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꼭 누군가 자장가라도 들려주는 것처럼⋯⋯.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한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니까,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순간적으로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도 인식 가능합니다.
목소리는, 당신에게⋯ 피하라고 하는군요. 대체 무엇을요?

고원우,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살긴 살았네요. 그렇죠?
(사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이 당신의 주변을 둘러쌉니다.
학생A: 괜찮아?!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일어설 수는 있고?

학생B: 아니, 그걸 어떻게 안 다쳤지? 쩐다⋯.
학생C: 죽을 뻔한 애한테 그게 말이냐?


학생D: 정말 미안해! 아니, 진짜 이럴 줄 몰랐거든.
학생E: 맞, 맞아. 막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은⋯⋯. 미안해!
학생D: 아니, 그런데 분명 꽉 잡고 있었는데⋯.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두 사람이 한참 사과를 할 무렵,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분명 위를 바라봤을 때, 뚜렷하지는 않지만⋯ 있던 존재가 두 사람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그림자만 보였다지만요.
착각일까요? 아니면 내려오지 않은 걸까요?
(한 번⋯ 올라가도 되나?)
모여있는 인파를 뜷고 나올 자신이 있다면요.
(시도는 해본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자연스럽게 인파를 뜷고 나와 윗층으로 올라가면, 무언가 작고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자취를 감춥니다.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그대로 아예 확인하지도 못했겠죠.
윗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간판이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것이 보입니다.
아까 두 학생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간판을 살피는 모습도 말이죠.
딱 보기에도 잔뜩 울상인 모습입니다. 그것도 그럴 게, 시일제는 당장 내일이니까요.
핸드아웃 :: 시일제와 시일제의 불꽃놀이가 공개됩니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그렇죠. 내일이면 드디어 축제의 시작입니다.
내일부터 지겹게 일하게 될 게 뻔한데, 오늘 이런 일까지 생긴다고요?
(액땜 같은 게 아니라 고생 시작이었군⋯.)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위원회장: 아, 원우야. 간판에 맞을 뻔했다면서. 다치진 않았다고 하던데, 정말 괜찮아?

위원회장: 혹시라도 맞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는데, 다들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안 다쳤다니 다행이긴 한데⋯ 많이 놀랐을 것 같아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된다고 하려고 했거든.
계속 있으려고?

위원회장: 축제가 하루 남았긴 하지만 사고가 날 뻔한 애 붙잡고 있을 정도까진 아니니까⋯. 물론 더 남아있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뻔뻔한 얼굴.)

위원회장: 일 덜 할 수 있으면 덜 하겠다는 거냐⋯. 알았어, 연락 안 할게.
잘 쉬고서 내일은 멀쩡히 나와야 한다?! 내일은 일해야지! (손 흔들어줌.)

위원회장: 안 나오면 선생님한테 전화해달라고 할 거야~!! (소리 쩌렁쩌렁.)

⋯집으로 향하는 거 맞나요? (캐해.)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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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야, 그거 봤어?"
"그 간판 말이야, 간판!"
"아~ 떨어진 간판? 그거 누가 힘으로 뜯은 거 같은 자국 있다던데?"
"그런데 누가 그걸 힘으로 뜯어. 잘못 생각한 거 아니야?"
"하긴, 그건 그렇지~."
⋯⋯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들리네요.


걸어가는 길,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를요.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초여름 바람에 나직히 흔들립니다.
<시일제>라는 또렷한 세 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축제가 다가왔음을 주장합니다.
⋯⋯물론, 당신과 아주 큰 상관이 있냐고 하면 모르겠네요.
보통 학생이라면 축제에 들뜨길 마련인데도요.

(불꽃놀이 정도는 잠깐 보러갔겠지만서도⋯.)

그럼에도 그 축제로 학교에 붙잡혀있던 사람은 사고를 겪고서야 귀가할 수 있네요. 운이 나쁘게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름답게 물들던 하늘도 차츰 색과 빛을 빼앗깁니다.
거리를 둘러싼 주택들의 창문에도 하나둘씩 불이 들어올 무렵.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 너머로 어린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있잖아, 그거 알아?!"
"뭔데?"
"우리 언니가 말해준 건데, 해가 지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제일 길어지잖아. 그때 요괴가 나타나서 그림자를 훔쳐간대!"
"에, 정말?! 그림자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데?"
"그건⋯⋯ 나도 몰라!"
"뭐야, 가장 중요한 걸 모르잖아."
"그래도 뭔가 큰일이 나겠지! 그림자를 뺏어간다잖아!"
"좀 무섭긴 하다⋯. 집 빨리 가자."
하지만 요괴라니,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이들을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부모님들의 책략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것 역시 적어도 당신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죠.

세상이 빛을 전부 빼앗아가기 전에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일도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요.

(빨리 움직이면 괜찮지 않을까?! 뛴다!)
고원우, 관찰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가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종이상자에 무언가 담겨져 있습니다.
⋯⋯고양이? (앞에 쪼그려서 앉는다.)
이건⋯ 그래요. 대충 구겨넣어진 묘한 생김새의 동물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고양이 같기는 한데, 고양이라기엔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원래 고양이는 꼬리가 중간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있진 않지 않나요? 심지어 꼬리에 방울도 달려 있습니다.
그 동물은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잘 보면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 붙어있고요.
간단한 응급처치까지는 된 건가 싶기도 한데, 흔한 이름표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조차 없습니다.
상자의 내부 역시 조촐하게도 먹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바닥에 신문지만이 몇 조각 대충 깔려있네요. 도저히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 좋지 않은 곳을 골라 있구나 싶겠습니다. 이 길은 으슥한데다, 밤이 더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하는 길인데⋯⋯.

(손가락으로 쓰다듬어봄⋯.)

건들면 온기 역시 느껴집니다. 어쩌면 작은 고동 역시도요.


내일은 주인을 찾아줄게, 널 아는 사람이 없으면⋯ 그건 그때 생각해보고. (겉옷 벗어서 고양이 동그랗게 말아본다. 그대로 상자 안으로 쏙.)
(상자 번쩍 들고⋯ 가자!)
⋯⋯상자를 들려 하자,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상하게 무겁지 않나요? 마치 동물의 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고원우, 근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적어도 하루 정도는 몰래 저 기이한 동물을 수용해도 되겠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이상하게 무거운 동물을 지고, 집까지 향합니다.
⋯⋯골목을 지나자 머지않아 집에 도착합니다.







시간도 늦었고, 오늘 일단은 일도 있었는데 슬슬 자야 하지 않을까요?
(상자 침대 옆에 올려두고 쿨쿨⋯.)
누워 머리를 베개에 대면, 그대로 잠에 빠지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 익숙한 소리가 울리는 듯 했습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딸랑, 딸랑⋯.
낭랑한 울림은 어딘가 그리운 방울 소리.
당신은 이 소리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야 늘 가지고 다니는 방울 목걸이의 소리가 이런 걸요.
방울 소리를 배경으로 당신은 이윽고 완전히 잠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당신은 꿈을 꿉니다.
어딘가 자상하고, 따스하고, 또한 부드러운 꿈입니다.
집에 있다고 해도 느낀 적이 없는 감각인데도, 전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곳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입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당신을 아끼는 것은 분명하다 느껴짐에도 누군지 쉽사리 알 수 없어서⋯⋯.
분명 당신에게는 이상한 꿈일 겁니다.
그 누군가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 한 마디를 건넵니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해, 원우야."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말이야,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는 거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몇 음절이 더 이어지는 것 같은데도 뭉개져 들리지 않습니다.
앞의 맢은 그렇게 잘 들렸는데도 말입니다.
⋯⋯.
그리고 당신은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딱 보아도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단지 눈동자와 입 뿐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그리고 마주하는, 어쩌면 마주했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
그 거대한 존재감.
겨우 인간 하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거친 괴물의 살아있는 불과 같은 검은 시선⋯⋯.
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0/1)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2 |
| 판정결과: | 실패 |
고원우, SAN 1 차감해주세요.
그 순간,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춰 들어옵니다.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면, 차츰 시야가 밝아옵니다.
당신의 뺨 위로도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의 인영이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퍼져있던 위험한 기세가 사그라지면⋯⋯.

(나 죽는 건가⋯?)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흔들리는 두 갈래의 머리칼, 이전의 기세와 맞춰지지 않는 분홍색의 빛, 머리 위로 솟은 두 개의 고양이 귀,
그리고 흔들리는 두 갈래의 꼬리⋯⋯?
이거 사람 맞는 건가요? 아니, 코스튬인가?
아까 느꼈던 감각은 이 존재에게서 나온 것이겠죠.
그렇다면 기이한 힘을 쓰는 거 아닌가요?
바라보고 있자면, 그 존재가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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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
어디 가서 그런 재능으로 이름 짓지 마라. 본인 자식 이름도.


⋯이건 정말,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상한 만남이라 해도 좋겠죠.
이 둘이 어떤 존재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 사이로 창문 가득 달빛은 차오른 채입니다.








⋯⋯.
당신, 사람은 아닌거지? (그렇겠지.)

나는⋯ 흠, 인간들의 용어가 여전히 비슷하게 통하련지 모르겠네. 통한다면 요괴정도로 부를 수 있겠지.
고의로 있는 건 아니야. 딱히 뭔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난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오고 싶지도 않던 데에 왔는데 이게 무슨⋯⋯.

