘을 바라보고 말이죠.
하늘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단 한 사람만이 하늘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옆에 앉은 낯선 이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신한테도 그건 좀 아쉬울 것 같아서."
펑,
불꽃이 터집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말 그대로 불이 이루어낸 꽃.
오색찬란한 꽃잎이 하나씩 하늘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당신의 무릎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확인을 해 보면, 반딧불이입니다.
곳곳에 내려앉는 수많은, 알록달록한 색들의 반딧불이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번 불꽃놀이는 정말 특별하네요.
어떻게 이런 조화를 낸 것인지.
"이건 당신에게 주는 작별 선물."
"이거로 소원은 못 셈하겠지?"
"그건⋯⋯ 다음에 만날 때 들어줄게."
그 사람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을 한참 바라봤던 것과 다르게,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문득 한 구석이 빈 기분이 듭니다.
기시감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그 누군가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 여부조차 기억나지 않으면서요.
그러나 단 하나만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건 이별이라는 걸.
별은 '이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폭발합니다.
허전한 마음을 뒤없는 오색찬란한 하늘의 불꽃놀이가 있습니다.
죽은 별은 꽃이 되어 부서집니다.
하늘에 새겨진 별의 무덤과 그곳에 바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그 눈부심에 만월이 빛을 잃고 가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세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달이 없는 그 세계에 떨어진다면,
언젠가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상과 동떨어진 기이한 곳에 찾아가게 된다면,
이런 축축하고 무거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달이 없는 곳도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이 앞을 밝힐 테니까.
그곳의 축제나 불꽃놀이도 특별할 수 있겠죠.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습니다.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이 당신의 눈에 각인됩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사람도 분명 같은 불꽃을 봤을 거라고.
당신은 영문 모를 확신이 듭니다.
달은 분명히 있습니다.
당신의 눈에 담은,
■■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달은,
우리가 함꼐 본 그날의 만월은⋯⋯.
⋯⋯.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흘간 당신은 줄곧 혼자였잖아요.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바보같이 굴러 다리를 다치고,
지긋지긋하도록 구르기만 했네요.
아, 정말이지 시시하고 지루한 문화제였습니다.
───────  ───────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마법이 눈앞에서 벌어진다거나 하는 일도 없죠.
이 세계는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만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그렇기에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이건 분명한 약속이니까요.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이미지
이 빛을 따라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게.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  ───────
재회를 약속하며, 이 망각이 유한하길 간절히 바랍시다.
그 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당신에게 찾아올 인연의 미래를 기다리며.
───────  ───────
희란:This message has been hid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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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희란, 고원우 생환.
인간은 인계에 남고, 요괴는 이계로 돌아갑니다.
이것은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
또한, 하나의 제안입니다.
ED. 9월의 끝에서
AND⋯⋯
───────  ───────
이야기의 에필로그를 확인하시겠습니까? ▶ 확인한다. ▶ 확인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또 다시 축제로 이어집니다.
─────── Epilogue ───────그리고 다시, 10월
당신이 다른 세계에서 돌아온 지도 일 년에 가까워져 갑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界),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의 당신이 3학년에 오르고도 이 세계의 축제는 돌아옵니다.
작년엔 겨우 넘겼는데, 이번엔 제작년처럼 종일 축제를 도와야 했었죠.
M:고원우, 당신에게 묻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나요?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던 이계에서의 시간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을까요?
고원우:(여전히 그때를 돌아보게 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왜 이렇게 잊는 건 어려운지!)
축제의 기나긴 여정도 끝나고, 하늘은 어둡습니다.
이제 시월제의 불꽃만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고생했으니 이것 정도는 봐야 하겠죠.
어쩌면, 언젠가 보았던 그 축제의 불꽃이 생각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M:불꽃은 어느 지점에 앉아서 볼까요?
고원우:(제일 잘 보이는 곳에서!)
불꽃이 제일 잘 보이는 지대에 앉아 하늘 위를 올려다보다 보면⋯⋯
펑,
처음의 불꽃이 올라옵니다.
하늘을 수놓는 불의 꽃들.
그 사이로⋯⋯
쾅,
당신만이 느낄 수 있는 흔들림이 찾아듭니다.
당신은 이 흔들림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이건 한 세계가 완전히 무너진 소리입니다.
세계는 무너지고, 또 다시 새롭게 세워지겠죠.
끝과 시작은 이어지는 매듭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에게 '무언가의 기억'이 침범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죠.
이건 당신의 기억입니다.
오래 전, 어떤 세계의 요괴가 당신에게 앗아갔던,
그 세계의 논리로 세워진 방벽이 함께 무너졌습니다.
당신은 이제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처음 만난 게 아니었다는 걸.
딸랑,
목에 걸린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M:돌아온 기억에 무슨 생각을 하나요? 어떤 것을 느끼며, 어떤 감상일까요.
되돌아온 기억은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도 후회하지 않나요?