('귀여운 분홍색 고양이'를 강조함.)
돌아가는 방법도 몰라?

그러니까⋯ 아, 인간한테 협조를 구할 게 아닌데 신세가 왜 이렇게 됐지? (중얼중얼⋯.)
그렇지만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겠지⋯⋯. (알아서 자기합리화 끝.)
지금부터는 똑바로 들어⋯.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나는 내가 사는 곳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인계로 오게 된 사자야.
내가 사는 세계는 너희들에게는 '이계'라고 불릴 곳. 우리 세계에 머지않아 이 세계가 멸망을 맞이할 거라는 신탁이 내려왔어. 그리고 그걸 막을 방법을 적어도 우리 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었지.
그렇다 해서 신탁을 온 곳에 알려 혼란을 초래할 수도 없고⋯ 그러니 신목의 문을 열고 이곳, 인계까지 오게 된 거야. 그렇게 결정이 내려졌으니까.

| 기준치: | 40/20/8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실패 |
신목. 어디서인가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 말입니다. 어쩐지 무척 익숙한 기시감을 느낄 만큼요.
그런데⋯ 어째서지⋯⋯? 정확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아니었는데, 혼자네⋯? (또 한숨.)

(ㅋㅋ.)



눈이 한 개인 채 인간 형상은 요괴도 있고, 뱀 형상을 한 요괴도 있고, 머리가 두 개인 요괴도 있고⋯⋯. (이후로 몇 개의 예시 더 읊음.)


아무튼! 불의의 사고가 있었어. '추격자'를 피하다 다들 뿔뿔히 흩어져 버린 거지. 나는 회복을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서 인적이 드문 곳에 박혀 있던 거고. (동물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안 아파? 괜찮은 거야? (빤히 본다.)
뭐, 여전하긴 한데⋯ 처음에 물어 뜯겼을 때보단 회복한 것 같은데. (손끝으로 붕대 툭 두드렸다.) 이건 네가 한 거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그냥 지나가지 말라고 했거든, 동생이.






⋯⋯. (부정할 수가 없다.)
⋯ ⋯⋯ 일리가 있는 말을 아니라 우길 수는 없지. 고마워. 하지만 적어도 누나라고 불러라. (손으로 원우 가리킨다.) 딱 보아하니 너는 학생이고, (본인 가리킨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인데 학생을 꼬맹이라고 불러? 그곳의 선생님이라는 건 양⋯? 아치 같아도 할 수 있는 건가? (실례임.) 그래, 뭐. 누나라고 부를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같이 온 사자들을 찾아봐야지. 해야 할 조사도 하고. 우선 당장은⋯ (잠시 생각.) 곤란하지 않게 길거리로 나가줄까?

다시 고양이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거지? (사전질문.)


아, 그리고 누나는 '낯선 여성'보다는 '낯선 고양이'로 보이니까 안심해.





뭐 그거야⋯ (손가락 한 번 튕기더니 귀와 꼬리를 숨기고 겉옷을 제외하고는 여학생 교복으로 복식을 바꾼다.) 자, 됐지? 나 간다. (창문 염.)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혹시 나 더러워?
곁에 있으면 안될 것 같고⋯ 그래?
⋯⋯.




너는 무슨 그런 생각을 하니? (빠르게 다가가서 어깨 탁탁 두드려준다.) 자신을 가져, 얘. 너 부스스한 느낌 드는 점 빼고 창창해 보이니까.
그럼 그냥 여기서 쉬어, 당신이 나가려고 하면 할 수록⋯.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냄새라도 나는 건가, 여기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같은 생각만 드니까.
(작전 변경함.)
⋯⋯성격 참 나쁘네⋯. (바닥에 구겨져 앉는다.)
그러면 침대라도 본인이 쓰도록⋯⋯.


대화 중이잖아. (나름의 예의.)
대화 다 하면 올라갈 거야?

(이렇게 피곤한데 축제 준비까지 도와야 한다고? 갑자기 천장 보게 됨⋯.)

그럼 다시 자.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고맙단 말과 별개로 도움에 대한 보답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렇게 콕 짚어줄 필요는 없는데, 기껏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었단 말이야. (천장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빨리 어른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까보다.
성질 나쁜 짓을 했나⋯.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해. 잊으면 언제고 찾지도 않게 되니까. 그건 나 자신을 계속 혼자 남겨두는 일이거든. 그것을 모르든, 알든 말이야.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원을 쓸모없는 곳에 낭비하네. 차라리 찾게 해달라고 비는 게 낫겠어. 아니, 그것도 비슷한가⋯.

몰라, 그런 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생각해보자. (영 누나가 입에 붙지 않는 모양⋯.)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가족도 거기 있을테고.



적어도 해야 할 일은 있는 곳이 있으니까 돌아가야 하는 거고, 조금이라도 덜 알기 위해 있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로 들리네. (하품 길게 하다가⋯.) 졸리다. 자기 전까지 당신이 살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면 안 돼? 궁금해, 꿈에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마치 '옛날 이야기 해줘!' 와 같은⋯.)
생각보다 예리한 면이 있단 말이야. (뒤에 덧붙이는 말은 없다.) 내가 사는 세계는 하늘엔 아무것도 없지만 날이 밝고 어두워지는 곳이야. (나직하게 읊는 말.) 그러니 실체 있는 빛은 등불이고, 살아있는 빛은 반딧불이지.
이 세계에도 반딧불이가 있나 모르겠네⋯. 아무튼, 그래서인지 우리 요괴들 사이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있어.
좀 우스운 이야기인데, 반딧불이는 언제나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 함께한다고 해.
여러 속설이 있기는 한데, 번거로우니 넘기고⋯ 나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했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게 반딧불이라면, 어쩌면 인연에도 길이 있는 게 아닐까. 길을 찾을 때는 누구나 빛을 쫓길 마련이니⋯⋯.
그러니까, 어쩌면⋯ 이 전설은 그런 이야기일 거야.
언제가 된다 해도, 길을 잃더라도 찾아갈 테니 잊지 말아줘⋯⋯.
나를 기다려줘. 같은 마음 말이지.
고개 들어 쫓을 빛이 없는 세계의 존재들이라도 걸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 아닐까 하고⋯ 물론 단지 내 생각이지만.

잠이 드는 너머로 흐릿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니 네가 바라고야 말 것에도 안내하는 것 하나는 있으면 좋겠어."
"빛을 쫓을 수 없는 곳에서도 무엇 하나는 찾아내길 마련이니까⋯⋯."
"잘 자."
그렇게 새벽이 지납니다.
"야, 슬슬 일어나."
눈을 떠보면 어느새 날이 밝았습니다.





⋯⋯아, 혹시 내 생각보다도 어린 편? 어린 아이면 좀 더 봐줄 수 있지.

(생각보다 시간 많이 죽였는데?)

(호칭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올라와서 표정 썩음.)
불만 있어?










아니, 그럼 누나라고 할게. (순순히⋯.)
(만족한 낯.) 그래, 원우야. 이제 학교 가니? 따라갈까, 아니면 남인 것처럼 거리 좀 두고 가줄까?









(까다롭네 참⋯.) 그러면 취향인 점이라도 읊어주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 다시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아, 진짜 하라고?
(한 번 봐준다1 끝까지 가보자2 2)
할 수 있어서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다고? 날 가지고 노네, 허.
누나가 되어서 말이지⋯⋯. (중얼거리더니 거의 뛰듯이 가는 중임.)

원우 말이야, 좀 귀찮게 구는 거 나름 귀엽지 않아?!!
어디가 취향인지 그렇게 궁금해하는 것도 그렇고!!!
자고로 얼굴이나 성격 뜯어먹어야 몇 년이나 가겠어 귀여우면 됐지!!!
(뭔 술법이라도 썼는지 쩌렁쩌렁 남들 다 들리게 소리치고는 본인만 쌩하니 자리에서 사라짐.)

(사람들의 시?선 받으며 뒤따라감.)

"어린 애들이 귀엽네~" 같은 내용이 다수입니다.
"어릴 때나 저럴 수 있지. 청춘이다, 청춘~"
고집으로 그런 훈훈한 시선의 독박을 쓴 채 요괴를 뒤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학교 정문이 너머로 보이는 곳입니다.
학교 정문은 이미 몰려든 인파로 가득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몰려든 것을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시일제,
흔들리는 깃발 위의 또렷한 세 글자가 당신을 반기고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요괴는 또 대체 어디 가 있죠?

동급생A: 야, 축제 인파 대박이지 않냐?

아, 혹시 분홍색 머리카락 학생⋯ 못 봤나?
삐죽빼죽하게 생겼어. (응?)
동급생A: 아, 아까 너랑 청춘 영화 찍던 애?

동급생A: 아 왜. 자전거 타고 저 멀리서 봤는데 좋아보이더라? 이야, 고원우가 언제 다 커서. (ㅋㅋ)

동급생A: 친구의 기회를 뺏긴 좀. (ㅋㅋ)
아무튼, 못 보던 애였는데, 누구야?

먼 사촌, 그래서 소개 시켜준다고 한 거야.
동급생A: 교복도 입었던데? 여기 전학 올 예정인가.
걘 아까 정문 안쪽으로 들어가던데, 잘 챙겨.

동급생A: 학교에서 걱정은 무슨. 정 뭐하면 미아 방송이라도 해 달라 하던지. 아무튼 난 자전거 두러 간다! 위원회 잘 하고. (자전거 끌고 퇴장.)


그러고보니 위원회 일도 있었잖아요.
방송을 부탁하려고 해도 가긴 해야 할 테니, 우선 들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보기엔 화기애애해 보입니다.
(뭔데?)
가까이 다가가나요?


위원회장: 그러면 여기 전학 올 예정인 거야?

위원회장: 에이, 안 어울리고 할 게 어디있어. 어울려, 어울려~.

위원회장: 뭐~ 그건 그렇지. 아마 오후엔 잠깐 점검 겸 돌긴 할 것도 같아. 열심히 준비했으니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



위원회장: 앗, 고원우! 이제 왔구나?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면 네가 나한테 말 걸길 기다리고 있던 건가?


위원회장: 그건 그렇지. 그리고 쟨 준비 위원회기도 하고. 같이 왔다면서 미리 안 말해줬어?

날 두고 가서 이야기 할 틈이 없었어.

위원회장: 헐, 그거 무슨 소리? (흥미 찾아다니는 10대.)


위원회장: 딱 보니 재밌는 이야기 같은데. 뭐⋯ 어쨌든, 어제 일도 있었고 하니 과도한 걸 맡기진 않을 거고. (위원회 목걸이와 담당 부스 차트 쥐여준다.)
부스 돌면서 이상 있나 확인하고, 일손 부족한 거 있으면 조금 보태줘. 쉽지?
놀면서 할 수 있는 거라 다들 탐내는 건데 좋은 기억 가지고 가라고 내가 너한테 맡긴 거라고. 어제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

위원회장: 이것도 못 들은 거야? (힐난의 눈초리.)
쟤 어제 죽을 뻔 했잖아. 그것도 축제 간판에 맞아서!

⋯⋯.
입⋯⋯.

요새는 그런 것도 별 일이 없었다 하는구나⋯. 아주 잘 알았어.
위원회장: 설마. 그건 별 일이지.

나 간다. (회피 시도.)

위원회장: 웃기게들 논다, 참.
고원우!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까 준비에 차질 없도록 맞춰 끝내고 돌아와!


너 목숨이 쉽니?


⋯⋯.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다.) 갑자기 왜 그래?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마음에 걸리는 거라니, 지금 내가 하나를 꼽을 수 있나? (이미 걸음 하나 내딛지 않는 채다.)
나는 여기, 목숨을 걸고 왔어. 네가 이전 말했던 것처럼 자칫하면 이미 숨통이 끊어졌겠지. 아마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해. 나는 이미 쫓기는 채니까. 내가 너한테 '도와달라'고 말하길 망설인 이유의 전부야. 온전히 확실하지도 못한 것에 너무 많은 것을 걸어야 하잖아.
어떤 가능성을 바라보고, 만나본 것보다 만나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무수한 타인에게 자신을 거는 일이지, 이건. 당신은 그걸 너무 가볍게 걸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난 그렇게 가볍게 거는 생이라고 가볍게 보낼 줄 아는 위인은 아니라서. 그러니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 싶네. 지금까지 고마웠어. 당초 약조했던 건 꼭 지킬 테니까⋯.

설마 내가 대신 죽겠다고 덤빌까 봐 걱정한 거야? 막 다루는 것치곤 의외로 세심하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만 고려하면 돼,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누나가 하려는 일은 결국 살고 있던 세계를 구하는 거야,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의 목숨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던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리는 사명을 타고난 거지. 무언가를 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때로는 내가 가진 것을 내걸어야 할 때도 있고.
그 무거운 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니까~ 그래서 내가 돕겠다고 한 거야,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한 건 아니고. 날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이제 상처 받은 이유를 알겠어?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너는 안 돼. 필요하지 않아.' 라고 하다니.
좀 섭섭하네~, 하지만 못 들은 걸로 해줄게. 어느 쪽으로 갈 거야?

참 이상하네. 분명 이 세계의 어느 방면이든 당신은 필요로 여겨질 존재여야 할 텐데, 굳이 단 하루 봤나 싶은 요괴에게 상처 받았다 말하는 게 말이야. 꼭 필요로 여겨지는 감각을 처음 느껴보는 사람처럼 굴어⋯.
당신은 정말 이상한 인간이야. 못 들은 거로 할 필요 없어. 이건 변할 게 없는 명제니까.
그런데도 못 들은 거로 하고 태세를 유지하고 싶다면⋯ 위험한 순간에는 그냥 날 버리고 도망치겠다고 말해. 당신 말처럼 나는 몰라도 당신은 그 쉽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걸 걸 필요 없고, 난 생으로 버려지는 것보다 의지로 버려지는 게 나으니까. 그러면 그 억지에 잠시는 어울려줄게.
당신, 이건 모르지? 지금 상처를 받은 건 당신 혼자가 아니야⋯⋯.

난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당신과 함께 갈 거야, 나 혼자 살아남는 건 좀 싫은 것 같고⋯ 좀 볼품없게 굴어서 도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버리지 않을 거라고.
과정이라는 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떻게 버려지든 버려지는 건 결론적으로 혼자 남는 거잖아? 그런 건 질색이야.
뭐⋯. (잠시 웃었다.) 상처를 공유한다는 거, 아주 조금은 이해 받을 수 있다는 것 같아서 나쁘진 않네. 커다란 선행을 베풀기 전에 딱 한 번의 악행을 한 거니까 봐줘.

당신은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부스를 배정받았습니다. 부스를 들르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선택 가능합니다.


교실의 좌측에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진행중입니다.

이런 거 처음 보지?
⋯⋯날 뭘로 보고. (신기한 듯 보는 걸 보아하니 처음 맞다.)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할까? (좀⋯ 싸가지 없이 우쭐거리는 듯한 얼굴.)

마술부 부장: 축제 도우미 맞지? 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뭐든 같이 할게. (ㅋㅋ)


마술부 부장: 아 뭐, 전학생이 대수겠어? 그러면 우리 좀 도와줘. 일손이 부족하단 말이야. 손님이 이렇게까지 많을 줄 알긴 했어도 너무 많아! (대답도 안 듣고 풍선 기구 쥐여줌.)


자리가 마련되자마자 손님들이 새롭게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당신에게 차례로 주어진 것은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 예쁜 풍선을 만들 수 있나요? (본래 가능함 수치 묻는 것.)

그렇다면 행운 판정 진행합니다. 행운 판정은 총 10번으로, '그럭저럭 잘 해냈다'의 기준은 5번입니다.
(꼼지락⋯ 꼼지락⋯.)
(꽃 만들어봄.)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7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성공하는 풍선보다 실패하는 풍선이 더 많지 않아요?
실패하는 풍선의 이유도 기가 막힙니다. 풍선이⋯ 터지는데요?
마술 연구부라고는 하지만 풍선 터지는 소리가 몇 번씩 나니 시선이 모여듭니다.


풍선이 사라지는 마술.



(그 사이 눈대중으로 주변이 하는 방식을 봤는지 슥슥 터트린 만큼의 풍선 불어서 모양 잡는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호객행위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본데요? 사람이 영 모이지 않습니다.

(저게 된다고?)
(그래.)








마술부 부장: 어이쿠, 한 사람은 놀고 있잖아?

마술부 부장: 아니지, 아니지. 여유로워 보이는데? 마침 일손이 또 부족한 곳이 생겼는데!

마술 공연은 왜 그런 건지 잠시 멈춘 상태로 보입니다.
마술부 부장: 곧 신체 절단 마술을 할 건데~ 조수가 배탈이 나서 보건실에 갔지 뭐야. (원우를 빤히 쳐다본다. 이건 아마도⋯⋯.)

내가 들어가라고?
마술부 부장: 그래!

마술부 부장: 에이, 실험체는 누구나 몸만 있으면 되는 법. (토끼귀 머리띠 씌워 준다. 마침 검은 색.)

마술부 부장: 풍선 쪽에는 재능이 영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거라도 도와줘야지! (꿋꿋하게 잡아서 씌움.)

마술부 부장: 그래, 그래. 상자에만 들어가 있어도 돼.

그러니까 지금 쟤가 뭐에 쓰이는 거야? (공예같은 화관 풍선 만들며 질문.)

실험체.
마술부 부장: 아이 참, 신체 절단 마술의 조수가 된다는 거지. (과자류와 물병 탁자 위에 올려둔다.)
인간들은 마술로 신체 절단도 하냐?


선배?
어, 선배. (상대가 모른다는 자각이 없는 듯 싶다.)



아쉽게 됐네~, 그림 남겨 놓은 것도 없어? 초상화 말이야. 여기까지 올 때 안 챙겼으려나⋯⋯.

그 사람은 어느 날 우리 세계에서 사라졌어. 그러니 남아있는 건⋯⋯. (제 겉옷 붙잡는다.) 하나밖에 없네.
(친했었냐에 대한 언급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마술부 부장: 자, 자. 그럼 이제 조수도 구했으니⋯. (확성기 들어 소리친다. 곧 마술의 클라이맥스 공연이 시작됩니다!!!)
(원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스 쪽으로 끌고 감.)
(질질⋯.)