고원우:다시 만날 수 있는데, 후회가 중요할 리 없잖아⋯!
하지만 또 다시 헤어졌는데도 말인가요?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있을 리 없잖아.
그래서 괜찮아. 뭐, 그쪽은 날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요.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헤어지지 않는 사이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의 불꽃은 기억과 함께 당신을 뒤덮습니다.
⋯⋯.
당신은 불꽃이 잦아들 때쯤에서야 얕은 빛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불꽃으로는 착각할 수도 없는 빛.
달 하나 없는 곳에서야 따라갈 수 있을 얕은 빛을.
반딧불입니다.
딸랑,
방울이 또 다시 울립니다.
당신은 언젠가 꾸었던 꿈을 떠올립니다.
그럴 정도로 오래 담아두는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말이죠.
꿈에서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말이야,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는 거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당신은 지금 길을 잃었나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가야 할 곳은 있으니까⋯⋯.
M:그렇다면 빛을 따라갑시다.
반딧불은 길을 새지 않도록 도우니까요.
고원우:(걷는 속도가 빨라지다가⋯ 이내 뛰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하다.)
빛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뒷산 중턱까지 도달합니다.
어딘가 익숙한 장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더 간다면 남아있는 신목이 있으니까요.
뒷산을 오를수록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 또한 존재합니다.
뒷산 곳곳에 반딧불이가 가득합니다.
이상하죠.
뒷산이라고 평소에 그런 게 존재할 정도의 장소는 아닌데 말입니다.
누군가는 넘길지도 모르지만, 당신에게 넘길 것은 아닐 겁니다.
그야 어떤 요괴들은 죽음 이후에도 반딧불이가 되어 다음 생을 찾아간다 했으니까요.
말해준 요괴도 속설이라 부르던 말이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눈으로 그 광경을 담았으니까요.
어쩌면 이곳에 흩어진 이 빛들까지도 당신이 쫓는 존재일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반딧불이들이 날아드는 방향은 한 곳으로 향합니다.
당신이 익히 아는 곳.
신목이 있는 장소로.
M:당신은 신목으로 향하나요?
고원우:(네!)
(가자⋯.)
M:신목 앞까지 향하면, 당신은 신목의 열린 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무너진 세계의 반딧불들이 무수히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 빛들이 뒷산을 밝혀, 달이 만약 없더라도 뒷산이 어둡지 않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 앞에서⋯⋯
딸랑,
방울이 또 다시 울립니다.
고원우:부르는 거야, 뭐야⋯⋯.
당신은 방울의 소리와 어딘가 닮은, 옅은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그 요괴의 원천은,
방울을 움직여 사용하는 힘은⋯⋯.
고원우:보고 싶다는 거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그러니까, 당신이 무언가 간절히 그리워하게 되면⋯⋯
⋯⋯.
M:당신의 그리움은 존재하나요?
바라는 것이 없다 하던 사람에게, 정처없이 구하던 사람에게 무언가는 생겼을까요?
언제가 된다 해도,
길을 잃더라도,
찾아올 테니 잊지 못하는 건 존재하나요?
다시 한 번쯤 만나고 싶나요?
고원우:그래, 그러니까⋯⋯.
이쪽으로 와.
이젠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잖아.
M:그 '당신'은 누구인가요?
고원우:(희⋯란!)
당신이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순간,
딸랑,
딸랑⋯⋯.
방울이 반복해서 울립니다.
바람의 파형이 이 공간을 뒤흔듭니다.
방울은 빛으로 화해 이 곳을 비춥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뒷산 곳곳을 밝히던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 다시 신목으로 날아듭니다.
신목으로 날아들어, 열린 신목의 문으로 향해 들어갑니다.
그리고 문이 닫힙니다.
반딧불이는 왜 신목으로 다시 날아든 걸까요.
무너졌을 세계에서 대체 어떤 길을 찾는 걸까요.
어떤 길을 찾아, 잃었던 것을 짚어가는 걸까요.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잊지 말고 빛을 따라가고 있을 것이라는 것.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빛을 따라가기로 했으니까요.
잔바람마저 잦아들자, 신목의 문이 무너지듯 열립니다.
문의 너머로 걸어나오는 존재의 인영이 있습니다.
그 존재는 당신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땅을 딛고, 당신을 바라보고⋯⋯
이미지
이 세계에 서 있으니까요.
이 빛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는 것처럼.
끊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엉키더라도 결국 이어지고야 마는 이야기의 끈이 하나의 매듭을 짓습니다.
고작 하나의 매듭이 지어졌을 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반드시 다시 만납시다.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요.
영원한 것은 없어도,
헤어지지 않는 사이가 존재하지 않아도,
끝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래도 당신에게로.
그러니 인사할게요.
안녕, 기다렸지?
⋯⋯그렇게 말입니다.
───────  ───────
M:고원우 생환, 희란 구제 생환.
그러니 오늘을 그려주세요.
매듭이 지어진 이야기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2025. 06. 06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