마술부 부장: 자, 기대해주세요! 마술의 클라이맥스⋯ 신체 절단 마술입니다!

뭐죠, 좀 불안한 표정이지 않나요?
아, 이런 건 처음이라~. (^ ^)
보통 이런 건 누구나 처음이니 어쩔 수 없죠. 불안한 표정인 건⋯ 조수 뿐만이 아니지만요.
부장은 그럼에도 의지를 잃지 않고 칼을 든 팔에 힘을 줍니다.
고원우,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첫 번째 칼이 상자에 박힙니다. 상자는 어떤 기구인 건지, 칼이 박힌 것 치고는 안에 든 사람이 무사하네요. 환호성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원우, 이어서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
어라, 교복이 좀 베인 것 같지 않나요?


마술부 부장: 있잖아⋯. 사실 최신 기구가 배송이 아직 안 돼서, 좀 기구가 구식이거든? (소곤소곤.)

마술부 부장: 그래도 기구는 기구니까 안 죽어, 걱정 마!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나머지 칼도 하나씩 상자에 박힙니다.
상자에 칼이 박혀들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집니다.
칼 세 개, 네 개, 다섯 개⋯⋯.

(그래, 아직 여유롭다.)
별개로 사색이 되는 인간 하나가 저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이것도 인간이 아니라 요괴죠.





고원우, 원하는 기능을 판정하여 최대한 의사를 전해봅시다!
(박스에 딱 주먹 들어갈 정도로 구멍 뚫어본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결심한 듯, 요괴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시선이 닿는 자리에서 요괴가 사라집니다.
부스 안에 바람이 휘몰아치고, 관객들의 당황한 듯한 아우성이 들립니다.
⋯⋯.
상자는 어디 간 거죠? 이제 갇힌 감각이 안 드는데요?
정신을 차려 보니, 당신은 상자 위에서 관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서 있냐 하면 그건 아니고, 공주님처럼 누군가에게 안겨서요.
분홍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마술부 부장: 어라⋯⋯. (상황 파악 중.)

⋯⋯.


있잖아.




나 여기서 사라지게 해줘⋯⋯.
마술부 부장: (상황 파악 끝남.)
자, 지금까지~~ 구출 마술이었습니다~~!!
(뭐가?!)
(뭐가?!)
놀라울 정도의 서사, 상자 안에 갇힌 소년을 구출해내는 소녀!


관객A: 와, 대박인데?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

관객B: 와 그러게, 대박이다. 아까 그건 어떻게 연출한 거지. 기구 있나?

관객C: 남자애도 큰 맘 먹었네. 저렇게 안겨서 있을 마음 먹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마술부 부장: 자, 지금까지 저희 마술부의 특별 공연이었습니다~!

마술부 부장: 두 사람은 이제 내려와 관객 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야아, 걱정 마. 너 안 무거워. (ㅋㅋ)




뭐 문제 있어?


그리고 위험해 보였어. 인간들은 어쩌다 이런 걸 즐기니? 뭔 능력도 없으면서. (여전히 안은 채로 하는 말은 뻔뻔하마.)

전혀 위험하지 않았어⋯.
않았다고⋯⋯. (힘 빠져서 기대고 있음.)




마술부 부장: (박수 몇 번 치면서 다가온다.) 와, 대박인데?
완전 멋졌어. 지금 다신 못 연출할 공연을 만들어냈다고!

마술부 부장: 그나저나⋯ 청춘이다? (안 내려놓나? 정도로 보는 듯 싶다.)




(바닥에 눕히진 않고 앉혀준다. 신문은 안 덮어줬다.)
마술부 부장: 오늘 무대로도 도와줄 거 다 도와준 것 같으니 이만 보내줄게! (실제로 다 도와준 게 맞다.) 도장 받아가야 하지?

마술부 부장: 뭐 받아가고 싶은 거라도 있어? (차트에 비둘기 모양 도장 찍어줌.)

마술부 부장: 아까 사둔 쿠키 있는데! 그거라도 좀 줄게. 수고했다! (쿠키 안겨주고 보냄.)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당신 목에 걸린 것을 보고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이거⋯ 딱 봐도 '살았다' 싶은 표정인데요?


요리부 부장: 자, 빵부터 드세요. 그리고 인력이 부족한데 서빙 좀 잠시만 도와주세요!

(마히다. 근데 먹다가 희란한테 권하는 거 잊어버림⋯.)








쿠키나 마저 먹어, 서빙 도와줘야해.

(쿠키나 우물거리다 삼킨다.)

요리부 부장: 자, 이거 입고 서빙해주시면 돼요.

어느 곳부터 서빙할까요?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주문은 커피였네요.
당신이 테이블 위에 주문품을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들이킵니다.
(반응은?)
쓸쓸한 사람: 커피가 찰흙처럼 써요. 맛있어져라 주문 누가 안 외워주나⋯⋯.


| 기준치: | 15/7/3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실패 |
쓸쓸한 사람: 그렇지만 쓰다고요. 여기는 서비스 정신도 없나~ 안 외워주나~.
(희란 봄.)



죽을 정도로 맛있어져라⋯⋯.

아무튼, 손님은 그제서야 좀 만족한 표정을 짓습니다.
다음 테이블로 갈까요?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될까요?"

하실 거라면 위협 판정 진행하시면 됩니다.
| 기준치: | 15/7/3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 내면 되잖아요!"
그 사람은 돈을 내고 도망칩니다. 아니, 돈이 있었잖아요?!
해냈다.





초등학생A: 여기에 집사 오빠나 메이드 언니 없어요? 그런 카페라고 해서 온 건데에⋯⋯.
초등학생B: 집사 오빠가 있어야 공주님이 될 수 있다고요. 있다고 했다고요!






⋯⋯안 돼?
⋯⋯.

| 기준치: | 45/22/9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가락 튕기더니 광고지에서 본 복장으로 변환한다⋯.) 그래서 뭐 하면 되는데? 메이드가 뭐고.

원하는 게 있으면 메이드 언니가 다 들어주실 거야.
초등학생A: 정말 메이드 언니예요?!
초등학생B: 메이드 언니잖아! 입은 것 보면 딱 안 보여?
초등학생A: 메이드 언니! 우리 공주님이죠?



초등학생A: 메이드 언니가 케이크 주면 좋겠어요!
초등학생B: 나는 우유도!
초등학생A: 앗, 그러면 난 코코아!

네, 공주님 두 분을 위한 주문 여기 있어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요리부 부장: 서빙 다 끝난 것 같은데 맞아?


요리부 부장: 뭘 한 거지⋯⋯?

요리부 부장: 어쩄든, 수고했어! 도장 받아가야 하지? 차트 주면 찍어줄게.

요리부 부장: 그게 이 부스의 최대 단점이지. (케이크 모양 도장 찍어준다.) 수고했으니 쉐이크 하나씩 포장해서 들고 가. 그냥 줄게!

많이 먹어도 괜찮지? (이미 주문 끝내고 말함.)

다 못 먹으면 네가 넘겨받아서 먹어.


(전부 다 해치웠다.)
(아마 원우가 다 먹고도 좀 지났을 때 줬겠지 싶다.) 넌 무슨 애가 그렇게 빨리 먹니.




어떡해⋯⋯. (누구든 걱정 중.)
어차피 누나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내 일 아니니까 걱정하는 거 아니야?
내 일이면 어쩌지⋯. 이랬을 걸.





그래요. 미술부가 하는 부스는⋯⋯ 귀신의 집입니다!
특히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 받던 부스입니다.
다만 아직 개장하지 않아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이 열리고 붕대를 둘둘 만 사람이 나옵니다.
미술부 부장: 아, 위원회 맞으시죠?

미술부 부장: 에이, 가장 인기 많은 부스를 맡았는데 제대로 해야죠. 정식 개장은 해가 지면 하기로 했어요. 밝을 때 시작하면 덜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준비는 다 끝났긴 한데⋯⋯ 점검하실 겸 테스트 팀이 되어주시겠어요?



누가 봐도 겁 없어 보이지 않나?





미술부 부장: 하하, 사이가 좋네요~. 그럼⋯ (끈을 가져와서 두 사람의 손목과 손목을 이어 묶어준다.) 우선 이렇게 하시고요.

미술부 부장: 누가 무섭다고 다른 한 쪽을 버리고 가면 곤란하잖아요?



미술부 부장: 앗,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 든다.) 들어가기 전에 촬영 하나 하죠.
이왕이면 잘 보이게 부스 앞에 서 주세요. (안 찍어줄 거란 생각도 안 함.)

(그래도 상대가 머쓱하지 않게 부스 앞에 선다.)
미술부 부장: (그야 위원회고 여자애랑 같이 온 이상 사진은 찍어줄 거라는 고교생의 믿음 같은 거.)




미술부 부장: (이런 것까지 설명해?) 음, 찍어주실 거 맞는 거죠?
맞으면 포즈도 취합시다! 5초 뒤에 찍어요~. (카운트다운 시작.)

(그렇게 됐다.)
미술부 부장: (그냥 찍혔다. 카메라가 사진을 뱉으면 몇 번 팔랑거리다 건넨다.) 자, 여기 있어요~.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옵니다.
따르는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 이거,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이하로는 시스템 안내입니다. 체험자는 총 5번의 1D12를 굴립니다. 굴리는 다이스 값에 따라 확률적으로 체험 내용이 선정되니 참고 바랍니다.

귀신의 집에 들어오기도 3분 즈음 지났을까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설마⋯ 이 작은 귀신의 집 안에서 길을 잃은 건가요?
⋯⋯.


| 기준치: | 10/5/2 |
| 굴림: | 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부스 안에서 길을 잃었다고 할 순 없겠죠. 심지어 바로 옆에 손목을 묶고 같이 있는 요괴가 있다고 생각하면요.
내내 놀림받을 겁니다, 이거?

그리고⋯ 옷자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처음엔 약하게,
그리고 다음으로 거세게⋯⋯?

(3초 생각.)
어디 아파?


(근력 판정 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잡아당기는 힘은 노크라도 하듯이 끊어지듯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힘을 풀었다를 반복합니다.
힘을 줘봐도 떨쳐지지가 않습니다.
돌아봐 줘. 돌아봐 달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게 말입니다.
⋯⋯그래.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지.
(돌아봄.)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옷자락을 잡은 힘은 어느새 사라졌네요.
그리고 그 순간,
쿵.
잘린 인체 모형의 조각이 눈앞에 떨어집니다.
부위는 머리네요.


야, 야아. 얘는 안 움직이니? 내 학생 중에 이렇게 생긴 애가 있는데.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라고 해.

손 잡고 갈래? 뭔진 몰라도 너 지금 영 이상하게 구는데.

아까 누가 날 잡았는데⋯, 그게 학생이 아니었나봐.
뭐였을까?

그래, 그래. 손 잡고 가자. (손 잡았다.) 나도 선생이라 소풍에 어린 애들 손 잡고 갈 줄 알거든.

진짜 귀신인가.

신경이 쓰이면 나한테나 집중해라, 꼬맹아. (손 잡은 채로 이끌고 걸어감.)

(전혀 그렇지 않아!)

내가 이러면 설렘을 느낄 것 같아?
그러면 뭐 어째야 느끼는데. (할 것도 아니면서 왜 묻는 건지⋯⋯.)



통로에 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까이, 또 더 가까이 소리가 울리더니⋯⋯
이제는 귓가에까지 메아리치는 것 같습니다.
이거, 녹음되었다기엔 너무 현실감이 넘치는데요?


잡은 손이 갑자기 끌어집니다. 아니, 정확히는⋯
옆의 요괴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잡힌 손, 그게 아니더라도 묶인 손목 때문에 보폭을 맞추거나 끌려가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죠.

(무서운 건가⋯?)

(따라감⋯.)
동시에 뒤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와 엇박자로 교차하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느린 엇박자가 점점 빨라집니다. 느리게 걷던 것이 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본다. 이 사람이 무서워 하는 거라면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 (혹시⋯.)
⋯⋯. (개가 쫓아오나?)
...
⋯⋯
그러던 끝에 출구가 보입니다.
정확히는 빛이 저 앞에서 보였습니다.
그리고 돌아본 곳에는 이상하리만큼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서 빛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걸까요⋯⋯.


자, 이제 출구로 나갑시다.

이런 걸 끌어들이는 걸까⋯.


마지막에 정말 강아지라도 쫓아온 거야?
('이 사람은 고양이⋯ 그렇다면 천적은?' 에서 비롯된 의문.)

들릴 리가 없는 게 들리면 피하는 게 좋으니까⋯.
놀랐겠네, 이거 어서 풀어 달라고 하고 앉아서 좀 쉴까?
지금 꼭 누구 달래듯 말한다, 너⋯.








미술부 부장: 귀신의 집, 어떠셨나요?! 후기를 듣고 싶은데요.
개선할 점도 말씀해주시면 개장 전에 참고할게요!

이상한 소리를 들었대.
미술부 부장: 후후, 그런 소리는 저희에겐 포상이죠.


소리는 무슨 소리들로 틀어둔 거야?
혹시, 그러니까⋯ 말을 거는 소리 같은 건, 누가 녹음했나 하고.
미술부 부장: 어, 말을 거는 소리요⋯⋯?
그런 건 틀어둔 적 없는데요.

잘못 들었던 모양이네. 당연하긴 하지. 고마워.

미술부 부장: 아니, 뭐⋯ 별 말씀을요! 도장도 찍어드릴게요. (유령 모양의 도장 차트에 찍어준다.)

인간?
그래. 환청이었나 보네.
나도 참⋯⋯. (작게 숨 내쉰다.) 다음 부스 갈까?

가자.



천 년을 사는 인간은 없으니까.




백 년을 살고⋯ 어쩌면 천 년까지 살더라도.

사는 게 즐거우면 죽고 싶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잖아? 비슷한 거야.



요괴는 말이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존재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살아가기 보다는, 주어졌으니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 그러니 어떤 요괴는 천 년까지도 사는 거란다. 인간과 다르게.
아무튼, 시간 늦겠다. 다음은 연극부였지? (차트 그 사이에 봤었음.)

(하지만 당신의 입장에서 나는 천 년도 살지 못한 미물에 불과하다. 말을 얹는 건 일종의 실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연극부로 나아가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소강당으로 향하면 실제로 연극 준비가 한창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을 보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
연극부 부장: 마침 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들이 깜빡했거든. 온 김에 좀 도와줘.


고원우, 근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체 어쩌다 이렇게 힘을 기른 거죠? 주변에서 감탄하는 걸 볼 수 있네요.
세트를 옮기는 도중,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리나를 확인하면, 몇몇 학생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내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추락합니다.
이건 분명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고원우, 만일 피한다면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 납니다. 만일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고원우, 정신력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괜찮아, 다들 많이 놀랐겠네.

⋯⋯안 보이면, 내가 지금 무슨 낯인지는? (적어도 제 앞의 인간보단 나빠 보일 것이다.)


혹시 진짜 바보 아니야? 열 살 짜리 학생들도 이건 알아! 차라리 사고를 치면 화를 낼 리가 없다는 거. 사고를 치면 보통 걱정을 해.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연극부 부장: 보건실 안 가도 되겠어? 아니, 미안해! 도와주러 왔는데 큰일을 만들 뻔했네.
조금 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이건 내 실책이야.
그런데 정말 이상하네⋯⋯. 분명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점검했거든. 그때는 정말 이상 없이 튼튼했는데. 아, 변명하려는 건 아니야! 정말 미안해.

너는 꼭 내가 떠나면 그럴 사람 하나 없다는 것처럼 말하더라⋯⋯. (옆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당장 뭔가 말하지는 않는다.)
(대답 없이 어깨 으쓱이기만⋯.)
연극부 부장: 아, 당연하지! 그러면 리허설만 보고 갈래? 지금 저거 치우고 바로 리허설 들어갈 예정이거든. 저기 강당 내려가서 감상하고 가면 돼. 아니면 도장 찍어줄게.



핸드아웃 :: 연극 : 신목의 시가 공개됩니다.
⋯⋯.
연극이 끝나면, 조명이 다시 켜집니다.
조명이 켜지고 주변이 다시 소란스러워진 것에 반해 관객석, 당신의 옆자리는 유독 조용합니다.




물론, 보통은 두 그루의 신목으로 알고 있지만⋯⋯.
원전은 네 그루가 맞겠지.


연극부 부장: 어땠어? 괜찮았나?! 앗, 이런 것도 일 시키는 건가?

아냐, 좋았어. 재미있던데?

연극부 부장: 아, 그건 말이지~. 다들 잘 모르긴 하던 것 같은데, 만든 건 아니야.
실제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라 하더라고. 이 지역의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 같은 거지. 오래도록 내려오는 연정은 연극으로 구성하기에 걸맞을 것 같아서 열심히 밀어본 거고.
실제로 우리 학교 뒷산에는 영험하다 하는 나무가 있잖아.
그러니까~ 혹시 우리한테는 더 실감나는 기분이 들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한 거라고. 어때, 내 판단.


연극부 부장: 고마워~! 아깐 미안했고, 잘 봐줘서 기쁘네. 도장 찍어줄게! (차트에 나무 모양의 도장을 찍어준다.)
둘 다 수고했어. 축제 즐겁게 보내!


어느덧 하늘도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네요.
이대로 일은 다 끝난 걸까⋯⋯. 차트 내러 갈까요?

하루 종일 애써 일만 한 인간과 한 요괴는 차트를 내러 갑니다⋯⋯.
차트를 내고, 이제 일은 다 끝났겠다 했겠죠.
그런데 이게 무슨 팔자인지⋯⋯.
"앗, 어쩌지. 마지막으로 해줘야 할 일이 생겼어."
같은 말이 들려옵니다.
위원회장: 힘들 텐데 미안해!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들려와서 말이야.
아,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나 모르겠네. 난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서⋯ 대신 확인해줬으면 해.

이런 소리를 들은 이상 뒷산으로 가야겠죠.
정작 학교의 학생들도 잘 들어가지 않는 곳에 말이에요.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어두워지는 하늘과 함께 달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손애는 열쇠가 주어집니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신목이 있는 산으로 가는 열쇠가요.

산은 자주 오르는 편인가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앞장서서 걸어가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어디로 향하는 건지는 아는 걸까요?

따라와라, 꼬맹이. (평지를 걷듯 위로 향한다.)

뭐 문제 있어? (올라가다 뒤돌아서 봄.)
날 왜 그렇게 불러?

원우야, 따라와. 손도 잡아주랴?

얼른 가기나 해. (그놈의 어리다는 말⋯ 지긋지긋⋯.)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는 하늘로 높이 뻗어 있습니다.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종종 소문으로나 듣던, 연극에서도 들리던 신목이 꼭 이렇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나무의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새끼줄을 걷어 신목 앞으로 가다다서는, 손바닥을 펼처 나무의 표면에 가져다 댄다.)

분명 이상한 광경임에도 그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강제력이 작용합니다.
몇 분이 지납니다.
⋯⋯.
그제서야 요괴의 움직임이 다시 찾아듭니다.











신목은 이계와 인계를 잇는 문이라⋯ 요괴들 중에서도 극소수는 신목을 다룰 수 있어. 이번 세대에는 나밖에 안 남았으니 내가 유일하려나.
신목의 문이 열리려면 본래는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잖아. 나는 그럴 때를 대비한 살아있는 열쇠인 셈이야. 강제로 신목의 문을 개방할 수 있는 요괴라는 거지⋯⋯.


하긴⋯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면 그것도 소용이 없으려나. 없는 이유를 알 것도 같고. (작게 웃는다.) 다른 특이사항도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힘을 방울로 압축해서 여분을 담아두는 거야. 문을 여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지.

악용하기 너무 쉬워.

⋯⋯애초에 보통은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니까. 누가 가지고 있어봐야 단순히 액운을 줄이는 부적 정도로나 쓰일지도.


지금껏 내가 본 당신이라는 사람은 너무 착해서 악용할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거든? (곰곰.) 그 사람이 당신을 친구로 생각했다면 어디에든 보관해두지 않았을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도 선물 받은 거니까.
⋯⋯지금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 맞지? (확연히 당황했다.) 뭐⋯ 그랬었다면 좋겠네. 지금은 당연히 죽었을 테니까, 어딘가 창고에나 처박혀 있을지도 모르고. 나름 귀한 방울인데 말이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 방울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볼 수 없어? 먼 나라에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야.
내 자신감이 문제가 아니라, 네 인식을 좀 개선하도록 해 문제 아닌가? 너 내가 성격 나쁜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내가 누군가한테 주는 방울에 그런 기능을 달아두면 그건 범죄야. 보면 알아볼 수 있긴 하지만.


(이상한 사람⋯ 이라고 생각함.)
(일단 따라가긴 하지만⋯.)
너 무슨 생각 했냐. (흘긋⋯.)




(졸졸.)
하늘이 한참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그 밑에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왜?!)
초등학생 A: 개, 개구멍이 있길래애애⋯⋯. 넘어왔더니 여기에서, 길을 잃어서어어어엉⋯⋯.
초등학생 B: 야, 야아. 울지 마. 울었다고 우리 버리고 가면 어떡해⋯⋯!

(손 내밈.)




초등학생 A: (훌쩍이며 원우를 지나쳐 옆의 누나 손 잡는다.)
초등학생 B: (눈치 좀 봄.) 저라도 형 손 잡아드릴까요⋯⋯.
아냐⋯.
가도 돼⋯⋯.
(눈치 좀 더 보다 친구 손 잡으러 감.)


이게 최선을 다한 결과? (애들이랑 원우 번갈아 봄.)
누나가 좋대.
좋은 걸 어쩌겠어?


좋은 게 좋은거지.

시간 늦었다, 가자.

이만 갈까요?


고원우, 관찰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감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무 위를 바라보니⋯⋯.
나무 위에, 검게 일렁이는 작은 그림자가 비춰져 있습니다.
그림자인데도, 어떤 두 눈이 밝게 빛나서⋯⋯.
푹.
갑작스레 발밑이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저항할 수 없는 압력에 의해 고원우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어재의 일부터 오늘 있었던 사건까지. 어째서 이런 불운이 자꾸 닥치는 거죠?
무릎은 쓸리고 발목은 시큰거립니다. 쉽사리 걷고자 시도할 수 없는 통증입니다.


조금 어려울 것 같긴 하네, 딴 생각을 했더니.

이러니까 내가 널 함부로 못 놔두겠는 거 아니야!


(불만 가득하게 보다 딱히 의사 안 묻고 안아들었다.) 자, 애들아. 데려다줄 테니까 가자.


(업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길래 일부러 선택했다.)

산에서 내려간 뒤로는 아이들을 돌려보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위원회장에게 보고를 마치면 정말 오늘의 업무는 끝.
보고 자체도 금방 마칠 수 있습니다.
(이대로 보고하는 건 조금 머쓱하니까 내려 달라고 한 후 보고를 하러 간다.)
(인간은 근성⋯)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hp 2 차감해주세요.

운동 열심히 하길 잘했다.






(약해 보이는 거랑 만만한 건 별개라고!)

운동장을 보면 캠프 파이어가 진작 시작한 것이 보이네요.
부스도 오늘은 거의 정리됐는지, 위원회장 역시 부스의 옆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직 참가하지 않은 건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처로 슬쩍.)
위원회장: 아, 드디어 왔어? (반색했다.)

위원회장: 어, 그런데 상태가 그게 뭐야?!

위원회장: 누가 봐도 안 괜찮잖아.
(도장판 내민다.)
괜찮다니까?!
(도장판 받아들었다.) 아까 캠프파이어 시작했는데, 포크 댄스는 참여할 수 있겠어?

위원회장: 봐라, 안 괜찮잖아.

알면서 왜 물어봐?
위원회장: 네 옆에서 흉흉한 기색으로 있는 여자아이 눈치가 보여서.
희란이 많이 화난 것 같은데, 눈치 좀 봐라.





위원회장: 뭐, 그렇지. 이만 갈래? 구경은 해도 좋고.
오늘 너무 고생한 것 같이 보여서 마음이 안 좋다.

위원회장: 재미는 있었다니 다행이지만⋯⋯.
그러면 뭐가 됐든 편하게 해. 내일 좀 더 나은 상태로 보자⋯.
희란이는⋯ 그래도 쟤 불쌍한데 조금 봐주고.


위원회장: 음⋯⋯.
아냐, 때리는 것만 나중에 해라. (태세 전환.)


위원회장: 그렇다면 더 다행이네. 원우 잘 돌봐주고, 또 보자. (손 흔들어줌.)

(하⋯.)
(그래도 손은 흔들어줌.)


(잔소리 무시하고 가자.)
두 사람은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원우가 잔소리라고 하는 걱정을 한참 늘어두다, 요괴는 문득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말의 소리가 멎습니다.





우리는, 그러니까⋯ 어두워진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거든. 그러니 어두울 때는 알아서 앞을 밝혀야 해. 혹은 내가 반딧불이라도 있는 곳에 있길 바라거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등불을 잊지 않는 거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고개는 저물지 않는다.) 하늘에 저렇게 많은 게 있는 건 처음 봐.


혹시 너희 세계는 평평하지 않아? (때에 걸맞지 않는 물음을 던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얼마쯤 더 걸었을까요.
한 사람과 또 한 요괴는 원우의 집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집은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어머니는 집에 있는 날이 더 적고, 여동생은 오늘까지 친구 집에 있는다 했었죠.
옆의 요괴가 좀 의심스럽게 보는 것도 같지만⋯ 상관은 없잖아요? 아마도.


(그래⋯⋯ 쟤도 자존심이 있겠지. 넘어가주자.) 대강이라도 치료는 해야 하지 않겠어? 도구 있으면 줘.

| 기준치: | 30/15/6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실패 |
(응⋯?)

남의 도움이 정말로 필요할 것 같이 보이는 건 내 착각인지.







오늘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뭐어, 온종일 다치고 고생해서 그렇겠지. 너희 집 뭐 없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이 요괴⋯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집안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서재 한켠에 데스크탑이 있어 어느정도 드나들기는 합니다.



고원우, 지능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40/20/8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멍.)
글자네.

요괴라 이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요?
혹은 고원우 본인이 그른 쪽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괴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서적을 쌓아둔 채 문헌을 읽고 있습니다.

도미노는 잘 하는 편인가요?
(당연하지!)




너는 책 볼 자격이 없다, 없어! 나가서 잠이나 자!






신경은 쓰지 말라고 하면서 이런 건 또 맞다 하고, 요새 애들 마음 참 어렵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정말 여기서 자려고? 그렇게 재미있어?

책 읽다 자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서? 재미 쪽은 아니고⋯⋯ 자료 탐색 같은 쪽.

알았어. 갈게.


말없이 어디 가지 말고, 누구 따라가면 안 돼. 알았지?


아니, 도로라고 해야 하나.

난 진심이었는데.




⋯⋯음, 흐음, 흐으으음.
(완전 고민⋯.) 아 정말, 이런 거 언제 했나 기억도 안 나는데. 잠깐 이리 와.
⋯⋯왜?


(가까이 다가오면 끌어당겨 한 번 안았다 놓아준다.) 잘 자. 좋은 꿈 꾸고.

(이거 뭐야?!)


(생각 많아짐.)
맞긴 한데.
⋯⋯.
⋯⋯.
잘 자⋯⋯. (도망침.)
도망친 원우는 그대로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눕습니다.
피곤했으니 잠은 잘 올 것 같아요.
실제로 베개에 머리를 두자마자 곧 잠에 빠져듭니다.
오늘만큼은 꿈도 꾸지 않고요.
혹은, 어떤 꿈이든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
아침은 밝아옵니다.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개운하게 기상합니다.
어제 다쳤던 다리의 통증마저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튼튼한 편이기는 해도 하루만에 나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도요.
바닥에 걸음을 내딛어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네요.
이상한 조화입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집안은 고요합니다.

조용하네~.
가족들이 집에 없으니 당연하겠죠.
사람이라고는 당신 하나밖에 없다는 듯⋯⋯
누군가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서재의 탁자에는 책 학 권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 외로는 서술할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말의 뜻은⋯⋯.
요괴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목은 '이계탐험록'이네요.
이상한 것은⋯⋯ 펼쳐도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종이의 결, 누르스름한 오래된 종이 특유의 색, 곰팡이 향은 여전하지만 적힌 글자만큼은 마치 누군가 가져간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한가요?
문득, 당신에겐 익숙한 감각이 들어옵니다.
이상하게도 오래 전, 이 책을 꼭 읽었던 것만 같습니다.
고원우, SAN 판정 진행해주세요. (0/1)

| 기준치: | 49/24/9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쪽지는 없네요.
그러고 보면, 어제 인사를 하면서도 '내일 보자'와 같은 미사여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떠난 걸까요?
의문은 당연하지만, 지금 당신에게는 학생의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전히 축제고, 오늘도 축제를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잖아요?
요괴는 사실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였을 뿐, 생각해보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죠.
지금 가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서두르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학교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서둘러 준비는 한다, 하는데⋯.)
준비를 마치면, 이제 학교에 가면 됩니다.
(학교에 가자⋯.)
등교길은 제법 한산합니다.
등교할 사람은 이미 다 했다 이거겠죠.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는 것도 머지 않아서입니다.
축제로 소란스러운 분위기, 즐거운 웃음소리, 들떠있는 모두들.
학교의 광경도 어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따지자면 어제도 학교는 혼자 들어갔으니, 정말 어제 그대로겠네요.
도착하면 가야 할 곳도 어제와 다를 것 없을 겁니다.
위원장에게 해야 할 일을 받아서, 어제 한 것처럼 해내면 되겠죠.



위원회장: 아, 왔구나? 튀어서 안 오나 했네!


(나도 무슨 일 있으니 적당한 일이 있다고만 해라.)
위원회장: 아니, 그게 말이지. (부스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어.


위원회장: 누구 소행인지 밤새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됐다고. 대체 이게 뭔 일이지 싶고.
아무튼,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긴 한데⋯⋯.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위원회장: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무슨 일이래, 이게.
위원회장: 그러게. 우선 문제는 해결했으니까⋯⋯ 원우 넌 다른 애들이랑 저 망가진 거 바깥에 내다 놔주면 될 것 같아.


위원회장: 고마워, 수고해줘!
⋯아, 그러고보니.
원우 너, 오늘은 희란이랑 따로 왔어? 구경 시켜준다는 건 어제로 끝?

싸우고 나서 없어져버렸어~. 본 적 있어, 오늘?
위원회장: 나 아까 마주쳤는데. 제대로 싸웠나 보네?

위원회장: 어, 아까 정문 부근에서. 교복도 다 입고 학교 안쪽으로 들어가던데.

위원회장: 어어, 그래. 화해 잘 하고.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더라.

어디 아픈가? (중얼중얼.)
(부스 나가서 주위 휙 둘러봄.)
주위는 여전히 즐겁게 소란스럽습니다.
그 인파 사이에 요괴도 있을 거라고, 이제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축제에서 계속 생기고 있는 기이한 일이 떠오릅니다.
대체 학교로 갈 거면 왜 혼자 간 걸까요?
내내 보여주던 그 기이한 힘이면, 그동안 있던 이상한 일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요?
당신이 그 지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르겠으나⋯⋯
불길한 예감만은 들어옵니다.
그 순간,
비명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었죠. 불이 난 걸까요?
누군가는 대처해야 할 텐데요. 소화기가 어디 있었던가요?
(내가 위치를 알고 있던가?)
축제 위원이 됐을 때 강제로 달달 외워지긴 했을지도? 아직 기억한다면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소화기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온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벌어집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립니다.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집니다.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져 내립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외침도 들려옵니다.
혼란한 가운데 고원우는 똑똑히 목격합니다.
아수라장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요괴를요.

(쫓아가자.)
본 시나리오 전용의 약식 추격 룰을 사용합니다.
총 세 번의 민첩 판정*을 거쳐 두 번 이상 성공 시, 요괴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실패 이후의 추가 판정도 가능하나 한 번의 판정마다 축제 내부의 혼란이 발생합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2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4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인파를 가로질러 쫓아가는 도중, 깨진 유리 조각이 당신의 위로 쏟어집니다. 서둘러 머리를 감싸도 날카로운 파편은 살결을 긋고 흩어집니다.
한 번, 두 번을 유리조각 사이로 지나가 불길이 진압되는 곳을 향합니다. 사람들은 점차 구해지지만 혼란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사이를 지나 요괴를 쫓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원래 속해 있던 곳의 혼란을 뒤로 하고, 실질적인 위협 사이로.
요괴를 계속 쫓는다면 다시 판정 진행해주세요.

(쫓아간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4
4
1
여전히 당신은 요괴를 쫓습니다. 뒤로 다시 연기가 치솟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불이 난 걸까요?

감각에는 경보가 울립니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의도한 재난이라고.
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런 소란을 일으키는 걸까요?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 하고, 당신은 요괴의 뒤를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소란을 넘어, 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
⋯⋯
도착한 곳은 학교 뒤편의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요괴는 당신을 등지고 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요괴에게 무엇의 행동을 하기도 전에, 요괴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역시, 네 짓이냐? 그만두지 못하겠어?"
당신에게 하는 말은 아닐 텐데요.
그렇다면⋯⋯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요괴의 말에 응하듯 들리는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목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요괴가 바라보는 방향의 끝에 검은 인영이 일렁입니다.
흐물거리던 인영은 점점 형태를 이룹니다.
형태는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은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당신이 익히 아는 요괴는 확연히 표정을 굳힙니다.

내내 숨기고 있던 귀와 꼬리가 돋아나고, 눈에는 무언가의 기운이 서린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두 요괴가 제대로 마주서자, 형형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꼭 같은 목적을 위해 이 곳에 선 것이 아니라는 것 마냥⋯⋯.
두 요괴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장벽 너머로는 목소리만이 들립니다.

내가 네 기운을 못 느낄 리가 없잖아. 이채, 흩어진 사자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야.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다들도 그렇고, 너마저도 전부 우릴 배신한 거야. 네 그 선배가 그렇게 인상이 깊었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외엔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딴 나무에 계속 처박혀 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지.


나도 알아.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거든.
너는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기는 커녕, 인간이랑 붙어서 즐거워 보이더라. 선생님의 연을 이은 인간이 그렇게 귀중하니?
아, 역시 그 애도 눈치를 챘을 때 단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어쩌면 너도 단번에 죽여버려야 했었는데, 그게 고향의 내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었는데⋯⋯.
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가 없어서 여태 살려둔 내 선택이 틀렸어. 아아, 이건 전부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돌이킬 수도 없게.

네 아이들 이야기를 뱉을 자격은 너만 있는 건 아니지⋯⋯. 난영이가 이걸 들으면 뭐라고 할까, 나도 정말 궁금한데.
본인이 선택한 요괴가, 본인이 정말 좋아하던 선생의 세계를, 자신과의 아이들을 내세우며 전부 망치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
하, 그거 좀⋯⋯ 치졸하지 않냐?
남의 탓도 적당히 해야 내가 힘들구나 하고 넘겨주지, 뭔 다른 사자들까지 전부 해쳐놓고 내 면전에서 지X이야⋯⋯.
안 그래도 이상했어, 인간한테 너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계속 네 힘이 느껴지더라고.
몇백 년 동안 얼굴을 안 봤더니 그 사이에 노망만 들어서는⋯⋯.
야, 실제로 내가 귀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으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 대화 언제까지 해야 하냐?
혹시 내가 널 죽이든 끌고 돌아가서 처벌을 요청하든, 그래야 끝나는 거면 빨리 말 좀 할래? 시간 낭비 그만하고 싶어서.

이제 상관 없어, 나는 내 중요한 존재들을 위해 모든 걸 할 거야.
그러니 너 같은 건⋯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두 요괴를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라갑니다.
당신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 합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열려서는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소리가.
"⋯⋯그만 둬!"
라는, 요괴의 소리가 무색하도록.
회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이건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부를 존재라는 것을, 당신은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 기준치: | 48/24/9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상한 감각이 들어옵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이나, 당신은 이 순간에도⋯⋯
존재의 실감이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이 비이성인 광경에서 말입니다.
고원우, SAN 1 차감해주세요.
'이채'라고 불렸던 요괴가 소리 높여 웃으며 삿대질합니다.

(같이 갈 수 있을까⋯.)
"넌 이제 이대로 이곳에서 죽는 거야. 네가 그토록 애착을 가지던 인간들이랑 같이!"
그러나⋯⋯
그 기세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요괴를 등지고 선 괴물이 그대로 아가리를 벌리고,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아작, 아작, 아드득.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찰나의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이건 인간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 기준치: | 47/23/9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얕은 동요가 이는 걸까요.

무엇이든, 당신이 우선으로 여기는 것을요.
SAN 1 차감 해주세요.
뒤틀린 팔과 다리까지도 완전히 삼켜졌을 때,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요괴와 당신은 마주칩니다.
두 눈과 눈이, 시선이.
요괴의 두 눈이 크게 뜨입니다.
무언가,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도 같으나⋯⋯
이 세계의 당신은 무엇도 읽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요괴는 당신의 손을 잡아채고, 한 곳으로 뛰어갑니다.









나도 걱정이라는 걸 할 줄 알아. 지금 봐! 아, 진짜 다 망했잖아!

요괴는 품에서 방울 묶음을 꺼냅니다.
딸랑,
낭랑한 소리가 울리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립니다.
잠시라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이 말입니다.






책임지라는 소리는 안할게~.




그런데 왜 여기로 달려?

자, 잘 들어. 지금 우린 사냥개에게 '인식'당했어.
사냥개는 집요하고 맹목적이기 때문에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야. 그게 비록 다른 세계라도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도망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 미친놈이 먹히는 사이에 사냥개의 감각에 주문을 걸긴 했거든. 근처에 있던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만 완벽하게 인식한 건 아니라는 뜻이지.

(솔직히⋯ 어려워서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해? (맞아.)




위험하다는 거지?
해결책이 있다는 거고?

인계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사냥개를 멀리 떠나보낼 방법은 없으니 신목을 이용하려고 해.
내가 신목의 문을 열 테니 사냥개를⋯ 신목 쪽으로 유인해줘.
사냥개를 쫓아내는 거야. 우선, 당장 닿을 수는 없는 다른 차원으로.
하라면 해야지, 좋아.
달리는 건 자신있어서 다행이네.
⋯⋯.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다를 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숨을 멈춘다. 망설임이 따른다.)
죽지 마. 제발, 부탁이야.

그러니까 걱정 그만해. 잘되겠지.

걱정은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니까.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놓았던 손을 다시 내밀었다.)


이후로 요괴의 기본적인 설명이 더 이어집니다.
당신이 얼마나 이해했는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하지만 큰 개 놀아주는 아르바이트는 해봤지⋯.)
(자신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있었죠.
몇 분 후면 주문도 풀린다는 것.
실제로 몇 분이 지나자, 속박이 풀어졌는지 진동음이 울립니다.
진동음이 울리자, 요괴는 당신의 손을 놓습니다.
⋯⋯.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 다하기. (이럴 때 하는 말 맞겠지?)



그 말을 끝으로, 요괴는 동물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러고는 나무를 타고, 가지와 가지 사이를 뛰어넘어 너머로 사라집니다.

향하는 것은 신목이 있는 방향.
기다리고 있을 장소 역시 같을 겁니다.

사냥개는 요괴의 예상대로 당신을 쫓습니다. 길은 험하고, 체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맡은 것은 미끼입니다.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고원우, 민첩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2 |
| 판정결과: | 실패 |

거대한 아가리가 뒤에서부터 쫓아옵니다.
한 번 크게 딱! 소리를 내며 이를 부딪칩니다. 아슬아슬하게, 교복과 함께 살갗이 조금 찢어집니다.
이러다 정말 괴물에게 잡아먹히겠어요!
고원우, HP 1 차감 해주세요.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당신과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당신의 본능적인 감각이 경보를 울립니다. 이대로는⋯⋯.
코스를 바꿔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세 갈래로 나뉜 길이 당신을 반깁니다.
고원우, 행운 판정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4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방향을 전환해 왼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러나 사냥개는 생각이라도 읽었다는 듯 왼쪽으로 몸을 틀어 당신을 쫓습니다.

평소 몸을 쓰는 게 익숙하더라도, 이정도까지 달려본 건 드문 일입니다. 지금도 멈추지 못하고 있죠.
당신은 무엇으로 달리고 있나요? 무엇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요?
고작 며칠 본 게 다인 요괴의 말 하나만을 믿고서, 이 모든 과정을 행할 수 있는 건가요?


(운에 맡겨보자. 그러니까⋯ 지금껏 마음대로 안되는 일들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잘 넘겨왔잖아.)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그야 당신은 인간이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아닌 것을 상대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사냥개와의 간격은 지척입니다. 본능으로 한 걸음씩 벗어나 달려도 운이 나쁠 때는 낚아채려 하는 발톱에 긁힙니다.
고원우, HP 3 차감 해주세요.
그 걸음의 끝에서⋯⋯
흐린 시야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이제 신목까지 코앞입니다. 정말 가까스로지만요.
순간의 안도감이 들어옵니다. 다리가 풀립니다.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고원우, 민첩 판정 다시 진행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입안이 바짝바짝 탑니다. 숨은 턱까지 차올라 흐릿한 시야가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더라도⋯⋯.
그 끝에서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달리고 달려서,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 당신은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충돌을 피합니다.
그런 당신을 받아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습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누군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여 어떤 문에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공간을 울립니다.
바란,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전부를 '어떤 문'은 삼킵니다.
당신이 빨려가지 않은 건 전적으로 누군가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건이 끝났다는 것.
이걸로 끝이 났습니다.


그래도 잘했지, 응?
(=빨리 칭찬해.)
(=믿고 있었다고 해!)



그 이후론 아직 생각 안 해봤어.


누가 돌아오는 건 정말로 처음이라⋯ 기쁜 것 같네.
고마워. 어쩌면 어릴 적의 내가 가장 바라던 걸 당신이 보여줬어.

그거면 됐어. (그대로 자리에서 뻗음.)
정말 한동안 못 쫓아오는 거 맞지?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
(마지막⋯?)
있잖아, 사냥개가 어떻게 존재를 쫓는 건지 알고 있어? 뭐, 모르겠지만.
사냥개는 '자신을 인식한 존재'를 쫓아오는 거야. 그 인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가까운 날이면 가까울수록, 기억의 형상을 안은 존재를 쫓는 거지.
그러니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기억이야. 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을 당했다는 기억.
이걸 상쇄하는 건 단 하나, 그 부근의 비정형적인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
⋯⋯허락해줄래?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내 기억을 지우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 생각 안해뒀어?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낯으로⋯.)
나도 신적인 존재에 대한 대책을 더 세울 수는 없어서. 이것도 편법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지?
원우야, 나는 이계로 돌아갈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그 미친 놈이 이것만큼은 옳아. 나는 그 세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고, 찾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모두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하고서 지켜야 할 곳으로 돌아가겠지.
아마 이 세계에 도달했다는 것까지도 나 스스로 지워낼 거고.
⋯⋯이게 내 앞으로의 계획이야.


단지 그것밖에 없어서였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나쯤 더 있을지도 모르겠고.
솔직하게 말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보내줄까?
난 머리가 나쁘니까 당신 말을 따를게.
어느 쪽이 우리에게 괜찮을지 모르겠거든.
솔직하게 우선 말해. 물론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거라면. 나도 할 말 일단 반 정도 했으니 당신도 하고 싶은 건 해야지.

나라면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 그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 정도는 할 것 같거든. 그렇지만 당신은 안 그랬잖아?
그래서 나만⋯⋯. (잠시 뜸 들인다.) ⋯허전함을 느끼는 것 같아서 썩 좋진 않네. 물론 당신이 기억을 지운다면 이것도 말끔하게 지워지겠지만.
난 어차피 당신 제안에 따르게 될 거야, 나도 다른 방법은 모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골랐던 건 늘 틀린 방향이니까 당신의 선택이 최선이야.
⋯⋯. (쏟아내듯 말을 마치곤 천천히 일어나서 나무에 기대어 앉는다. 솔직해진 것 치고는 여전히 표정은 평온하다.) 뭐, 됐어.
눈 감으면 돼?

있잖아, 나 오래 기다리던 게 있었어.
아니지⋯ 항상 기다렸어. 오래라고 할 것도 없이 그건 인생의 관성이겠지. 이런 걸 말한 적 없는 만큼, 이유도 안다고 말한 적 없지만⋯ 알고 있어.
그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야⋯.
그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구석엔 기대를 하게 되잖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또 다시. 무언가를 기다리게 된다는 건 그런 거야. 잊더라도 잊지 못하고, 어느 한 구석을 항상 비워두게 된다는 거.
그런데도 항상 이해할 수 없던 거지. 그건 너무 외로운 일이잖아. 그래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기로 했어. 단어로 내지 않으면 그건 없는 일이니까. 말하지 않으면 어떤 짐작도 가능성일 뿐이야. 실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어.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내가 보낸 평생을 나도 안기게 된다는 거잖아.
⋯⋯아직도 기분 나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뭐 하나라도 후회했으면 좋겠는 거면, 지금부터 후회할 말 할게.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야? 아무튼⋯.
당신 결정에 따를게.
확인하고 싶었던 건 확인했으니까!

그러면 후회하지 않고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나도 다시 만났다는 걸 알 수 없어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몸을 돌린다. 손 한 쪽을 너머의 손에 얹는다.)
나는 당신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






